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차 내각에 또 빠진 ‘安사람들’…공동정부 사실상 폐기?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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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이 이태규 지명 반대…安측 “공동정부 약속 위반”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신경전에도 다시 불 붙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2차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18개 부처 가운데 16명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선을 마무리 지었다. 이 가운데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측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전부터 약속했던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 사이 ‘공동정부’ 구상이 사실상 폐기된 수준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합당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8개 장관 후보자와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다.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외교부 장관에 박진 국민의힘 의원, 통일부 장관엔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했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는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 행정안전부 장관에는 이상민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환경부 장관에 한화진 한국환경연구원 명예연구위원, 해양수산부 장관에 조승환 전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이영 국민의힘 의원을 내정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에는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낙점했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로 출근하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왼)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인수위사진기자단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로 출근하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왼)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인수위사진기자단

‘윤핵관’ 입김에 팽 당한 ‘安사람들’

관심을 모았던 ‘안철수 위원장 측 인사의 내각 합류’는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당초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에 최소 4명 이상의 장관 후보자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에 최진석 전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 중소벤처기업부에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 등이었다.

그러나 지난 10일 발표된 1차 내각 인선에 안 위원장 측 추천 인사들이 모두 배제됐다. 이를 시작으로 균열이 감지됐다. 안 위원장 측의 누적된 불만은 지난 11일 이태규 의원의 인수위 전격 탈퇴로 표면화했다. 안 위원장도 “전문성 있는 분야에 조언을 드리고 싶었지만 그런 과정이 없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윤석열 신임 내각에 안 위원장 몫이 빠진 데에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시사저널이 접촉한 인수위와 국민의당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윤핵관’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의원이 “행안부는 경찰을 관리하는 부처이기 때문에 당선인이 직접 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태규 의원 지명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최소한의 안 위원장 몫으로 최진석 전 위원장의 합류를 제안했으나, 이 의원과 최 전 위원장 측이 ‘공동정부 약속 폐기’를 이유로 반발하면서 최종 무산됐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장관 후보자 및 비서실장을 발표했다. 윗줄 왼쪽부터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 외교부 장관에 박진 의원, 통일부 장관에 권영세 의원. 가운데줄 왼쪽부터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상민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환경부 장관에 한화진 한국환경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아랫줄 왼쪽부터 해양수산부 장관에 조승환 전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이영 의원, 대통령 비서실장에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장관 후보자 및 비서실장을 발표했다. 윗줄 왼쪽부터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 외교부 장관에 박진 의원, 통일부 장관에 권영세 의원. 가운데줄 왼쪽부터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상민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환경부 장관에 한화진 한국환경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아랫줄 왼쪽부터 해양수산부 장관에 조승환 전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이영 의원, 대통령 비서실장에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 ⓒ 연합뉴스

9부 능선 넘었던 국힘-국당 합당에도 ‘난기류’

내각 인선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합당 논의에도 영향을 끼치는 분위기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양당 간 합당을 위한 실무 협상은 마무리됐으며 사실상 최종 선언만 남겨둔 상태였다. 그러나 내각 인선 갈등으로 빚어진 이태규 의원의 인수위 돌발 사퇴로 합당 선언이 연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12일) 시사저널과 단독 인터뷰에서 “어제(11일) 국민의당과 합당 선언을 하기로 돼 있었지만 이태규 의원의 돌발 사퇴 때문에 이뤄지지 않았다. 합당에 대한 내용도 거의 타결됐었는데 밀리게 돼 상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공동정부 구상과 관련해서도 “그에 걸맞은 역량을 안 위원장 측에서 보여줘야 하지, 그게 아니라면 너무 (공동정부 구상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국민의당에선 “합당 선언을 합의한 바 없다”며 온도 차를 보였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실무자 선에서 내용을 정리한 것은 맞지만 최종 추인 단계가 남았고, 양당 대표끼리 합당 선언을 합의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6‧1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국민의당 내에서도 “시간이 없다”는 반응이 감지된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오는 14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양당 간 합당안이 의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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