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지방, 엉뚱한 데 축적되면 큰일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6 08:00
  • 호수 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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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지질혈증이나 당뇨병 등 심각한 건강 문제 발생

체지방은 콩팥·소장·대장 등 주요 장기를 둘러싸서 외부 충격에 의한 손상을 막아주고, 추위에 노출되었을 때 체온을 유지하는 보온 기능을 한다. 또한 식량을 구하지 못해 굶어도 버틸 수 있도록 에너지 저장고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방세포는 에너지를 그저 저장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식사 후 잉여 에너지를 신속하게 저장하고, 몸에서 에너지가 필요할 때마다 내보낸다. 그뿐만 아니라 체지방은 외부의 화학적 신호나 신경 자극에 반응하고 신호를 내보내면서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와 면역체계를 정교하게 조정한다.

체지방은 피부 바로 아래에 피하지방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체중이 갑자기 증가하면 얼굴에 살이 붙고, 팔·다리·엉덩이 부위에 체지방이 축적된다. 하지만 지방세포가 제 위치인 피하층에 위치하지 않고 엉뚱한 장소에 축적되면 기능 이상이 나타나 건강에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이처럼 체지방이 피하지방이 아닌 다른 장기나 조직에 축적되는 것을 이소성 지방이라고 한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장기에 쌓이는 지방의 위협

이소성 지방의 대표적인 형태는 내장지방이다. 내장지방은 체내 장기를 둘러싸고 있는 체강 내에 축적되는 지방을 말하는데, 내장지방이 축적되었을 때 공복 시에 중성지방의 분해 산물인 유리지방산과 글리세롤이 과다하게 방출된다. 방출된 유리지방산과 글리세롤은 직접 간으로 유입되어 이상지질혈증과 당뇨병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소성 지방은 내장지방 이외에도 심장·간·골격근·신장·췌장, 그리고 혈관 주위에도 존재해 우리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이소성 지방이 우리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은 다양하지만, 지질대사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추정된다. 

심장외막지방은 심장과 심장외막 사이의 공간에 지방이 축적된 것을 말하는데, 국소 염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 특히 관상동맥을 직접 둘러싸고 있는 지방은 정상 체중일 때는 혈관 벽이 적절하게 기능하도록 돕지만, 비만한 사람에게서 지방 축적이 증가하면 염증 유발물질을 분비해 관상동맥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마찬가지로 혈관 주위 지방은 건강한 정상 체중일 때는 혈관이 주요 장기에 혈액을 잘 공급하도록 돕지만, 비만·당뇨병·고혈압 등 병적 상황에서는 동맥경화를 유발해 심혈관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간 내에 중성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된 상태로 대사증후군이 있을 때 간에 나타나는 병변이면서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이기도 하다. 

신장에 지방이 축적되면 고혈압과 신부전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골격근 내에 지방이 축적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해 혈당 조절 능력이 저하되고 당뇨병 발생 위험이 커진다. 췌장 내에 지방이 과잉 축적되면 췌장에서 인슐린을 저장하고 분비하는 베타세포의 기능이 저하되어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

이소성 지방은 비만이 단순한 미용상 문제가 아니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경고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복부비만이 있거나 의학적 검사에서 이소성 지방이 발견된다면, 적극적으로 식사 조절과 운동, 그리고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체중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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