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는 거의 없고 되레 건강 위협하는 ‘연막 소독’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1.01 11:00
  • 호수 1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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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무식 소독제의 위험성…눈·호흡기·피부 자극, 에어로졸 생겨 바이러스 더 확산할 수도

중년 이상 나이라면, 어린 시절 동네에서 연막 소독차가 지나갈 때 신나게 소독차를 따라 달리던 추억이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연막소독용 살충제에는 발암물질은 물론 면역 신경계와 각막에 손상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많은 사람이 부지불식간에 건강상 피해를 보았을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도 일부 지자체에서 이러한 연막형 소독차를 사용하거나 물에 섞은 소독약을 공간에 뿌리는 ‘분무 방식’의 방역이 이뤄지고 있어 우려된다. 

문제는 이처럼 살균소독제를 공중이나 물체 표면, 벽·바닥 등에 뿌리고 다니는 방역은 효과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소독제를 분사하는 방식의 소독은 효과가 낮고 인체에 해로운 만큼 권장하지 않으며, 실외 공간을 소독하거나 사람을 직접 소독하는 방식도 권고하지 않는다는 코로나19 소독 지침을 내놓은 바 있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방역 당국은 올바른 소독 방법으로 어린이나 노약자는 감염뿐만 아니라 소독제 성분에도 취약하므로 공간 소독(소독제 살포)을 자제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실내 공간에서 소독제를 분무·분사하는 것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고, 눈·호흡기·피부 자극 등 오히려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에어로졸이 생겨 바이러스가 더 확산할 수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분무식 소독제보다 소독용 티슈가 효과적 

전남대 장희창·기승정 교수 연구팀이 4곳의 병원에서 조사한 결과, 소독제를 하루 두 번 뿌리는 분무소독 병실에서는 침대 손잡이, 의료용 카트, 바닥, 출입문 손잡이, 욕실 세면대·변기, 휴대전화, TV리모컨, 컴퓨터 등 다양한 곳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견되었지만, 소독용 티슈를 이용해 정기적으로 표면을 모두 닦은 병실에서는 바이러스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분무형 손 소독제와 분무형 살균소독제를 사용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 제품은 각각 손 소독과 물품 소독용으로 출시되어, 일부 제품은 호흡기 독성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실내나 차동차 안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이 제품을 사용하면 호흡기로 흡입되어 기도 손상과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발암물질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분무형 살균소독제는 되도록 사용을 피하고, 사용 시에는 공기 중에 뿌리지 말고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며, 환기된 상태에서 사용해야 한다. 또 여러 살균소독제를 혼합해 사용하지 말고 제품 설명서에 기록된 사용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아울러 살균소독제로 청소나 소독을 할 때는 반드시 장갑과 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착용해 피부와 눈, 호흡기가 소독제 성분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영유아가 있는 가정에서는 영유아가 물체를 만진 손가락을 빨 수 있으므로 바닥이나 물체 표면에 남은 소독제를 깨끗한 물수건으로 닦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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