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위 참여 중인 현지 시민 A씨가 직접 전하는 긴박한 현장
  • 감명국 기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7 16:00
  • 호수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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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얀마 시민 A씨, 사흘에 걸쳐 시사저널과 SNS 인터뷰로 생생한 현장 모습 전해
“죽음 무섭지 않다, 유례없는 유혈 사태 일어날 수도…”
“1988년과 달리 우리에겐 SNS가 있다”

미얀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2월1일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시위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월24일 현재 수백만 명이 연일 시위에 참여하고 있고, 미얀마 군과 경찰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4명의 시민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이게 전부일까.

시사저널은 미얀마에서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 A씨로부터 SNS를 통해 생생한 현지 실상을 전해 들었다. A씨는 30대 회사원으로 과거 한국에서 공부한 적이 있어 한국어에 상당히 능통한 편이다. 한국에 머무를 당시 기자와 친분을 가졌던 A씨는 군경의 엄혹한 감시와 인터넷 차단 등 탄압 속에서도 미얀마 시위대의 실상을 해외에 정확히 알리고자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다만 A씨의 안전을 위해 그의 실명과 사진, 그리고 자세한 신상 공개는 하지 않기로 했다.

A씨와의 인터뷰는 2월16일과 23일, 24일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인터넷이 불안정한 상황이어서 기자가 질문을 먼저 문자로 보내면, 이에 대해 A씨가 직접 답을 녹음한 음성파일을 기자에게 전송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현지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가급적 A씨의 음성을 워딩 그대로 전달하고자 했다.

미얀마 시민 A씨가 시사저널에 보내온 현지의 시위 모습 사진이다. A씨는 자신이 직접 찍었거나, 다른 이들이 찍어 SNS로 서로 공유한 사진들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민부 시, 타시 시, 양곤 시의 모습. 오른쪽 아래는 군부가 풀어준 죄수를 시민들이 붙잡은 장면이 담긴 페이스북 사진
미얀마 시민 A씨가 시사저널에 보내온 현지의 시위 모습 사진이다. A씨는 자신이 직접 찍었거나, 다른 이들이 찍어 SNS로 서로 공유한 사진들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민부 시, 타시 시, 양곤 시의 모습. 오른쪽 아래는 군부가 풀어준 죄수를 시민들이 붙잡은 장면이 담긴 페이스북 사진

■2월16일

군부 쿠데타에 찬성하는 시민들의 비중은 몇 퍼센트 정도인가.

“군부 출신의 사업가, 그들과 손잡고 함께 일하는 관계자와 가족들 포함해도 5% 이하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95%의 시민들은 모두 반대한다. 경찰도 일부는 시위대에 참여할 정도다.”

군부와 협력했던 수치 여사도 이번 쿠데타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수치 여사에 대한 우리들의 지지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수치를 석방하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다. 군부 일부(고위급)는 자기들 이익 위해서 그러는 거지, 나라를 지키려고 하지 않는다. 군부가 죄수들을 풀어줘서 그 때문에 동네(치안)가 불안전하고, 동네 젊은이들이 새벽 3시까지 자율적으로 팀을 짜서 동네를 지키고 있다. (군부가) 죄수들로 하여금 동네에서 불을 지르라고 시키는 등 혼란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경찰도 군부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안보는 지금 군도 경찰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열흘째 계속되는 시위에서 현재 가장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

“안전·안보에 대한 아무 보장이 없는 것이다. 군부가 법을 만들어서 1980년대식으로 밤에 못 다니게 한다. 인터넷도 차단시켜 VPN(가상사설통신망)으로 가서 쓰기도 한다.”

만약 시위 진압 과정에서 총기 사용 등으로 유혈 사태가 빚어지면 시위도 위축될까.

“군부가 무기를 투입해서 총을 쐈는데 사람들이 죽었다고 들었다. 50발 발포 소식도 들었다. 그러나 우리들은 죽음이 무섭지 않다. 코로나도 무섭지 않다. 2020년에 우리가 투표로 뽑은 대통령과 공무원들이 나라를 운영하기 위해 우리의 미래는 계속 가야 한다.”

지금은 SNS가 시위대의 유일한 해외 통로일 듯하다.

“현재 군부는 인터넷 사용할 때 (군부) 이미지 손상하는 내용물을 실으면 잡아가는 법을 만들고 있다. 인터넷 SNS 못 쓰게 중국 기술자 불러서 막는다고 한다. 지금 (기자와의) 이런 소통도 군부에서는 불법이 될 수 있다.”

 

■2월23일

지난주 답변에서 경찰 일부도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한 게 사실인가.

“일부 경찰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건 사실이다. 군부는 시민들이 가짜 옷(경찰복) 입고 (시위)한다고 해외언론에 알리지만, 사실이 아니다.”

최근 보도를 보면 시위대 규모가 수백만 명으로 늘어났다고 하는데.

“몇백만 정도가 아니라 몇천만씩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어제 같은 경우는 전국 곳곳에서 다 참여해서 거의 꽉 찼다. 내가 보낸 사진을 봐라. 물론 참여 못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섭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하지만 마음으론 다 동조하고 있다.”

