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확실성 키우는 3대 이슈…스텔스 오미크론·트윈데믹·4차 접종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2 10:00
  • 호수 1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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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언급 늘어…“‘숫자 방역’ 아닌 ‘생명 방역’ 필요” 지적도

국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는 3월17일 약 62만 명을 정점으로 완만하게 감소하고 있다. 정부는 사실상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4월4일 브리핑을 통해 “위중증 환자는 지난달 31일 1315명이 최대치였던 것 같다. 많이 증가하는 현상 없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거리 두기가 모두 해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의료계는 3가지 불확실성 이슈를 제기하며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사적 모임 인원을 8인에서 10인까지,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밤 12시까지 완화한 4월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 거리 두기 완화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시사저널 박정훈

이슈 1: 우세종 된 스텔스 오미크론 확산 우려

첫 번째 이슈는 스텔스 오미크론의 유행이다.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스텔스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람이 3월 마지막 주(20~26일) 56.3%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우세종이 된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 기존 오미크론 변이 검출 방식으로는 잡히지 않아 스텔스(stealth·은폐)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유전자증폭(PCR)검사나 신속항원검사로 잡아낼 수 있다.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세계 각국에서 오미크론에 감염된 후 다시 스텔스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스텔스 오미크론은 기존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1.3~1.5배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에서 최근 확진자와 입원 환자가 모두 증가하는 것도 스텔스 오미크론 탓이다.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를 보면 2월27일 2만5000명대까지 감소했던 영국의 하루 확진자 수는 3월29일 9만 명을 넘어섰다. 입원 환자도 같은 기간 1만 명대에서 1만9000명대로 거의 2배로 증가했다. 

일본에서는 스텔스 오미크론의 독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도쿄대 연구팀이 기존 오미크론과 스텔스 오미크론을 햄스터에게 감염시킨 뒤 폐를 부검했더니 스텔스 오미크론이 기존 오미크론보다 폐에 독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텔스 오미크론에 걸린 햄스터는 체중도 더 많이 빠졌고 폐활량과 산소포화도도 더 낮았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영국과 덴마크의 임상 중증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전파력은 크지만 위중증률이 기존 오미크론 변이와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월부터 현재까지 국내에서만 1200만 명 이상이 오미크론이나 스텔스 오미크론에 감염됐다. 많은 사람이 감염됐으므로 코로나19 유행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면역은 평생 지속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면 방어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오미크론 감염 3개월 후 스텔스 오미크론에 재감염될 우려가 있다. 더구나 방역을 푼 상황에서 전파력이 높은 스텔스 오미크론이 확산하면 코로나19 감소 추세가 급격히 줄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다시 한번 큰 유행이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4월4일 서울역 임시 선별검사소가 한산한 모습이다.ⓒ 시사저널 박정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4월4일 서울역 임시 선별검사소가 한산한 모습이다.ⓒ 시사저널 박정훈

이슈 2: 올겨울 코로나19와 독감 동시 유행 가능성

두 번째 이슈는 새로운 변이의 출현이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3월31일 화상 언론 브리핑을 통해 3가지 시나리오를 내놨다. 우선 접종과 감염으로 인해 면역이 높아짐에 따라 병의 중증도는 감소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면역이 감소하므로 환자와 사망자가 주기적으로 급증할 수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덜 심각한 변이가 출현해 추가 접종이 필요 없는 상황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독성과 전염성이 모두 높은 변이가 나타나 그동안 접종과 감염으로 획득한 면역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팬데믹이 리셋(reset)되며 세계가 또다시 취약해질 수 있다. 

감염이든 백신 접종이든 사람이 항체를 획득하면 바이러스는 변이를 통해 생존을 꾀한다. 그래서 5~6개월마다 ‘우려 변이’가 출현했다. 2020년 9월 알파, 10월 베타, 2021년 11월 오미크론 변이에 이어 최근에는 오미크론과 스텔스 오미크론이 혼합한 변이 ‘XE’ 감염 사례가 해외 곳곳에서 확인됐다.

