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안 돼”…민주당이 ‘검수완박’ 가속페달 밟는 배경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1 15: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은 尹 지지율에 기류 전환…‘역풍’ 우려에도 “일단 드라이브”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4월 임시국회 안에 강행 추진하려는 기류마저 읽힌다. 1년 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사퇴로 소강 국면을 맞이했던 ‘검수완박’ 갈등 구도가 재연될 조짐이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카드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윤석열 신임 정부 출범을 앞두고 당내에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여기에 윤 당선인의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 역시 민주당의 강한 드라이브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 연합뉴스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 연합뉴스

“尹거부권 막아라”…민주, 文 임기 내 ‘검수완박 강행’ 기류

11일 민주당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재추진하는 이유로 ‘윤석열 당선인의 거부권 행사’가 공통적으로 거론된다. 윤석열 당선인이 검‧경 수사권 재조정 의사를 내비친 만큼, 오는 5월 대통령 임기 시작 이후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민주당은 172석의 의석수를 확보하고도 개혁입법 처리에 제동을 받게 된다.

이에 민주당은 거부권 행사 변수가 없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 ‘검수완박’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사견임을 전제로 “그렇다”고 답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같은 날 “검찰이 윤 당선인의 검찰공화국 만들기에 행동대장을 자임하는 것인가”라며 ‘검수완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이 ‘검수완박’의 의지를 드러낼수록 국민의힘과 검찰의 반발이 동시에 거세지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의 카운터 파트너 격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검수완박’은 천인공노할 범죄”라며 강한 질타를 쏟아냈다. 검찰 내에서도 집단 반발 움직임이 관측됐다. 친정권 성향인 김오수 검찰총장도 이날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이례적으로 ‘검수완박’에 공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4월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집무실로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인수위사진기자단
4월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집무실로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인수위사진기자단

“생각보다 낮은 尹지지율, 민주 ‘검수완박’에 자신감 불어넣어”

민주당의 검찰개혁 드라이브가 비판에 직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추진할 때마다 강한 반대 기류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해 3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검수완박’은 헌법 정신 파괴”라며 직을 내던지던 때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후 민주당은 대선 국면에 돌입하면서 여론을 고려해 ‘검수완박’을 사실상 중단했다. 대선을 앞두고 강성 지지층 입맛에 맞는 ‘검수완박’을 고집하는 것이 중도층 확장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1년여 지난 현재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검수완박’을 꺼내든 배경은 윤 당선인의 낮은 지지율을 고려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윤 당선인의 국정수행 긍정 전망은 50%선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역대 당선인의 국정수행 기대치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 리얼미터
4월11일 발표된 리얼미터 자체 여론조사 결과(4~8일, 2518명 대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수행 긍정 전망이 50.4%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 리얼미터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윤 당선인에 대한 지지율이 생각보다 낮은 것이 ‘검수완박’ 추진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해당 의원은 “대선 전후로는 ‘검수완박’을 앞서서 말 하면 안 되는 게 당내 분위기였다. 민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최근 당내 기류가 바뀌었다. 다들 누구나 할 것 없이 ‘검수완박’을 빠르게 추진하자는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오는 12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검수완박’의 당론 추진 여부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당 일각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데 대한 자성론도 분출하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이 ‘검수완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당론 채택 가능성은 크게 점쳐진다. 

현재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은 검찰에 남아있는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을 모두 박탈하고 기소권만 남겨놓는 게 핵심이다.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이나 특별수사청 등의 외부기관을 만들어 넘기거나 경찰로 넘기는 등의 안이 논의 중이다. ‘검수완박’이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될 경우, 민주당은 윤 당선인 취임 전인 4월 임시국회 내 통과를 목표로 관련 법안 처리 계획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