앉는 것은 무조건 연구하는 日 괴짜기업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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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쿠션 대명사 ‘엑스젤’ 가나메 사장 “제품으로 사회공헌 한다”
올빼미 쿠션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오가와 카나메 가지 코퍼레이션 사장 ⓒ시사저널 박은숙
'올빼미 쿠션'을 설명하고 있는 오가와 카나메 가지 코퍼레이션 사장 ⓒ시사저널 박은숙

혹자는 일본을 가리켜 ‘회의의 나라’라 부른다. 비록 한 때였지만 일본 기업의 조직력이 찬사를 받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세계 경영학계는 마치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일본의 기업 문화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회의’가 있었다. 이랬던 일본기업들도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회사출근, 대면회의보다 재택근무, 온라인 회의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정부나 각 지자체들이 적극 장려 중이다. 2조원 넘게 투입돼 준비한 도쿄올림픽을 정상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도 코로나19 종식은 시급한 문제다. 시장정보 조사기업 ‘데이코쿠(帝國)데이터뱅크’가 지난해 8월 일본 내 기업 1만2000곳을 조사한 결과 52.7%가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총무성이 집계한 2018년 일본 기업 재택근무 도입률(19.5%)보다 세 배 가량 늘었다.

'올빼미 쿠션'으로 인기몰이 중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재택근무 용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쿠션 제품도 그 중 하나다. 일본 수험생들 사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올빼미 쿠션(방석)을 만드는 가지(加地) 코퍼레이션은 4월부터 온라인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회사 대표인 오가와 가나메(小川要) 가지 코퍼레이션 사장은 시사저널과 가진 온라인 인터뷰에서 “작년 4월 첫 비상사태가 선포되었을 때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했지만, 되레 코로나19는 우리가 만드는 쿠션에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가나메 사장은 그 이유를 재택근무(Stay at Home)에서 찾았다. 그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일을 해야 했지만 적절한 공간이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만든 쿠션은 사람들에게 좌식(坐式)문화의 재미를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가지 코퍼레이션이 만드는 쿠션에는 특수 소재 ‘엑스젤’(EXGEL)이 들어간다. 엑스젤은 ‘깔창’이라고 불리는 신발 ‘인솔’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이 회사는 1969년 아식스 신발 제조공장에서 출발했다. 창업주인 오가와 구니오(小川國男) 회장 아들인 가나메 사장은 “제조공정을 구체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화학제품을 혼합하는 과정에서 액체와 고체의 장점을 가진 ‘엑스젤’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가나메 사장은 교토(京都)대 졸업 후 타이어 회사인 브리지스톤에서 마케팅·총무·영업부서 고위직으로 근무하다 선친인 구니오 사장을 이어 가업을 물려받았다. 그는 가지 코퍼레이션 입사 후 의료기기 및 제조 용품업체였던 회사를 일반 소비재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일본 내 엑스젤 매장 ⓒ가지 코퍼레이션 제공
일본 내 엑스젤 매장 ⓒ가지 코퍼레이션 제공

사무직 중 상당수가 하루 일과를 앉아서 생활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세는 허리에 좋지 않다. 코로나19로 요통 등 허리통증 환자가 급증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렇기에 가나메 사장은 앉아서 생활하는 좌식문화에도 프리미엄 시장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은 더 이상 옷, 신발, 가방에 많은 돈을 쓰지 않고, 되레 편안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우리 엑스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나메 사장의 말이다.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일할 공간이 충분하지 않고 책상이 없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닥에서 생활하면 좋은 쿠션이 필요합니다.” 차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에서 착안해 도요타 자동차에는 메인옵션으로 엑스젤의 허그컴피, 아울컴피3D 등이 제공된다. 가지 코퍼레이션은 이들 제품을 개발하는데 있어 요통 방지를 위해 허리 부분에 특수효과를 줬다. 또 엑스젤은 쓰임새가 다양하다. 엑스젤 애용자들은 아예 접이식 엑스젤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앉을 때마다 꺼내 쓰곤 한다.

일본 프리미엄 쿠션 시장에서 엑스젤은 독보적 존재다. 대부분이 매트리스나 베게 등 수면과 관련된 품목에 집중하는 사이, 가지는 엑스젤을 통해 쿠션에만 특화시켰다. 가나메 사장은 “의료 및 재활 분야의 오랜 역사를 기반으로 두고 프리미엄급 쿠션을 만드는 회사는 일본 내 우리밖에 없다”고 자신해 했다. 다른 품목들이 저가 중국산에 밀려 시장점유율을 잃어가고 있지만, 엑스젤은 마땅한 경쟁사가 없다. 국내에서는 2019년부터 메사네트워크가 60여종의 제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재택 아이템 열풍 불어

가지 코퍼레이션의 특허를 갖고 있는 엑스젤은 고체와 액체 사이 중간 형태인 젤이다. 앉는 사람에 맞추어 모양이 바뀐다. 체형 교정은 물론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된다. 가나메 사장은 “쿠션은 무조건 푹신푹신해선 안 된다. 엑스젤은 중증 장애인들 사이 인기를 끌던 제품을 쿠션에 적용한 제품이기 때문에 기술력은 이미 검증됐다”고 말했다. 그가 입사하기 전까지 회사는 기능성 휠체어를 생산하고 있었다.

일본 특유의 기술추구형 기업인 가지 코퍼레이션의 궁극적인 기업 가치는 사회공헌이다. 가나메 사장은 “우리는 제품을 넘어 더 본질적인 가치(Essential value of product)에서 기업 철학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엑스젤의 제품 슬로건은 ‘좌석 연구소(Seating Lab)’다. 그냥 즐거움이 아니라 앉아있는 즐거움을 찾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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