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도’판 동학개미 운동에 증시 고공행진
  •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21.06.10 07:30
  • 호수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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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VN․인도 센섹스 지수 동반 강세···개인투자자 유입과 경제 성장 기대감 반영

베트남과 인도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 증시의 VN지수(VN-Index)는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주춤했던 인도 뭄바이 증시의 센섹스(SENSEX) 지수 역시 올해 2월 세운 역대 최고점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다. 최근 1개월 기준으로 놓고 보면 이들 지수는 여느 해외 증시보다 상승폭이 컸다.

베트남과 인도 증시 상승세에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유입이라는 공통적인 키워드가 있다. 마치 지난해 국내 증시가 이른바 ‘동학개미’의 힘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흐름과 유사하다. 베트남·인도판 동학개미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장기적인 경제 성장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지수 상승이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베트남·인도 펀드 수익률도 ‘UP’

실제로 베트남 증시의 대표 지수인 VN지수는 지난달 25일 1308.58로 사상 처음으로 1300선 돌파에 성공했다.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며 이달 1일 1337.78로 마감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해 7.9% 상승한 수치다. 최근 3개월 기준으로 하면 12.7% 올랐다. VN지수는 1년 전만 하더라도 800선 수준이었다.

이런 상승 흐름은 글로벌 주요 증시의 움직임과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지난 1일 기준 한 달간 2.3% 상승했다. 3개월 기준으로는 6.7% 올랐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한 달 동안 2.6% 상승했고 나스닥 지수는 1.6% 하락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탁스50 역시 2.4% 오르는 데 그쳤다.

인도 증시도 만만치 않은 상승세를 보였다. 인도 센섹스는 지난 1일 5만1934.88을 기록하며 한 달 전 4만8782.36 대비 6.46%가량 상승했다. 센섹스는 올해 2월16일 장중 역대 최고치인 5만2516.76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지난 4월 4만7000선까지 밀렸다가 최근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두 나라의 증시 호조는 국내에서 판매된 펀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베트남 펀드 23곳의 평균 수익률은 9.15%다. 해외 단일 지역 펀드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인도 펀드(25개 평균)는 8.34%를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0.59%, 미국 주식투자 열풍에 설정액 증가세가 가파른 북미 펀드 수익률이 -0.43%인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성적표다.

베트남과 인도 증시 상승세의 배경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우선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각국판 ‘동학개미’ 운동이 활발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으로 호조를 보인 것처럼 이들 국가 증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베트남에서는 동학개미의 베트남 버전인 ‘F0 투자자’들이 증시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F0’는 베트남에서 코로나19 최초 확진자를 지칭할 때 붙이는 용어지만, 증시에서는 주식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거의 없는 개인투자자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고 있다. 실제 베트남 현지 매체인 SGGP에 따르면 지난 4개월간 신규 개설 주식계좌 수는 36만6816좌였는데, 이는 지난해 개설된 전체 신규 계좌의 93% 수준이다. 지난 3월에는 신규 거래 계좌 수가 11만3875좌로 집계돼 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도 역시 인도판 ‘동학개미’ 운동이 활발했다. 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지난달 20일 인도 증시 상승 배경을 분석한 ‘떠오르는 신흥국, 인도의 증권시장을 알아보다’ 보고서를 통해 20~30대 투자 관심 확대를 비롯한 개인투자자의 증가를 주요 증시 상승 배경으로 꼽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인도의 증권시장 전체 참가자 2800만 명 중 2700만 명이 개인투자자로 추정된다. 특히 인도 개인투자자의 증권 투자액은 전체 증권시장 투자액 중 7.01%(약 2060억 달러)를 차지했는데, 이는 지난해 3월 대비 15%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움직임에 장기적인 성장 기대감이 존재한다는 점도 두 나라가 비슷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베트남의 경제 성장 전망치를 6.7%로 예상했다. 전체 인구 중 35세 미만이 3분의 1일 정도로 젊고 풍부한 노동력이 있다는 점, 공장 부지 무상 제공 및 법인세 4년간 면제 등 외국인 투자 여건이 좋다는 점 등이 베트남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인도 역시 성장 기대감이 큰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간한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인도의 성장률 전망치로 9.9%를 제시했다. 이는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앞서 IMF는 인도의 성장률 전망치로 주요 국가 중 가장 높은 12.5%를 제시했다. 인도중앙은행(RBI)은 지난 2월 인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5%까지 예상했다. 주요 기관들이 10% 안팎의 성장을 점치는 분위기다.

 

“장밋빛 전망은 경계해야” 목소리도

이 밖에 베트남은 지난 4월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에서 벗어나 ‘심층대상분석국’으로 분류됐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인도의 경우 지난 3월초 1조 루피(약 15조원) 규모의 채권 매입, 지난달 초 의료 인프라 구축을 위한 5000억 루피(약 7조5000억원) 공급 등 다양한 부양책이 나온 점 등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의 경제 성장 기대감에 증시의 추가적인 상승을 전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다만 일각에서는 장밋빛 전망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상승 피로감이 누적돼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인도는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시달리고 있고, 방역이 잘되고 있다는 베트남에서도 4차 유행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긴축 가능성도 이들 신흥국 시장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분류된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미국의 조기 긴축 정책이 올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만일 미국이 긴축에 들어가고 달러 강세가 시현될 경우 인도와 같은 신흥국 금융시장은 취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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