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SNS, 약일까 독일까?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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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SNS 활동에 평가 엇갈려…적극적인 소통 vs 회사에 부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오너 경영인으로서는 드물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인물이다. 정 부회장은 SNS를 홍보 창구로 적극 활용한다. 새로운 점포를 개장하거나 신제품을 출시할 때 SNS를 통해 이를 홍보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정 부회장은 ‘신세계의 실질적 홍보팀장’으로 불린다.

정 부회장의 SNS는 ‘신세계 민원실’로도 통한다. 정 부회장이 SNS를 통해 제기된 소비자 민원을 직접 챙기며 해결해주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는 또 자녀의 생일파티나 가족과의 식사 등 소소한 일상에 대한 사진도 공개하면서 재벌답지 않은 친근한 이미지도 형성했다. 정 부회장이 ‘이마트 아저씨’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활발한 SNS 활동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실제 정 부회장은 지난달 말 SNS에 올린 게시물로 인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다. 당시 정 부회장은 소고기 사진과 함께 “너희들이 우리의 입맛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라고 적었다. 또 닭새우 사진에는 “너의 희생이 우리 모두를 즐겁게 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썼다.

이 게시물과 관련해 정 부회장에게는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세월호 추모 문구를 패러디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박 전 시장은 2016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 마련된 방명록에 “너희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라는 글을 남겼다. 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3월 팽목항을 찾아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적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 일베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베 등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조롱할 때 이 추모글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상에서는 이마트나 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매장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마저 일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 부회장은 소고기와 닭새우 사진을 수정하거나 삭제했다.

그러나 이후 정 부회장은 지난 4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생선 요리와 볶음밥 사진에 “sorry and thank you”, 이어 올린 식재료 사진에는 “OOOO OOO”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미안하다. 고맙다’를 영어 내지는 묵음 처리하는 방식으로 적은 것이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정 부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비난 여론에 불쾌감을 드러냈다며 공분은 한층 높아졌다.

정 부회장의 SNS 활동이 논란에 휩싸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문용식 당시 나우콤 대표와 트위터를 통해 설전이 벌어졌다. 기업형슈퍼마켓(SSM)과 이마트 피자 등을 놓고 벌인 두 사람 간 논쟁은 감정싸움으로 번졌고,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은 문 대표의 구속 전력을 공개하는 등 도 넘은 발언으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이듬해인 2011년에는 트위터를 통해 정 부회장이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기 위해 혼자 20인승 벤츠 미니버스를 타고 출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았다. 대중교통을 위한 차선을 사용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는 것이었다. 이 일로 정 부회장은 트위터에서 손을 뗐고, 2013년 베이커리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혐의와 관련한 검찰 조사 대상이 되면서 SNS 활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정 부회장은 2년여 뒤인 2015년 5월 다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SNS 활동을 재개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6년 정 부회장의 SNS 활동은 다시 구설에 올랐다. 그해 1월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식당 여종업원과 찍은 사진과 함께 “몸도 왜소해 보이고 목도 길어 보이고 여기 서비스 최고임”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여성 외모 비하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2019년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경기권에 비상이 걸린 상황을 유머 소재로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늘 정오부터 48시간 전국 돼지 이동중지명령’ 속보를 캡처한 사진과 함께 “명령을 받들어 오늘 집에 있기로 함”이라는 글을 올렸다. 돼지열병으로 양돈 농가의 생존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솔한 언급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밖에도 그동안 정 부회장이 SNS 활동을 이어오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이런 논란들이 회사 경영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계그룹과 정 부회장도 이런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 부회장은 세월호 방명록 패러디 논란과 관련해 지난 8일 “홍보실장이 오해받을 일 더 이상 하지 말란다”며 소셜미디어 활동을 자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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