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의 붕괴 “하루 사망자 최대 1200명 예상…이런데도 독감 수준?”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8 10:00
  • 호수 1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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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포기한 정치방역 때문” 쓴소리⋯스텔스 오미크론 출현에 “정점 아직 멀었다”

코로나19 유행 2년을 넘긴 현재 국내 인구의 5분의 1이 감염됐다. 정부가 3월24일 발표한 누적 확진자는 1082만2836명이다. 확진이 이 정도라면 실제로 감염된 사람은 2000만 명에 이른다는 전문가 시각도 있다. 국민의 20~30%가 감염된 후 코로나19 유행이 누그러진 외국 사례대로라면 국내 상황도 곧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방역 완화, 느슨한 경각심,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스텔스 오미크론’ 등이 겹치면서 국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의료계는 정부가 이처럼 엄중한 상황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지금이라도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계속 주문하고 있다. 

35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3월22일 서울 은평구 보건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62만1328명. 질병관리청이 3월17일 발표한 코로나19 하루 감염자 수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각각 1159명과 429명으로, 세 가지 지표 모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전 세계 국가 중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는 인구 100만 명당 한국의 하루 확진자 수를 1만2110명으로 집계했다. 같은 날 프랑스(1614명), 영국(1371명), 일본(458명), 미국(135명)보다 월등하게 많은 수치다. 또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도 8.36명으로 미국(5.84명), 프랑스(2.57명), 영국(2.24명), 일본(1.29명)보다 많다. 

우리보다 오미크론 유행을 먼저 경험한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은 오미크론 확산세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미국은 1월 하루 확진자가 90만 명대로 정점을 찍은 후 3월 들어 1만 명대까지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영국(27만 명대에서 5만 명대로), 프랑스(50만 명대에서 8만 명대로), 일본(10만 명대에서 4만 명대로) 모두 감소세다. 이들 국가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부터 정점까지 걸린 기간은 약 30일이다. 그러나 국내 오미크론 유행은 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번 빗나가는 정부의 오미크론 정점 예측 

그나마 정점 시기와 규모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신규 확진자가 8500명대를 기록한 1월25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2월 중 3만 명대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다음 날 1만3000명으로 급증했고 2월5일 3만6000명을 기록했다. 10만 명대 신규 확진자가 나온 2월18일 김 총리는 3월초 17만 명대로 정점을 맞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2월23일 17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러자 김 총리는 2월25일 말을 바꿔 3월 중순 25만 명대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3월4일 26만 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신규 확진자가 28만 명을 넘은 3월11일 김 총리는 “10일 이내에 37만 명이 정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3월16일 40만 명대, 3월17일 60만 명대를 기록했다. 

총리의 예측은 매번 얼마 되지 않아 빗나갔다. 그러자 정부는 아예 코로나19 정점 시기와 규모가 불투명하다고 발표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3월21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변이 중 BA.2(스텔스 오미크론)의 점유율이 상승하고, 신속항원검사로도 확진을 인정하게 되면서 유행 정점까지 기간이 지연되고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방역정책이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많은 상수를 넣은 모델링으로 코로나19 유행 시기와 규모를 전망한다. 그 상수 중 하나가 정부의 방역정책이다. 그런데 너무 자주 바뀌는 탓에 방역정책은 상수가 아닌 변수가 됐다. 그래서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과 규모를 예상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코로나19가 점차 심각해지는데도 정부는 꾸준히 느슨한 방역정책을 내놨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다며 영업시간을 밤 9시에서 10시, 다시 11시까지 늦췄고 출입명부 작성이나 방역패스도 중단했다. 이런 조치는 국민의 경각심을 떨어뜨려 코로나19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60세 미만은 PCR(유전자 증폭)검사조차 받을 수 없으며, 재택치료는 거의 방치 수준이다. 가족 중에 확진자가 있어도 나머지 가족은 일상생활을 하도록 했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가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라는 것이 아니다. 심각한 상황을 사실대로 밝혀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도 코로나19가 독감 수준이라며 오히려 경각심을 더 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와 치료를 제대로 받기 어렵게 되자 증상이 있어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생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확진되더라도 사실상 치료도 받지 못한다. 오미크론에 걸려도 증상이 심하지 않은 데다 회복 후 면역이 더 세진다고 한다. 따라서 일반인들 사이에선 차라리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이 낫겠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전문가들은 위험한 인식이라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첫째, 고령층은 물론이고 30·40대 젊은 층도 치명률이 0.01%로 위험하기 때문이다. 1만 명 중 1명은 사망하는데 자신이 사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둘째, 자신이 바이러스를 퍼뜨려 고령자·고위험군·영유아·가족·동료 등을 사망하게 만들 수 있다. 셋째, 백신 접종과 오미크론 감염으로 면역이 세진다고 해서 더 감염되지 않는다고 100% 장담할 수 없다. 김우주 교수는 “오미크론에 걸린 뒤 스텔스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례가 외국에서 보고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델타 감염자가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례도 있다. 현재 늘고 있는 스텔스 오미크론에 재감염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망 위험도 있어 코로나19에 걸리는 게 낫겠다는 인식은 러시안룰렛(회전식 권총에 하나의 총알만 장전하고 머리에 총을 쏘는 목숨을 건 게임)과 같은 것이므로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코로나19는 ‘지코위독’ 상황”

그럼에도 정부는 오미크론과 독감의 치명률(0.05~01%)이 비슷하다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현재 국내 코로나19의 단기 치명률은 0.13%다. 그러나 연령별로 따지면 80세 이상의 코로나19 치명률은 3.13%, 70대는 0.88%, 60대는 0.2%로 독감보다 높다. 게다가 백신을 맞지 않으면 치명률은 독감의 5배까지 높아진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의 집계에 따르면 세계 코로나19 치명률도 약 1.3%다. 또 독감으로는 한 시즌에 2000~3000명이 사망하는데, 이는 하루 20~30명꼴이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19로 하루에 사망하는 사람은 약 400명으로 독감의 10배 이상이다. 장례식장과 화장장이 부족해 6~7일장까지 치르는 지경이다.

