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예 “윤석열이 反페미니스트? 이준석 탓 오해받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3.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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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지예 前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
“與, 성폭력 ‘2차 가해’ 반성 없으면 또 외면받을 것”

대선 국면에서 ‘페미니즘’은 국민의힘 내 금기어였다. 국민의힘 팬덤(fandom)인 남성층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탓에 신지예 전 국민의힘 새시대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대선 캠프를 나와야 했다. ‘페미니스트’라는 게 이유였다. 그렇게 ‘호랑이굴’에 발을 들였던 신 전 부위원장의 모험은 15일 만에 끝이 났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의 선택은 적중한 것으로도 보인다. 대선에서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을 얻으며 박빙의 승리를 거뒀다. 반면 후유증도 있다. ‘이대녀’(20대 여성) 표가 크게 빠졌다. 15일 전화인터뷰에 응한 신 전 부위원장은 “예고된 결과”라고 덤덤히 말했다. ‘팽’ 당한 아픔이 클 법도 하지만 신 전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원망하진 않는다 했다. 다만 그는 “‘여성 유권자는 힘이 없다’는 이준석 대표의 오해가 표심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이 대표가 윤 당선인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지예 전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사진은 신 부위원장이 2018년 6월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진행한 인터뷰 모습. ⓒ시사저널 임준선
신지예 전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사진은 신 부위원장이 2018년 6월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진행한 인터뷰 모습. ⓒ시사저널 임준선

대선이 끝났다. 결과를 분석해본다면.

“정권교체 열망이 컸다. (윤 당선인의 승리는) 당연한 결과다. 다만 예상보다 표를 얻지 못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최대 70% 가까이 나왔었는데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 그 말은 여당이나 야당이나 국민 모두를 대표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제 통합을 고민해야 한다.”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도왔다가 중도 하차했다. 후회는 없나.

“후회하지 않는다. 난 국민의힘에 입당했던 게 아니다. 정확히는 대선에서 윤 당선인을 도운 것이다.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이들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이재명의 당선을 지켜볼 수는 없었다.”

윤 당선인에게 ‘이대남’ 표는 몰리고 ‘이대녀’ 표가 빠졌다. 전략의 성공인가 실패인가.

“이준석 대표가 오해하는 게 있다. 여성 유권자의 표심은 무섭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20~40대 여성 유권자의 투표율이 높다. 정치 관심도 크다. 본인에게 맞는 정책도 꼼꼼히 본다. 사실 윤 당선인을 처음 봤을 때는 그러지(이대녀 표심을 무시) 않았다. 이 대표 영향으로 반(反)여성주의적 행보를 보인 것 같다. 그게 유권자의 실망을 안겼다고 본다.”

윤 당선인과 이 대표 모두 공개적으로 ‘안티 페미’를 말한 적은 없다.

“맞다. 윤 당선인의 경우 외신 인터뷰에서 본인이 페미니스트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여성, 남성을 떠나 인권을 수호하려는 의지가 강한 분이었다. ‘남녀 갈라치기’ 할 후보는 아니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오해가 생겼다. 나는 이게 이 대표 인플루언스(영향)라고 본다. 여성과 남성은 상호 보완하는 존재이지 서로 공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반목과 대립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 극우적 포퓰리스트의 행보다. 이 대표가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이 대표만의 책임으로 볼 수 있을까. 윤 당선인이 토론 과정에서 ‘구조적 성차별’이나 ‘페미니즘’ 관련 질문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얼마 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고문 및 정책위원을 맡았던) 이수정 교수님께서 인터뷰한 걸 본 적이 있다. 교수님께서 ‘(윤 당선인 본인의 생각이 아니라) 보수 정당 후보로서 발언한 게 아닌가’라고 분석하셨다. 나 역시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이제 정당의 후보자가 아니다.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다. 유권자는 이제 그의 입을 바라보고 있다. 윤 후보가 ‘어디’에 서 계신 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만약 (안티 페미니스트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오해를 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산하) 국민통합위원회를 설치했다. 김한길 전 대표님이 위원장으로 가셨는데 충분히 (오해를 풀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김한길 위원장에 대한 기대일까.

“나라가 반으로 쪼개졌다. (김 위원장을) 짧게 뵀지만 정무적 감각이 뛰어나시고 나라에 대한 고민이 깊다. 어른을 찾기 힘든 시대다. 탐욕을 위해 정치가 이용되는 시대다. 내가 본 그 분(김 위원장은)은 그런 분은 아니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부터),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 2021년 12월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부터),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 2021년 12월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가부 폐지를 둔 여야 간 의견차가 크다.

“여가부가 있음으로 다른 부처가 여성 관련 문제에 소홀했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성평등 관련 부서니까 네가 다 알아서 해’라며 모든 일을 여가부에 떠넘기기도 했다. 사실 여가부의 일은 다양한 부처와 해야 한다. 환경부, 법무부, 어느 때엔 농림부와도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여가부의 업무를 각 부처에 할당하고 그 일을 각 부처가 최우선으로 처리한다’, 이런 로드맵이라면 여가부 존폐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가부 폐지에 찬성하는건가.

“여가부를 혁신하는 더 강력한 부처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여가부를 없애겠다는 게 부서의 모든 업무까지 폭파시키고 날려버리라는 게 아니다. 그건 정부 시스템에 마비가 올 정도로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윤 당선인이 이런 기본적인 이해가 없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인수위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을까.”

- 민주당도 박지현 비대위원장 체제로 개편했다. 여성이나 청년층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계획인데, 어떻게 평가하나.

“그런 분(박지현 위원장)이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 박 위원장이 내부를 향해 쓴소리를 많이 하지 않았나. 문제는 청년이든 여성이든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전, 역할이 다 하면 버리는 일들이 많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든 야든 대한민국 시스템 자체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비대위와) 별개로 이재명 전 후보자에게 아직 묻고 싶은 게 많다.”

어떤 질문이 남았을까.

“이 전 후보가 대선 TV토론에서 당내에 성폭행 2차 가해자들이 누군지 모른다 했다. 정말 모르고 있는 건가. 고민정 의원이나 남인숙 의원, 우상호 의원 모두 (피해호소인 등의 발언으로) 2차 가해를 했다. 이 전 후보가 모른다니 당황스러웠다. 민주당이 변하고 싶다면 말로만 할 게 아니다. 조국 사태 때부터 굽어살펴야 한다. 왜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바랬는지, 국민의힘을 비판하면서도 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할 수 없었는지 고민해야 한다.”

- 대선이 끝났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정치판에 보수와 진보 모두 건강하게 존재해야 한다. 정치개혁을 열망했던 한 사람으로서 선거제도 개혁이나 정치개혁 포럼을 준비 중이다. ”

- 거대 양당에서 요청한다면 다시 한번 도울 계획은 있는가.

“제가 뭐라고(웃음).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어디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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