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과 드라마의 시너지는 ‘쭉’ 이어진다
  • 정덕현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2 12:00
  • 호수 1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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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원작 드라마 전성시대…유망작 어떤 것이 있을까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의 원천 데이터로 자리매김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엔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웹툰 원작 콘텐츠들이 소개되면서 그 관심이 다시 웹툰 원작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킹덤》 《스위트홈》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사내맞선》 등의 공통점은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OTT를 통해 글로벌한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외에도 이들 작품에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건 바로 웹툰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들이고, 이들 작품이 성공함으로써 원작 웹툰의 인기 또한 동반 상승하는 선순환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왼쪽부터 MBC 드라마 《내일》과 SBS 드라마 《사내맞선》 포스터
왼쪽부터 MBC 드라마 《내일》과 SBS 드라마 《사내맞선》 포스터ⓒMBC·SBS 제공

K드라마 열풍, 원작 웹툰 인기로 이어져 

최근 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서 전 세계 TV쇼 부문 순위 2위(4월5일 기준)까지 오른 《사내맞선》은 드라마 방영을 기점으로 원작 웹툰이 국내에서 거래액 1위를 기록한 건 물론이고 태국에서 10배, 인도네시아와 대만에서 13배가량의 조회 수 급등을 보였다. 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일본 픽코마(카카오재팬)에서 작품 매출이 2배가량 증가했고, 북미 타파스(카카오 북미 웹툰, 웹소설 플랫폼)에서도 3월 1주 차 누적 매출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내맞선》은 최근 K멜로라고도 불리게 된 한국 멜로드라마 열풍을 잇는 드라마였다. 4월5일 플릭스 패트롤의 TV쇼 부문을 들여다보면 그 열풍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실감하게 된다. 《사내맞선》이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기상청 사람들》이 각각 5위, 7위를 기록했다.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신드롬을 만들 때도 《갯마을 차차차》가 꾸준한 인기를 끌었고, 《지옥》이 화제가 됐을 때도 《연모》가 꾸준히 톱10에 들어갔을 정도로 K멜로는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사랑받았다. 《사내맞선》은 원작 웹툰이 큰 인기를 모아 드라마화됐지만, 너무 익숙한 클리셰가 많아 성공할 수 있을까 의심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클리셰를 뒤틀어 코믹하게 풀어냄으로써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었고, 그 인기는 다시 원작 웹툰으로 이어졌다. 

《사내맞선》처럼 웹툰 원작의 드라마들이 큰 성공을 거둔 후 원작 웹툰의 인기로 이어지는 시너지는 이제 익숙한 일로 자리 잡았다.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후 글로벌 순위 1위에 오르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던 《지금 우리 학교는》도 드라마 공개 후 원작 웹툰의 주간 조회 수가 약 80배, 주간 거래액은 59배 증가했다고 네이버 웹툰은 밝힌 바 있다. 또 연상호 감독의 《지옥》 역시 글로벌 열풍을 일으키며 원작 웹툰 또한 첫 2주간 주간 평균 조회 수가 약 22배, 결제자 수도 약 14배 증가했다고 한다. 

넷플릭스 웹드라마 《스위트홈》의 한 장면ⓒtvN 제공

IP 사업으로 가시화된 시너지 

물론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으로 자리한 건 꽤 오래됐다. 《26년》(2012),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내부자들》(2015), 《신과 함께》(2017) 같은 영화들이나 《미생》(2014), 《김비서가 왜 그럴까》(2018), 《좋아하면 울리는》(2019), 《타인은 지옥이다》(2019) 같은 드라마들이 모두 웹툰을 원작으로 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제 ‘성공한 웹툰=리메이크’라는 콘텐츠 업계의 공식이 만들어졌다. 

