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윤석열 될라’…민주당, 김오수 총장 ‘배수진’에 긴장하는 이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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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총장 사퇴 시 ‘검란 발발‘ 우려…지방선거에서 ‘정권교체 민심’ 재규합 가능성도

“직(職)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11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지검장회의에 참석해 “만약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는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사력을 다해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제도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됐던 김 총장이 검찰개혁안에 반기를 들자 민주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민주당 일각에선 김 총장이 ‘제2의 윤석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총장과 갈등을 빚을 경우 중도 유권자의 표심이 ‘오른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인 출신의 민주당 의원 일부도 반대 목소리를 내자 당 수뇌부도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4월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김 총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추진할지 결정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의원총회를 앞두고 “긴 하루가 될 것 같다”며 “현명한 결정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이 4월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김 총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추진할지 결정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의원총회를 앞두고 “긴 하루가 될 것 같다”며 “현명한 결정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사퇴 각오한 김오수, 대통령 찾아 ‘거부권’ 건의할 수도

김 총장은 12일 오전 서울의 모처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긴급 회동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날 회동은 김 총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김 총장은 ‘검수완박’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대 기류와 이유를 박 장관에게 1시간 가량 직접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대검으로 복귀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에 관해 문제점도 말씀 드렸다”며 “검찰에 대해서는 정책 등 기능은 법무부에 있기 때문에 관련 요청사항도 전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장관이 총장에 대해 구체적인 지휘권이 있고 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이지 않느냐”며 “요청사항 말씀드렸고, 장관님도 저희에게 하실 말씀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김 총장은 평소 친분이 있는 민주당 의원들과도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법안 처리가 부당하다’고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인 출신의 민주당 한 의원은 “본인(김 총장)의 의사가 워낙 확고하다. ‘검수완박’을 하면 본인이 옷을 벗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검사 출신이기에)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다만 조직의 이해와 국민의 이해가 다를 수 있다. (김 총장에게) 당의 입장을 충분히 알렸다”고 전했다.

김 총장이 민주당과 법무부 설득에 실패할 경우 청와대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에게 ‘검수완박‘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건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 52조 2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국회로 돌려 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경우, 김 총장이 용퇴를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19년 11월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왼)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인사하는 모습 ⓒ청와대
지난 2019년 11월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왼)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인사하는 모습 ⓒ청와대

김오수 ‘윤석열 전철’ 밟을까…민주당 노심초사

김 총장의 이 같은 행보는 정치권의 예측을 벗어난 것이었다. 앞서 국민의힘은 김 총장이 ‘문 대통령의 사람’이라며 사퇴를 압박해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3월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총장이)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도 지난 3월23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김 총장은 검찰총장 자격이 아예 없는 사람”이라며 “빨리 그만두시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직격했다.

김 총장이 정부와 민주당에 반기를 들자 국민의힘 측의 입장은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2일 논평을 통해 “친여 성향인 김오수 검찰총장조차 직을 걸고 결사반대하고 전국 지검장들도 민주당 검수완박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정의당도 시기, 방식, 내용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대하고 있다”며 “민주당 내부에서 조차 ‘대안 없는 정책 추진은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개혁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라는 목소리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참에 김 총장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김 총장이 불의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의힘) 당원뿐 아니라 국민들도 호응해 줄 것”이라며 “‘검수완박’에 몸을 던져 투쟁한다면 김 총장이 ‘제2의 윤석열’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행보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당선인에 이어 또 한 명의 검찰총장이 정부에 등을 돌린다면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검수완박’을 민주당 독단으로 강행할 경우 대선 당시 결집했던 ‘정권 교체’ 민심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재결집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상민 의원은 11일 조선일보 유튜브 《배성규의 정치펀치》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지금 또 ‘검수완박’을 하는 게 맞느냐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적 공감대를 구축하기에 아직 설익었다”고 했다. 이어 “자칫 ‘검수완박’에 따른 국민 피로감을 키워서 지방선거에서 지지율이 더 도망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정책 의총을 열고 ‘검수완박’ 시기와 방법을 결정한다. 당 내부에선 문재인 정부의 남은 한 달여 임기 안에 검경 수사권 논의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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