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7대 검증' 민주당, '가정폭력' 최종환 파주시장 재선 길 열어주나
  •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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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예외 없는 부적격자’ 기준에서 가정폭력 ‘형사 처분’만 한정 적용
시민단체 “가정폭력에 사실상 면죄부 준 것”

‘가정폭력’이 인정돼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중징계(당원자격 정지 3개월)를 받은 최종환 파주시장이 6.1지방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이 최 시장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가정폭력을 '예외 없는 부적격자 7대 심사 기준'으로 지정했지만, 형사 처분을 받은 경우로만 한정했다. 그러나 가정폭력의 특성상 형사 처분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가정폭력이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강력하게 존치를 주장했던 여성가족부는 가정폭력에 대해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민주당은 현실성 없는 기준으로 가정폭력을 용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종환 파주시장
최종환 파주시장

 

민주당, 최 시장 ‘가정폭력’ 징계...제명에서 당원정지로 감형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4월6일 12차 당무위원회에서 6·1지방선거 관련해 세부적인 공천 심사 기준을 확정·승인했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 패배 이후 공직후보자 관련 '예외 없는 부적격 심사기준'으로 7대 기준을 내세웠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 적용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민주당이 내세운 7대 기준은 강력범, 음주운전과 뺑소니 운전, 성폭력 및 성매매, 가정폭력, 아동학대, 투기성 다주택자 등이었다.

그런데 가정폭력과 관련한 적용 기준은 △형사처분으로 인한 벌금 이상의 유죄 판결 △기소유예를 포함한 형사처분 시(時) △당 윤리심판원 등으로부터 가정폭력으로 제명된 자 등이다.

이와 관련해 안소정 한국여성정책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실제 가정폭력의 정도에 비해 처벌 받거나 법적 판단을 받은 경우가 굉장히 적은 데도, 민주당은 실제 처벌 받은 사람들만을 공천 기준으로 삼았다"며 "법적 처벌과 상관없이 피해자가 존재하고 폭력의 가해자가 지목된 상황이다. 법적 처벌만이 문제가 된다는 인식은 가정폭력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정폭력의 가장 큰 문제는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사건의 신고율은 1%대로, 기소율은 9%대로 보고 있다. 즉, 가정폭력을 겪은 1000명 중 10명 정도가 신고를 하며, 그 중 1명만 처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12월 경찰청의 '가정폭력 검거 및 조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가정폭력 검거 인원은 △2016년 5만3511명 △2017년 4만5264명 △2018년 4만3576명 △2019년 5만9472명 △2020년 5만2431명 등 총 25만4254명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구속 인원은 503명·384명·355명·490명·330명 등 모두 2062명으로, 검거 인원 대비 0.8%에 불과했다.

기소율(법무부 및 대검찰청 통계) 역시 △2016년 8.5% △2017년 9.6% △2018년 10.6% △2019년 9.4% △2020년 10% 등에 그쳤다.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가정폭력의 재범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정폭력사범의 재범률은 2015년 4.7%에서 2020년 12.6%로 증가했다. 가정폭력의 은폐성을 고려하면 실제 재범률은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 시장도 장기간, 상습적으로, 강도 높은 가정폭력을 저질러 온 것으로 확인됐다. 최 시장의 가정폭력 문제는 시사저널의 단독 보도(2021년 9월3일 <[단독]"최종환 파주시장, 십여년간 상습 가정폭력" 경찰 은폐 의혹까지>기사 참조)로 처음 알려졌다. 최 시장의 임기가 시작된 2018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112에 가정폭력 등으로 신고된 건수만 6~7번에 달했다. 최 시장은 지난 2009년경 가정폭력으로 법원으로부터 교육 처분을 받은 전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파주시청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가정폭력을 알고 있었다. 이 문제로 사모님(최 시장 부인)과 오랫동안 상의를 했다"면서 최 시장 부인과 나눈 문자 메시지와 통화 녹취를 시사저널에 공개했다. 여기에는 최 시장의 가정폭력을 증언하는 내용이 상세히 담겨 있었다.

최 시장의 부인 역시 시사저널에 "20여년 전 결혼 후부터 지금까지 최 시장으로부터 언어폭력은 물론 신체적 폭력에 시달려 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 시장은 “신경쇠약 상태에 있는 아내와 딸을 제어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민주당은 시사저널 보도 후 최 시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았다. 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2021년 9월27일 최 시장에게 최고 징계 수위인 '제명' 처분을 내렸다. 최 시장은 이에 불복해 재심을 요청했고, 당 윤리심판원은 같은 해 11월 제명보다 한 단계 낮은 ‘3개월 당원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최 시장의 징계를 총괄한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원심에서 가정폭력 정황이 인정돼 제명 조치를 받았다”면서도 “재심에서는 형사 처분을 받지 않았다는 최 시장의 소명이 반영돼 경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시장, 검증위 자격심사도 받지 않아

절차 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이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검증위)의 자격심사를 거쳐야 한다. 자격심사 없이 등록할 경우 당원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

그러나 최 시장은 검증위의 심사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검증위의 심사는 신청을 한 예비후보자를 상대로 이뤄진다”면서 “현역 지자체장일 경우 자동으로 '본심사'라고 할 수 있는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 심사로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지자체장 중에서는 검증위의 심사를 거친 경우가 다수 확인됐다. 민주당의 공천 과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예비 후보자들에 대한 공관위 심사가 진행 중이다. 최 시장은 '예외없는 부적격자' 기준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부적격자'에 해당한다. ‘당 윤리위로부터 제명된 자 또는 당원자격정지 징계 자’로 분류돼 10% 감산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박병수 파주시민참여연대 상임대표는 “최 시장이 원심에서 제명 처분을 받았다가 재심에서 당원 자격 정지 3개월로 감형된 것은 결국 최 시장에게 재선 기회를 열어 준 것”이라면서 “최 시장이 검증위 자격심사를 받지 않은 것도 ‘부적격자’에 따른 불이익(10% 감산)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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