군부가 죄수들을 풀어서 불을 지르라고 하는 등 불안을 선동하고 있다는 게 사실인가. 그런 증거들을 갖고 있나.

“죄수들을 우리 시민들이 붙잡아서 물어보고 하는 사진이 페이스북에 있다. 보내주겠다.”

현재 미얀마의 사망자는 4명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혹시 더 있다고 보나.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19세 여성이 처음으로 죽었고, 그 후에 3명 더 죽었다. 여기 뉴스로 검거된 사람이 194명이라고 하는데, 가족 중에 지금 집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어디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요구가 인터넷에서 계속 증가한다. 서로 없어진 가족들 명단 주고받고 있다. 보도되지 않은 것 중에 만달레이에서 카메라 촬영 중 경찰이 때려죽인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보도가 되진 않았지만 7명에서 10명 정도 또는 그 이상 (사망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외신을 보면 지금의 시위(22222시위)를 과거 1988년 8월8일 있었던 시위(8888시위)와 비교하는 분위기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지금 시위는 88년과 비교하면 차이가 많다. 당시는 정부가 언론 미디어를 통제했고, 국민들이 정확히 알지 못했다. 지금은 1인 미디어로 누구나 휴대폰으로 정보 공유하고, 이렇게 해외도 보내고, SNS 힘으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군부가 죄수들 풀어서 시골까지 보내서 불지르게 하고, 그래서 시위로 치안이 불안하기 때문에 군과 경찰이 이를 통제해야 한다고 해외언론에 선전을 한다. 하지만 우리가 (SNS로) 정보를 서로 공유하기 때문에 국민들도 서로 믿고, 뭉치고 그게 사실이 아니란 걸 알게 되면서 또 평화시위도 유지하고 있다. 평화시위 안 하면 88년처럼 군부가 만들어놓은 길(폭력시위)로 빠지게 된다. 그런데 어느 선까지는 평화시위로 가겠지만, 더 이상 못 참겠다고 하면 유혈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현재 인터넷 상황은 어떤가. 여전히 군부에서 차단하고 있나.

“여기 인터넷은 지금 밤 12시부터 오전 9시까지는 차단하고 있다. 아마 해외 유럽 등에 하루라도 정보를 전달하는 데 방해할 수 있다고 보고 차단하는 듯하다.”

군부가 유혈 진압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많은데, 국민들은 두려워하지 않나.

“처음에는 코로나도 있고 해서 집에 많이 있었는데, 이젠 그보다 더 독한 쿠데타가 있어서, 우리가 죽더라도 우리 아이들 미래를 위해서라도 거리에 나오는 것이다. 죽음 무섭지 않고, 더 이상 무서워하면 안 된다.”

아직까지는 평화적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데, 상황에 따라서 폭력시위가 발생할 수도 있나.

“지금은 평화적 시위로 참고 있는데, 국민들이 사망해도 변화가 없다면, 어느 선이 지나면 화가 난 국민들이 군부·경찰서에 화를 풀게 되면 유혈 사태도, 세계 유례가 없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미국·유럽·유엔 등 국제사회의 압박이 군부에 통할 것이라고 보나. 미얀마 군부가 결국 물러날 것이라고 보나.

“해외 압박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군부 출신 자식들이 해외 학교를 다니는데, 거기서 퇴학당하고 쫓겨나고 아마 이런 거 걱정할 거다. 그런데 쿠데타군이 물러설 가능성은 없다. 자기들도 목숨 걸고 하는 쿠데타라. 국민들도 절대 안 물러선다. 예전과 달리 우리는 SNS 파워가 있다.”

미얀마 군부가 시위대 대표 등과 대화의 노력은 하고 있나.

“지금 시위대에서는 누가 대표가 되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표로 뽑히는 순간 잡혀가니까. 오늘도 한 명 잡혔다고 방송 나왔다. 한 사람이 대표가 아니라 젊은 세대 20대들이 누가 안 시켜도 조직적으로 활동하면서 서로 역할 맡고 이런다. 누가 대표하는 게 아니어서 협상이라든가 이런 거는 전혀 없다.”

 

■2월24일

미얀마의 SNS 사용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미얀마는 SNS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경우는 한국보다 더 많이 사용한다. 아마 거의 국민 1인당 하나씩 페북을 운용하고 있다고 볼 정도다. 그러다 보니 정보 공유가 빠른 편이다.”

시위가 전개될수록 희망이 보이나, 아니면 상황이 더 나빠지는 건가. 

“오늘은 군부 지지 집회도 열린다. 물론 우리들과 비교가 안 되는 소규모지만. 양곤에서 그들이 폭력시위를 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칼로 테러하는 CCTV 영상도 나왔다. 그럴 정도로 대도시 양곤은 좀 심각한 상황이다.”

군부도 끝까지 물러나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그러면 이 사태가 어떻게 되리라고 보나.

“아마 군부도 끝을 보려는 것 같고, 국민들도 물러설 생각이 아예 없다. 여기서 물러서면 한 30년을 앞으로 아무 끽소리도 못하고 살아야 하는 지옥이 된다. 젊은 세대들도 그걸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 언제 어떻게 유혈 사태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이렇게 시사저널과 인터뷰한 기사가 나가면 혹시 당신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나.

“내 이름과 사진을 가려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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