게다가 코로나19는 독감과 달리 후유증이 뒤따른다. 김우주 교수는 “지록위마(사슴을 말이라 한다)에 빚대 ‘지코위독’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코로나19를 독감이라고 하는 것이다. 독감 환자는 코로나19처럼 그렇게 하루에 62만 명씩 발생하고 400명씩 죽지 않으며, 장례식장과 화장장이 부족했던 적도 없었다. 무엇보다 독감은 앓고 난 후엔 후유증이 없지만 코로나19는 롱코비드(long COVID) 증후군이라는 장기 증후군이 있다. 고령자나 기저질환자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도 일부는 코로나19 회복 3개월 후 우울·체중감소·근육통·관절통·두통·소화불량·인지장애 등 다양한 후유증으로 재활치료를 받는다. 올여름 롱코비드 증후군 환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심각한 상황은 매일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3월초 하루 100명씩 사망하더니 3월 중순 이후 사망자 1000명이 발생하는 데 3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3월16일 1만1052명이던 누적 사망자는 19일 1만2101명, 22일 1만3141명으로 증가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사망률(3월16일 기준)은 인구 100만 명당 8.36명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사망률은 1.48명이었다. 치명률이 낮으니 안심하라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 좋지 않은 징조는 신규 확진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18.3%나 된다는 점이다. 1월말에는 8% 정도였다. 확진자 중 18세 이하가 24.3%로 높은 데다 11세 이하는 백신 접종도 안 된 상태다. 9세 이하 사망자가 8명 발생했다. 앞으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가 치명률만 놓고 코로나19가 독감 수준이라는 것은 코끼리 꼬리만 만지며 코끼리를 상상하는 셈이다. 절대 사망자 수를 봐야 한다. 현재 하루 약 400명의 사망자 수는 앞으로 지금의 3배인 약 1200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 확진자가 늘어난 후 2~3주 뒤에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산수지만 합리적 추정이 가능하다. 2021~22년 겨울의 초과 사망자가 올여름쯤 계산될 텐데, 세계 의학저널인 ‘랜싯’에 보고된 관련 연구가 있다. 코로나19로 사망한 세계 인구는 약 600만 명인데 초과 사망(코로나19 이전보다 사망자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영향을 뜻함)은 그 3배인 1800만 명이라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3월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지금이라도 솔직히 인정하고 방역 강화해야” 

정부도 2월18일 위중증 환자가 하루 2500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에서 2급 감염병으로 전환할 것을 검토 중이다. 코로나19를 홍역이나 결핵과 같은 수준으로 보는 것이다. 김우주 교수는 “홍역과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비슷하다. 감염재생산지수(R)가 오미크론은 10~14, 홍역 12~15로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홍역 환자를 철저히 격리한다. 그런데 코로나19 환자는 일반 환자와 섞여있는 현실이다. 정부는 병상 가동률에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병원 현장은 아비규환이다.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병상이 비어 가동률이 낮아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집단감염 관련 사망자가 전체 사망자의 34.5%다. 관리가 안 되고, 위급할 때 큰 병원으로 이송도 안 된다는 의미다. 재택치료자는 곧 2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다. 특히 집중관리군이 28만 명을 넘었는데 전화상담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정부는 입원 대기 환자가 없다지만, 지금 국민이 입원하고 싶을 때 제때 입원할 수 있나. 숫자만 보고 코로나19 상황을 판단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3월23일 기준 백신 3차 접종자는 인구의 약 63%다. 백신의 감염 예방은 약 74%다. 3차 접종을 마친 지 10주가 지난 사람이 절반가량 된다. 그만큼 백신 효과를 보는 사람이 적다는 얘기다. 또 스텔스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 3차 접종으로 항체가 생겼더라도 10주가 지나면 절반가량으로 준다. 따라서 백신 접종으로 항체를 가진 사람은 약 30%다. 여기에다 코로나19에 감염돼 항체를 얻은 사람이 20%라면 전체 인구의 50%가 코로나19에 대한 항체가 있다. 이 정도로는 집단면역 효과를 볼 수 없다. 게다가 지금은 오미크론보다 전파속도가 1.5배 빠른 스텔스 오미크론 검출률이 41%로 높아졌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솔직히 인정하고 양해를 구해 거리 두기를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고위험군을 치료하는 양면 전략을 짜야 한다. 그래야 사망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3월21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비상대응특별 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현 정부의 방역정책은 정치방역”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코로나19비상대응특별위원회(코로나특위)는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안철수 위원장은 3월22일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의 방역정책은 정치방역이라고 평가한다. 무너진 정치방역의 폐허 위에 과학방역이라는 든든한 성을 지어야 한다”며 7가지 권고안을 제시했다. 예컨대 재택치료자의 대면 진료를 늘리고 고령자·기저질환자 등을 최우선 진료하는 패스트트랙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권고안은 3월24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월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성실하게 협의하면서 해당 내용들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3월21일 첫 회의를 가진 코로나특위는 앞으로 주 3회씩 회의를 열기로 했다. 코로나특위는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전병률 전 질병관리본부장,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등 방역·경제 전문가 20명 안팎 규모로 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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