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 수익성 한계에 골머리 앓는 게임사들
  • 이하은 시사저널e.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2.05.03 12:00
  • 호수 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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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로 게임 각광받고 있지만
1위 게임 엑시인피니티도 일매출 1억원 수준

게임사의 P2E 수익구조가 기존 아이템 판매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P2E 게임은 주로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는데, 수수료율이 5%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개별 P2E 게임 출시로 매출 증대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게임사들은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다수의 게임 확보로 매출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컴투스그룹은 지난 4월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과 ‘크로매틱소울: AFK 레이드’를 출시했다. 넷마블도 최근 ‘A3: 스틸얼라이브’와 캐주얼 슈팅 게임 ‘골든 브로스’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적용했다. 위메이드 역시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에 ‘라이즈 오브 스타즈’와 ‘열혈강호’ ‘다크에덴M’ 등을 선보였다. 국내 게임사들이 P2E 게임을 잇달아 내놓는 이유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현재 P2E 게임은 동남아 시장을 비롯해 남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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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2021’에서 관람객들이 최신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있다.ⓒ연합뉴스

수수료 5%에만 의존하며 확정성 한계

그러나 지난해와 달리 올해 P2E 게임에 대한 기류가 바뀌었다. 게임사들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P2E 게임의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P2E 게임 등 신사업 진출을 선언한 게임사들의 주가는 연이어 하락세를 기록했다.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 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들의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최저점을 찍었다. 위메이드와 컴투스의 주가도 지난해 최고점 대비 60% 이상 하락했다.

증권가는 P2E 관련 종목에 대해 성과를 확인 후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은 관망할 때” “주가 상승 모멘텀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임사들이 P2E를 새로운 먹거리로 내세우고 있는 것과 달리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지난해 P2E 시장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게임사들은 이를 유치하기 위해 신작을 개발했다”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완성도가 떨어진 사례가 많았다. 동남아권에서 열풍이 불었지만, 수익성을 놓고 보면 시간과 돈을 투자할 만한 매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근본적으로 P2E 게임 사업모델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P2E 게임의 주요 사업모델은 NFT 거래 및 토큰 거래에 대한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P2E 게임 대부분은 NFT 거래 수수료는 5%, 토큰 수수료는 0.9%를 받는다. 반면, 모바일 게임의 경우 게임사는 매출의 30%를 앱마켓에 지급한 후 나머지 70%를 가져간다. 기존 게임에서 아이템을 판매하면 판매가의 70%를 가져갔지만, P2E 게임은 5%의 NFT 수수료 수익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퍼블리셔가 따로 있다면 개발사에 돌아가는 비중은 5%보다 작아진다. P2E 게임의 사업모델로는 수익을 올리기 힘들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모바일 게임의 일매출이 20억원이라 가정하면 30%의 플랫폼 수수료를 제외하고 게임사가 가져오는 수익은 14억원이다. P2E 게임의 NFT 거래액이 20억원일 경우 게임사가 올릴 수 있는 수익은 1억원에 불과하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순히 5%의 NFT 수수료 수익만으로 기존의 70%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14배 수준의 거래액이 발생해야 한다”며 “자체 플랫폼이 아닌 타사의 블록체인 플랫폼에 입점한 경우와 별도의 퍼블리셔가 있는 경우에는 5%에 불과한 파이도 더욱 작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거래액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매출은 609억원으로 일평균 6억8000만원 수준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흥행치고는 시장 전망치보다도 낮은 수치라는 평가다. 반면 국내에서만 선보인 카카오게임즈의 ‘오딘’은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110일 기준 누적 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일평균 36억원 수준이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결국 기존의 확률형 아이템에 기반한 사업모델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문제는 기존의 사업모델을 적용하는 순간 게임사들이 목표로 하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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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인앱결제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 모습ⓒ연합뉴스

플랫폼 구축으로 매출과 영향력 확대

P2E 게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화는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전 세계 P2E 게임 중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스카이마비스의 ‘엑시인피니티’ 역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엑시인피니티 NFT의 일거래액은 300억원대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일거래액은 3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경쟁작의 등장으로 거래가 감소한 것이다. 4.25%의 거래 수수료를 적용하면 일평균 1억500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임 연구원은 “재미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의 증가는 더딘 상황”이라며 “이용자가 증가하지 않는다면 거래액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없다. 콘텐츠의 재미를 극적으로 향상시키지 않는다면 기존 수익만큼의 거래액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게임의 성공 역시 이용자 확보에 달렸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거래액을 획기적으로 늘리거나 기존 사업모델에 준하는 수준의 매출을 내도록 사업모델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P2E 게임 대부분이 수집형 게임으로 이용자들이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면서 “게임성이 담보되지 않은 게임 출시나 IP 우려먹기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플레이어 경험을 높일 수 있도록 소재와 장르를 다변화하고,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중소 게임사는 긴 안목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견급 게임사는 플랫폼 구축을 대안으로 삼고 있다. 개별 P2E 게임의 흥행만으로는 수익을 담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다수의 게임을 입점시켜 이용자를 확보하고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계산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 P2E 게임 시장은 초기 단계로 사업모델이 명확히 세워지지 않았다. 개별 게임의 흥행으로 큰 수익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며 “P2E 게임이 주류 게임으로 자리 잡게 되면 플랫폼 업자로 살아남은 게임사가 수익을 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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