이 기반 위에서 원작 웹툰을 확보하기 위해 이른바 IP(지식재산권) 사업이 본격화됐다. 국내 웹툰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카카오나 네이버는 일본, 북미 등에 진출하며 사업을 글로벌화했다. 일본 시장에서 K웹툰의 성장은 그래서 드라마틱하다. 한때 망가와 재패니메이션으로 불리며 전 세계 만화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의 만화앱은 사실상 현재 카카오와 네이버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시장을 양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K웹툰에 날개를 달아준 건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다. OTT를 통해 K콘텐츠들이 각광받으면서 그 원작 웹툰 사업 또한 급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순환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이태원 클라쓰》다. 본래 2017년 ‘롯폰기 클라쓰’라는 제목으로 일본 웹툰 시장에 들어갔지만, 3년 뒤인 2020년에 비로소 주목을 받은 것. 그 이유는 드라마로 만들어진 《이태원 클라쓰》가 넷플릭스를 통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웹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롯폰기 클라쓰’는 이제 일본판 리메이크를 확정 지었다. 《이태원 클라쓰》라는 원작 웹툰 IP 하나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까지 웹툰과 리메이크를 오가며 엄청난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콘텐츠 비즈니스는 웹툰, 영화, 드라마, 게임까지 망라된 IP 사업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따라서 웹툰이 영화화, 드라마화되기도 하지만, 이것이 동시에 이뤄지는 사례도 생겼다. 《그 해 우리는》 같은 작품이 그렇다. 프리퀄로 먼저 한경찰이 그린 《그 해 우리는-초여름이 좋아》가 웹툰으로 공개됐고 이어서 드라마가 방영됨으로써 웹툰과 드라마의 세계관이 연결되고 확장되는 시너지를 만든 것이다. 

넷플릭스 웹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과 《킹덤: 아신전》의 한 장면ⓒ넷플릭스 제공

올해도 계속될 웹툰 원작 드라마들 

이러한 웹툰과 드라마의 시너지는 올해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그 주력 장르는 크게 보면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고정적인 팬덤이 형성된 멜로와 최근 글로벌 열풍을 이끌고 있는 판타지 장르물로 양분된다. 

《오늘도 사랑스럽개》를 연재했던 이혜 작가 원작의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환생을 거듭하며 19회 차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 반지음이 18회 차 인생에서 만난 운명의 남자 문서하와 다시 만나면서 펼쳐지는 판타지 로맨스다. 워낙 원작 웹툰이 큰 인기를 끌어 드라마화가 확정된 이 작품은 최근 로맨스 장르의 한 계보를 만들고 있는 판타지 로맨스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작년에 방영돼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깬 작품으로 주목받았던 《유미의 세포들》도 시즌2가 제작돼 올 상반기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시즌1이 유미가 구웅을 만나 겪는 사랑과 이별을 그 내적 세계의 세포들이 겪는 스펙터클한 이야기로 엮어냈다면, 시즌2는 마케팅팀 유바비(박진영)를 주축으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한다. 나윤희 작가의 원작 웹툰으로 드라마 제작이 확정된 《고래별》은 독립운동가를 사랑한 수아라는 인물을 다룬 작품으로 시대극에 로맨스가 더해졌다. 신비롭게 느껴지는 아름다운 원작 웹툰의 분위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 기대된다. 

한편 장르적 재미와 더불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도 예정되어 있다. 현재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내일》은 라마 작가의 원작 웹툰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자살 위험이 높은 이들을 특별 관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저승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승세계를 구현해 내는 판타지적 요소들과 더불어 자살이라는 소재를 통해 끄집어낼 현실에 대한 메시지가 주목되는 작품이다. 강풀 원작으로 초능력자들이 등장하는 《무빙》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로 소개될 예정이다. 직접 드라마 대본에 참여한 강풀 작가를 비롯해 조인성, 한효주, 차태현, 류승룡, 박희순 같은 배우 캐스팅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작품. 또 제주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퇴마물 《아일랜드》나, 못생긴 얼굴을 가리고 BJ를 하는 인물이 겪게 되는 사건들을 다룬 《마스크걸》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 중이다. 그리고 이들 드라마의 성공은 또다시 원작 웹툰 열풍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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