김우주 교수는 “여름에는 주로 실외 생활이 늘어 감염병 유행이 상대적으로 적다. 문제는 올겨울 오미크론이나 독감이 크게 유행할 가능성이다. 또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도 우려된다. 특히 독감은 그동안 크게 유행하지 않았고 백신 접종도 적어 집단면역 수준이 낮아 크게 유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는 올겨울 코로나19 변이와 독감 유행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전망에 대해 정부는 불안감 조성이라면서 준비하지 않은 채 막상 유행을 맞으면 왜 대비하지 않았냐는 비판을 받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시사저널 최준필
추가 접종이 시작된 2021년 10월1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인이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이슈 3: 일반인에 대한 백신 4차 접종 여부

세 번째 이슈는 일반인에 대한 백신 4차 접종 여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3월30일 50세 이상 성인에 대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4차 접종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했다. 3차 접종일로부터 최소 4개월이 지난 50세 이상 미국인은 4번째 백신주사를 맞을 수 있다. 백신을 접종한 지 4~6개월이 지나면 항체가 떨어지므로 감염 예방 효과도 감소한다. 따라서 4차 접종은 3차 접종의 부스터샷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4차 접종 대상 연령이 왜 ‘50세 이상’일까. 애초 화이자는 FDA에 4차 접종 대상으로 ‘65세 이상’을 요청했다. 그러나 FDA는 승인 대상 연령을 50세 이상으로 확대하면서도 근거를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4차 접종이 고령층 사망과 입원을 예방할 수 있다는 최근 이스라엘의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과학자들은 최근 60~100세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4차 접종을 마친 고령자의 코로나19 사망률이 3차 접종자의 사망률보다 78% 낮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연구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60세 이상이기 때문에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FDA의 승인 결정을 뒷받침한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도 4차 접종에 대한 과학적 증명이 불완전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4차 접종은 3차 접종을 마친 면역저하자와 요양병원·요양시설과 정신건강증진시설의 입원·입소자·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2월14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3월30일 0시 기준 누적 4차 접종자는 26만3851명이다. 김우주 교수는 “고령자,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에게 4차 접종은 이득이 있다. 중증 사망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요양원과 요양병원 근무자와 면역저하자에게 4차 접종을 권고한다. 그런데 오미크론 유행과 감염으로 4차 접종 시기가 늦은 감이 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곳에서는 접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젊은 성인에게 4차 접종이 필요할까. 이스라엘 최대 의료기관인 셰바메디컬센터는 3월16일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게재한 연구논문에서 자체 의료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백신 4차 시험접종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 후 4개월이 지난 274명의 의료진에 화이자(154명), 모더나(120명) 백신을 추가로 접종한 뒤 같은 수의 3차 접종자와 비교했다. 그 결과 4차 접종을 받은 젊고 건강한 사람의 감염 예방 효능은 3차 접종과 비교해 보통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우리 보건 당국의 생각은 무엇일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3월28일 열린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전문가들의 검토 결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4차 접종을 하는 것은 이득이 그렇게 크지 않다. 계속 정보를 업데이트하면서 주기적으로 필요성에 대해 검토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FDA가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백신 4차 접종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국내 방역 당국은 고령자에 대한 4차 접종을 검토할 움직임을 보였다. 권근용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관리팀장은 3월30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국내에서도 면역저하자와 고령자에 대한 4차 접종 여부를 모니터링·검토하고 있다. 4차 접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50대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나라는 없다. 국내에서도 고령자 중심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내 마스크 착용 외 모든 방역 해제 움직임

이와 같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방역 당국은 거리 두기를 꾸준히 완화하고 있다. 4월1일 사적 모임 인원 제한과 영업시간을 ‘8명·23시’에서 ‘10명·24시’로 늘렸다. 이 방역정책은 4월4일부터 18일까지 2주간 시행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4월1일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사회 각계 목소리를 들었고 인수위 의견도 들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다. 오미크론 이후 상황을 대비해 전반적인 방역체계 개편을 미리 준비하겠다. 위중증 사망을 줄여나가면서 남아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과감하게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날 발표가 사실상 마지막 방역지침이며, 이후에는 ‘완전 해제’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발생 시 지급해 오던 장례지원비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4월5일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4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5%를 넘었다. 그러나 검사받지 않은 사람 등까지 합하면 실제로는 국민의 50%까지 감염됐을 것으로 의료계는 추정한다. 김우주 교수는 “병원 중환자실이 사실상 꽉 찼고 국민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해법을 내놓지 않고 방역만 완화한다. 방역을 강화하지는 못하더라도 기존 방역 수준이라도 유지하며 발생 상황을 봐야 한다. 오미크론 치명률을 기반으로 한 ‘숫자 방역’이 아니라 국민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리려는 ‘생명 방역’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감염 회복 이후 계속되는 잔기침?

코로나19 감염자가 크게 늘었다. 감염으로 면역을 획득하게 됐지만 회복 후에도 잔기침이나 마른기침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람이 많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호흡기에 생긴 생채기 때문에 기침이 나오는 것이다. 평소 물을 충분히 마시고 실내가 건조하지 않도록 습도를 유지하며 단백질을 잘 섭취하면 자연 치유된다. 그러나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면 병원 진료를 받고 진해제를 처방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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