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은 거취 밝혔는데…이재명 ‘침묵’의 의미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5.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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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을‧경기 분당갑 등 출마설 잇따르지만 李 침묵
‘검수완박=이재명 지키기’ 프레임 갇힐 수 있다는 우려도

대선 패배로 위기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반전을 다짐하고 있다. 이에 맞춰 당 일각에선 ‘이낙연‧이재명 차출론’이 급부상했다. 대선 경선 주자로 나섰던 후보를 전략공천해 선거 승률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일찌감치 불출마 의사를 밝힌 뒤 미국행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이재명 상임고문의 거취를 두고는 소문만 무성한 상태다. 인천과 분당 보궐선거 출마설 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 고문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고문 측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연합뉴스

민주, 너도 나도 ‘이재명 띄우기’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출마론’에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바뀌었다. 당내 주요 인사들이 앞다퉈 이 고문 출마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4일 공개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투시기에 1600만표를 얻은, 0.73%포인트 진 이재명에게 뒷방에 갇히라는 것은 이적행위”라며 “열어놓고 모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고문이 대선에서 적은 표 차이로 석패했기에, 빠르게 복귀해 지방선거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에선 이 고문의 구체적인 출마 예상지역도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출마가 거론되는 경기 성남 분당갑과 송 후보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이다. 분당갑의 경우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 고문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역구지만 지난 대선 당시 윤 당선인의 지지율이 높게 나온 지역이다. 계양을은 송 후보 지역구인데다 이 고문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와 부담을 덜어내고 출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인 이원욱 의원도 이 고문의 전략공천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3일 《김종배의 시선십중》에서 이 고문 차출론에 대해 “당이 전국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때는 (이 고문의) 차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 계양을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저나 비대위원장에게 (이 고문이) 출마 의사가 있다는 말을 전해온 적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당연히 그 지역에 가능한 인물군으로는 검토를 하고 있다”고 했다.

출마가 거론되는 분당갑에 대해서도 전략공천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당이 (전략공천) 필요성에 대해서 가능성을 고민해봐야 한다”며 “왜냐하면 안철수 위원장이 분당갑에 나와서 안철수와 이재명의 빅매치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냐는 언론의 관측들이 많은데, 당이 정말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런 지역에 대한 고민도 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고문의 출마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재명 상임고문이 나와서 붙어준다면 정말 전국 선거에 아주 지대한 공헌을 할 것 같다는 이런 것들이 있다면 삼고초려라도 해야 될 문제”라며 “분명한 것은 현재 민주당에 이재명만한 스타는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검수완박=이재명 지키기 프레임 갇힐라’ 우려도

출마설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 고문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차출론이 제기됐던 이낙연 전 대표가 빠르게 불출마 입장을 밝힌 것과 대조된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는 이 고문이 조속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이 고문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출마의 ‘효과’와 ‘명분’이 흐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대선에서 패배한 만큼) 선거 전망이 밝지 않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이 고문처럼) 무게감 있는 후보가 나서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구설만 무성한 것은 결코 선거에 좋지 않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당이 ‘선발명단’을 확정하고 단일대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고문의 고민이 깊어지는 데는 그의 측근 그룹이 출마에 부정적 견해를 밝혀서라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 고문이) 나온다고 이기리라는 보장은 결코 없다”며 “이렇게 되면(보궐선거에서 패배하면) 민주당은 가장 큰 ‘무기’를 잃는 것이다. 출마하지 않더라도 당을 도울 방법은 많이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고문이 출마하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둔 여론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검수완박’을 두고 ‘이재명 지키기’라고 반발하는 상황에서 공격의 빌미만 제공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YTN 라디오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이재명 후보의 보궐선거 출마가 현실이 된다면 그것은 ‘검수완박법은 수사로부터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지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프레임하고 같이 가는 것”이라며 “(출마를) 하지도 않을 거고 해서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대장동 문제, 법인카드 문제 등에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보궐선거 출마한다는 프레임에 기름을 붓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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