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주가 급락에 비상 걸린 ‘서학개미’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1 07:30
  • 호수 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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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금융] 테슬라·애플·아마존 등 주가 4월에만 20% 안팎 급락
오히려 지수 바닥 근접한 中 주식에 관심 가질 때

경제 규모가 커지고, 가계의 금융자산이 늘어나면 해외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투자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져 국내 자산만으로는 이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100년 전에 유럽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나, 50년 전에 이머징 마켓으로 영역을 넓힌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한동안 뉴욕 증시를견인했던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줄줄이 하락하면서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 모습ⓒAP 연합

지금이 美 주식 직접투자 적기인지 미지수

일본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가계 금융자산이 3000조 엔을 넘었지만 금리가 0%대여서 국내 주식만으로는 수요자의 요구를 채울 수 없었다. 일본의 해외투자는 채권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일본의 국내 금리가 지나치게 낮아 해외 채권의 매력이 컸기 때문이다. 2000년 40조 엔이었던 일본 국내 주식형 펀드가 2006년 42조 엔으로 소폭 늘어나는 동안 해외 채권과 하이브리드채권 펀드는 3조 엔에서 35조 엔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미국을 포함해 여러 선진국 채권을 한데 모은 상품이 특히 인기가 좋았다. 환 헤지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일본 국내 채권에 비해 수익률이 2.0~2.5%p 이상 높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해외투자는 채권과 주식이 동시에 시작됐다. 채권의 경우 2000년대 중후반 브라질 국채 등 신흥국 채권이 시발점이었다. 당시 브라질 국채 금리가 15%를 넘어 우리 금리보다 10%p 이상 높았던 게 해외 채권 투자를 촉발한 요인이었다. 해외 주식 투자는 비슷한 시기에 차이나 펀드를 통해 시작됐다. 2006년 초에 1000 부근에 머무르고 있던 상하이종합지수가 22개월 만에 6100까지 올라왔다. 중국이 15년 동안 두 자릿수 성장을 한 데다, 10년 후에 미국의 경제 규모를 넘어설 거란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린 역할을 했다. 상하이지수가 4500을 넘을 때부터 우리 투자자들이 차이나 펀드로 몰리기 시작했는데, 한창 때는 주식형 펀드의 25%가 차이나 펀드로 채워질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우리나라의 해외투자는 채권과 주식 모두 기대한 만큼 수익을 내지 못했다. 브라질 펀드는 높은 금리에도 환율 때문에 손실을 냈다. 700원대였던 원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 환율이 300원 밑으로 떨어져 환율로 인한 손실이 이자 수익을 압도했다. 차이나 펀드는 주가 하락 때문에 손실을 입었다. 2007년 10월 최고치를 기록한 중국 주식시장이 1년 후 1600까지 하락해 펀드 가입자 대부분이 손해를 봤다.

잠잠하던 우리나라 해외투자는 개인투자자가 미국 주식을 직접 매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다시 불붙었다. 이른바 ‘서학개미’인데, 지난 2년간 투자 수단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지난 1분기 말 현재 국내 투자자들은 1016억 달러의 해외 주식을 가지고 있다. 원화로 환산하면 125조원 정도 되는 돈이다. 투자 종목은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A, 마이크로소프트 순이다. 작년 8월 코스피가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동안 미국 빅테크 기업의 주가는 반대로 오르면서 우리 투자자들의 투자 규모가 더욱 커졌다.

최근 해외 주식에 문제가 생겼다.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 주가가 690달러에서 하락을 시작해 지금은 20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1분기 가입자가 작년 4분기에 비해 20만 명 줄어들었고 앞으로 성장성도 좋지 않을 거란 전망 때문인데, 주가가 회복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락은 넷플릭스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4월 한 달 동안 테슬라가 23.98% 떨어졌고, 엔비디아(-32.21%), 애플(-11.65%), 마이크로소프트(-11.89%), 알파벳(-20.19%), AMD(-22.63%), 아마존(-26.18%) 등도 하락했다. 모두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주식이니만큼 해외 주식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보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눈여겨볼 점은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지 여부다. 최근 세계 각지에서 빅테크 기업에 대항하는 경쟁자가 나오고 있어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미국 연준이 긴축을 강화한 것도 주가 하락에 한몫을 하고 있다. 당초 2.5%였던 올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 전망치가 최근 3.0~3.25%로 올라왔다. 5~7월 사이에 열리는 세 번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폭이 0.75%p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반 상황이 빅테크 기업들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새로운 것에 높은 점수를 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투자 종목이나 업종이 대표적이지만 투자 방법도 비슷하다. 해외 주식 직접투자는 새로운 투자 방법이다. 애플 등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투자 대상이니만큼 투자자들은 일시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빠르게 원상 회복을 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맞는 얘기지만 지금이 적절한 매수시점인지 확신할 수 없다. 빅테크 주식들이 높은 주가에 시달리고 있고, 5년이나 10년 후에도 이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시장 지위를 계속 유지할지 확신할 수 없다. 시간을 가지고 주가가 좀 더 떨어진 후 미국 주식을 매수해도 늦지 않다.

항셍지수가 표시된 홍콩의 한 은행 전광판ⓒAP 연합

中 주식보다 펀드 투자가 안전

오히려 미국 시장에 대한 관심의 절반만이라도 중국 시장에 기울였으면 한다. 현재 중국 경제가 좋지 않고, 중국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투자를 꺼리지만, 지금 중국 주식에 투자하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상하이종합지수가 3000선까지 내려왔다. 코로나 이후 최저점인 2660과 15%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시장이 1.3배 올랐고, 다른 주요국 주식시장도 배 이상 상승했다. 중국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추가로 하락할 공간이 없다.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적 규모의 기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내수에서 1등을 한 기업은 세계에서 일정 수준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 이런 기업들의 재무제표는 믿을 만하다. 경제 전망도 나쁘지 않다. 올 하반기에 중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갈 걸로 전망되는데, 다른 선진국은 이때부터 경기 둔화가 시작된다.

중국 주식 투자는 펀드를 통해 하는 게 좋다. 미국 기업만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직접투자를 하기 힘들다. 중국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도 괜찮은 성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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