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도’ 자체매립지 예비후보 1순위…베일에 가려진 ‘연구용역보고서’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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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인천시당 “보고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
인천시 “불필요한 혼란 야기…내달 초 입장 밝힐 계획”

인천시는 자체매립지 예비후보지를 조사하는 연구용역에서 영흥도가 1순위로 선정됐다고 발표한 후 현재까지 100일이 넘도록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연구용역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인천시당이 인천시에 영흥도를 자체매립지 예비후보 1순위로 선정한 연구용역보고서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영흥면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주민들과 소통없이 진행된 연구용역의 절차적 투명성과 정당성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매립지특별위원회가 인천시에 요구한 제안 내용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제공.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매립지특별위원회가 인천시에 요구한 제안 내용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제공.

인천시 “연구용역보고서, 아직은 공개 못해”

26일 시사저널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인천시 산하 인천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인천광역시 자체매립지 조성을 위한 폐기물관리 기본계획 수립 및 입지선정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인천연구원이 2019년 9월부터 16개월 간 인천시가 독자적으로 사용할 자체매립지 부지 선정을 위한 연구용역이다. 

인천연구원은 이 연구용역을 통해 영흥도를 자체매립지 부지 후보 1순위로 추천했다.

앞서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해 11월12일 인천연구원의 연구용역 등을 근거로 옹진군 영흥면 외리 일대의 89만4925㎡ 부지에 ‘인천 에코랜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부지의 소유주는 ㈜원광인바이로텍이다. 원광인바이로텍은 인천시가 지난해 9월21일부터 10월5일까지 진행한 ‘친환경 자체매립지 입지 후보지 공모’에 단독으로 신청했다. 인천시는 2014년 12월에 ‘수도권매립지 정책 현안보고’에서 수도권매립지를 포함해 대체매립지 후보지 6곳 중 영흥도 원광인바이로텍 부지를 2순위 후보지로 올려놓기도 했다.

인천시는 영흥도를 자체매립지 부지 예비후보 1순위로 발표하면서도, 인천연구원의 연구용역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인천시 관계자는 “영흥도를 포함해 5곳의 예비후보지를 밝힌다면, 불필요한 혼란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향후에 연구용역보고서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준영 국회의원(인천 중구‧강화‧옹진군)이 인천시에 요구한 내용 갈무리. ⓒ배준영 의원실 제공.
배준영 국회의원(인천 중구‧강화‧옹진군)이 인천시에 요구한 내용 갈무리. ⓒ배준영 의원실 제공.

인천 정치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목소리 

옹진군 영흥도 주민들로 구성된 ‘영흥도 쓰레기매립장 건설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인천시가 영흥도를 자체매립지 부지 예비후보 1순위로 선정한 이후부터 줄곧 연구용역보고서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임승진 비대위원장은 지난 5일 조택상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연구용역보고서 내용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영흥면 주민들은 인천시나 인천연구원이 영흥도를 자체매립지 부지 예비후보 1순위로 선정하는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조 부시장은 “연구용역은 시가 비공개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내가 나서서 알려달라고 하긴 어렵다”며 “아직 영흥도가 자체매립지 예비후보지로 확정된 게 아닌 만큼, 시와 옹진군 주민들간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인천지역 정치권에서도 영흥도를 자체매립지 부지 예비후보 1순위로 선정한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매립지특별위원회는 지난 24일 인천시에 자체매립지 후보지로 영흥도와 선갑도를 제시하면서, 연구용역보고서를 공개하는 등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인천시에 전달했다.

국민의힘 인천시당도 연구용역보고서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배준영 배준영 국회의원(인천 중구‧강화‧옹진군)은 지난 25일 열린 ‘영흥도 매립지 지정 철회를 위한 간담회’에서 인천시에 “연구용역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배 의원은 “시가 지난해 연구용역 초기 단계부터 한국남동발전에 영흥도 부지를 매립지로 검토해도 되는지 유선으로 문의했고, 한국남동발전은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인천시가 한국남동발전과 영흥도 자체매립지 부지 예비후보지 토지소유자와 사전 협의를 통해 영흥도를 자체매립지 후보지로 미리 낙점해 놓았다는 것이 배 의원의 설명이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은 “영흥도가 왜 자체매립지 예비후보 1순위가 됐는지, 인천시민들도 모르는 황당한 상황이다”며 “인천시가 연구용역보고서를 시민들에게 공개해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천시는 이르면 다음 달 초쯤 민주당 매립지특위의 제안과 영흥면 주민들의 의견 등을 종합해 자체매립지 부지 예비후보지에 대해 입장을 낼 계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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