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숨을 쉬지 않았는지 모른다”…숨진 딸 방치 의혹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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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 계부‧친모 ‘아동학대치사’ 혐의 긴급체포
턱에 열상…이마·허벅지에 ‘멍’ 자국 발견

 지난 2일 오후 8시57분쯤 인천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로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남성의 신고가 접수됐다.

인천영종소방서 119구조대는 곧장 인천시 중구 운남동의 한 다세대빌라로 출동했다.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양(8)은 심정지 상태였다. 또 A양의 턱에 피부가 찢어진 열상이 있었고, 이마와 허벅지에 멍 자국도 발견됐다. 

119구조대는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인천 중부경찰서에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A양의 부모는 “딸이 언제부터 숨을 쉬지 않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새벽에 화장실에서 넘어져 변기에 얼굴을 부딪혔는데 저녁에 숨을 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A양은 119구조대원들의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은 숨진 A양의 부모를 현장에서 긴급체포했다.

인천지방경찰청 전경. ⓒ인천경찰청
인천지방경찰청 전경. ⓒ인천경찰청

긴급체포 된 후 애매모호한 진술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3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양의 부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A양의 부모는 경찰에서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부인하거나 인정하지도 않는 등 애매모호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부모는 소방당국과 경찰에 “아이가 새벽 2시쯤 화장실에서 넘어지면서 변기에 얼굴을 부딪혔는데, 저녁에 보니 숨을 쉬지 않았다”며 “언제부터 숨을 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는 A양의 부모가 화장실에서 넘어져 다친 딸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경찰, 국과수에 부검 의뢰

A양의 아버지는 의붓아버지로 파악됐다. A양의 부모는 4년 전에 결혼한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은 또래 아동들에 비해 비교적 야위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숨진 A양의 몸에서 발견한 상처들이 학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양의 부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또 살인죄를 적용하는 방안과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A양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이르면 오는 4일쯤 국과수로부터 1차 부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A양의 부모에 대해 정식 조사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범행 동기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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