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르포] 지쳐가는 일본 시민들 “위드 코로나 환영”
  • 박대원 일본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8 12:00
  • 호수 1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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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수 2만 명대 일본, 방역규제 전면 해제 결정
전문가의 감염 재확산 가능성 지적에 “시민들 스스로 자제” 요청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본 정부가 실시해온 ‘만연 방지 등 중점조치’(이하 중점조치)가 3월22일 전면 해제되었다. 중점조치는 일본의 최고 방역규제 단계인 ‘긴급사태’보다 한 단계 낮은 조치로, 음식점 영업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단축하거나 사적 모임 인원을 4명 이하로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주된 내용이다. 중점조치 전면 해제로 음식점들은 기존 영업시간을 회복했으며, 대형 이벤트 입장객 수 제한 또한 크게 완화되어 입장객이 함성을 지르지 않는 이벤트의 경우 인원 제한이 철폐되었다.

중점조치 해제 결정과 관련해 기시다 총리는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기간으로 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일본 정부가 여행 경비의 최대 절반을 지원하는 ‘고투 트래블’ 캠페인도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와 오사카를 포함한 18개 지역에서 중점조치가 적용된 마지막 날인 3월21일, 일본 전역에서 발생한 확진자 수는 2만7701명으로 하루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넘었던 지난 2월에 비해 3분의 1 이하로 감소한 모습이다.

동일본 대지진 10주년인 3월11일 도쿄에서 시민들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지진과 쓰나미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에 참여하고 있다.ⓒAFP 연합

벚꽃 개화에 도심 곳곳 인파로 북적

일본의 의료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역규제 해제조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상반된 견해가 존재한다. 먼저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에 대해 조언하는 분과회에 소속된 전문가 중 일부는 중점조치 해제에 ‘소극적으로 찬성’했으며, 오미 시게루 회장도 “벚꽃놀이 등을 앞두고 있어 감염 확산 우려가 있으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후생노동성의 코로나 자문위원단은 감염자 1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인 ‘실효 재생산수’가 1에 가까운 상황을 지적하며, “연도 말(3월)이라는 상황이나 신규 변이 바이러스 출현 등 신규 감염자 수 증가 압력이 강해져 감염이 재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아이치현 의료체제 긴급확보팀의 기타가와 요시미 통괄관은 “지금까지는 입원자 수가 어느 정도 감소한 뒤 중점조치가 해제돼 왔으나, 이번에는 감염자 수는 줄어도 감염환자용 병상이 아직 50~60%나 차 있어 의료현장에는 코로나 제6파(여섯 번째 유행)가 계속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방역규제 해제로 코로나와의 공존을 선언한 정부 방침을 수용한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먼저 일본의사회의 나카가와 토시오 회장은 “중점조치의 효과는 강력하지만 사회·경제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며 “정부가 코로나와의 공존으로 크게 방향 전환을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한다”고 말했다. 도쿄 오오모리 적십자병원의 나카세 히로후미 원장도 “입원자 수는 2월 하순이 피크로, 약간 여유가 생겼다”며 “검사키트나 치료약, 먹는 약 등을 충분히 구비해 코로나를 보통의 질병으로 되돌리는 방식을 생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점조치 해제 직전이었던 3월19일부터 21일은 일본의 3일 연휴로, 도심 곳곳이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벚꽃 개화 시기와 겹친 탓에 도쿄의 벚꽃 명소 중 하나인 나카메구로(中目黒)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벚꽃놀이를 자숙해 달라는 도쿄도의 요청에도 강변을 따라 막 피기 시작한 벚꽃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벚꽃을 구경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벚꽃 구경을 나온 시민 K씨(남·20대)에게 일본 정부의 방역규제 해제 결정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K씨는 방역규제 해제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중점조치 해제로 일상생활이 크게 바뀌는 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점조치 해제 이전부터 사무실 출근이 재개되어 이미 외출과 외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단, 방역규제가 전면 해제됨으로써 지역 간 이동이 활발해지면 혹시 감염이 다시 확산되지나 않을까 하는 일말의 불안감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스텔스 오미크론’ 등 신종 변이 바이러스 출현이 계속되는 가운데 자국민 및 외국인의 출입국 규제가 완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비즈니스 목적이나 유학생에 대한 규제를 먼저 완화한 뒤,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광객 입국 제한 완화까지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입장을 밝혔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회복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부진한 부스터샷 접종률과 관련해서는 “일본도 조만간 3차 접종률이 50% 정도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나는 2차 접종 당시 부작용을 겪었기 때문에 아직 3차 접종을 하지 않았다. 4차·5차 접종까지 계속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일본 국민 48% “방역규제 해제 적절해”

도쿄는 3월22일 중점조치 해제 이후에도 시민들에게 벚꽃놀이 자숙을 요청하며 요요기공원·우에노공원 등 주요 6개 도립공원(벚꽃 명소)에 대해 입장 제한조치를 계속하고 있다. 마스크를 벗은 채 회식을 하거나, 벚꽃놀이로 인해 사람들이 모여 감염 리스크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연도 말(3월)은 사람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다. 감염 재확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고 싶다”며 시민들의 ‘자숙’을 요청했다. 음식점에서 테이블당 수용인원을 4명 이내로 하는 조치나 주류 제공시간을 저녁 9시까지로 하는 내용의 자숙 요청도 계속하기로 했다.

이처럼 중앙정부 차원의 방역규제 해제 이후에도 지자체의 자숙 요청이 계속되는 가운데, 아사히신문이 3월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의 중점조치 전면 해제 결정에 대해 일본 국민의 48%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 빠르다’는 반대 의견은 30%, 반대로 ‘너무 느리다’는 의견은 17%로 각각 나타났다. 기시다 내각의 코로나19 대책 전반에 대해서는 일본 국민의 51%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으며, 35%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해 긍정 평가가 더 높게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이 3월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앞으로 자숙 생활을 어느 정도 참을 수 있는가’를 물은 데 대해 응답자의 약 70%가 ‘최대 1년’이라고 답했던 점을 고려할 때, 일본 국민은 정부의 ‘위드 코로나’ 방침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4월부터 시작되는 신학기 및 새로운 연도를 맞아 일본 사회가 코로나와의 공존을 통해 경기침체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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