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지금…격리 중 잠깐 문만 나서도 벌금 426만원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8 13:00
  • 호수 1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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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대유행 기세까지 잠재우는 대만 T방역의 비결…국민 스스로 처벌 강화 요구해

3월20일 이른 새벽, 대만에서 한 한국인의 일거수일투족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주인공은 그룹 클론 출신 가수 구준엽이었다. 구준엽이 이날 오전 0시를 기해 10일간의 격리를 마치고, 최근 혼인신고를 한 대만 톱스타 쉬시위안의 자택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대만 TV가 생중계한 방송을 보면, 구준엽은 격리시설이었던 호텔의 지하 주차장에서 방역택시를 타고 나왔다. 주차장 앞에 수많은 취재진과 팬이 진을 치고 있었다. 사실 구준엽이 대만인 아내를 만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3월9일 타이베이로 입국한 뒤 타오위안공항에서 PCR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지정시설에서 몇 시간 동안 기다렸고 음성 판정을 받은 뒤에야, 방역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격리 4일 차와 9일 차에 다시 PCR검사를 실시해 음성 결과를 받아들고서야 호텔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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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8일 대만 타이베이의 한 야시장에서 사람들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AP 연

상황에 따라 더욱 강화된 ‘시행처벌기준’

그러나 구준엽이 완전히 자유로운 몸이 된 것은 아니다. 7일간 쉬시위안의 자택에서 주로 지내며 자율관리를 해야 한다. 구준엽이 이렇게 험난한 과정을 거쳐 아내와 함께 지낼 수 있었던 이유는 대만의 엄격한 방역 관리규정 때문이다. 대만 당국은 코로나19 백신의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입국한 대만인은 자가에서, 외국인은 지정시설에서 10일 동안 격리토록 한다. 그나마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한 뒤 14일이었던 격리기간이 3월7일부터 축소됐다. 따라서 구준엽은 그 혜택을 받아 격리기간이 4일 줄어들었다. 자율관리 기간의 방역조치도 아주 엄격하다.

자율관리 3일 차와 6~7일 차 사이에 각각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로 검사한 뒤, 그 결과를 보건 당국에 문자메시지로 알려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길 때에는 관련 법률에 따라 최고 30만 대만달러(약 128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대만 당국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시행처벌기준’을 따로 두었다. 그동안 시행처벌기준은 계속 업그레이드되면서 처벌과 벌금 강도가 더욱 높아졌고 내용이 세밀해졌다. 실제로 격리 이탈에 대한 벌금이 시간마다 다르다. 격리된 자가나 시설을 잠깐 떠나도 벌금을 무는데, 2시간만 벗어나도 10만 대만달러(약 426만원)를 내야 하고, 3일 이상일 경우 무려 100만 대만달러(약 4260만원)가 부과된다. 주목할 점은 대만 당국의 행정 집행이 아주 철저하고 신속하게 이뤄지고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것이다.

대만의 한 대기업 간부로 일하는 왕리천은 “방역 규정을 위반한 사람은 행정 당국이 끝까지 쫓아가 벌금을 내도록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준엽처럼 해외의 유명 인사가 방문하거나 대만 지도층이 국위를 선양하고 귀국한다 해도 방역에 대한 조치는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전 세계에서 오미크론이 확산되는 대혼돈 속에서도 대만은 3월22일 신규 확진자가 89명에 불과했다. 이 중 79명은 외국에서 유입되었고 국내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고작 10명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추가 사망자는 26일 연속 나오지 않았다. 누적 확진자도 2만2091명에 그치고 있다.

당초 대만 당국은 ‘전염병방지법’으로 일탈 행위를 막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면서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갔다. 격리 중 무단으로 밖에 나가는 사람이 너무 많았고, 그에 반해 처벌 속도는 더뎠다. 이로 인해 대만인들 사이에서 처벌 강화를 원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그래서 생겨난 법이 ‘특별조례안’이었다. ‘특별조례안’은 전염병의 유행 상황에 따라 인신 처벌과 벌금 부과를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시행처벌기준의 내용이 계속 업그레이드되었던 배경이다. 이처럼 탄탄한 법적 제도와 엄격하고 신속한 행정 집행은 대만이 2년 넘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방역에 성공한 기반이 되었다. 이런 점은 방역을 총괄해온 위생복지부의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12월 발간한 ‘코로나19에 대항하며 걸어온 길’은 T방역의 첫 번째 성공 비결을 사스(SARS)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련했던 법적 토대와 이를 현장에서 수행한 전문인력으로 꼽았다. 사스가 일어났을 때 대만은 전염병과 관련된 법률이 전무했고 여러 옥상옥 조직을 두어 혼선을 빚었다. 당시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대만은 전염병방지법을 제정했던 것이다.

 

가짜뉴스 유포 시 1억원 이상의 벌금 부과

위생복지부가 두 번째로 꼽는 성공 비결은 강력하고 일관된 리더십이다. 여기에는 의사 출신인 천스중 위생복리부장이 중심에 있다. 천 부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자, ‘지휘관’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조끼를 입은 채 사무실 내 야전침대에서 생활해 왔다. 지난해에는 퇴근 후에 귀가했지만, 올해 초 오미크론이 해외에서 확산되자 다시 야전침대로 돌아가기도 했다.

천 부장이 전권을 휘두르는 중앙질병지휘센터는 단일 조직이다. 한국처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앙방역대책본부 등으로 분산되어 있지 않고, 오직 천 부장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이런 천 부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권한을 일임한 이는 차이잉원 총통이다. 차이 총통은 전문가에게 방역을 맡기는 대신 국민 소통과 홍보에 주력했다. 지난해 5월 대만이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차이 총통은 자책하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세 번째로 대만 언론 및 인플루언서의 협조와 대만인들의 방역 일상화도 크게 한몫했다. 전염병방지법에는 전염병과 관련된 유언비어나 가짜뉴스를 퍼뜨린 사람은 300만 위안(약 1억2801만원)의 벌금을 내도록 규정했다. 게다가 2019년 5월 개정된 ‘재해방지구조법’에는 유언비어나 가짜뉴스로 인해 사람이 다치면 10년 이하 징역, 사망자가 발생하면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토록 했다. 그래서인지 언론이 코로나19나 백신에 대해 팩트체크 없이 오보를 내는 일이 거의 없었다. 유튜버가 가짜뉴스를 지속적으로 양산하는 행동은 꿈도 꾸기 힘들었다.

물론 코로나19 사태 초기와 지난해 5월 백신 수급난이 불거졌을 때 대만에서도 가짜뉴스가 떠돌았다. 하지만 대만 사법 당국이 즉각 철퇴를 가하면서 가짜뉴스의 반복적인 유포를 막을 수 있었다. 기업인 왕리천은 “코로나19 사태 이래 대만의 상황을 되돌아보면 무슨 상황이 일어났든 초기 대응이 아주 중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국이 초기부터 법과 원칙대로 철저히 대응했기에 대만인들도 평소 조심하며 방역을 일상화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결국 오미크론까지 막아내고 있는 대만의 성공 요인은 법과 행정으로 뒷받침된 시스템, 강력한 단일 리더십, 국민의 전폭적인 협력 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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