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르포] 김은혜 “힘 있는 집권여당 후보만이 해낼 수 있어”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5.06 13:00
  • 호수 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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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 유세 르포]
일산→평촌 등 1기 신도시 잇따라 방문
“민주당 같은 폭정이 아니라, 새 정부는 도민 위해 협력할 것”

6·1 지방선거에서 가장 뜨거운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 그 안에서도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곳은 단연 ‘1기 신도시’다. 1기 신도시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과 군포시 산본,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등 5개 지역으로 총 423개 아파트 단지 29만2000여 호가 들어서 있는 도내 대단위 주거타운이다. 이곳 주민들은 1990년대 초 신도시가 조성된 후 수년간 제자리걸음인 재건축·리모델링 숙원을 풀어줄 해결사를 찾고 있다. 1390만 경기 도민 가운데 지금 가장 선명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집단인 셈이다. 선거에선 묽은 다수보다 결집한 소수가 더욱 위력적인 법. 남은 기간 이들이 특정 후보로 결집할 경우, 박빙으로 흐르고 있는 경기지사 판세에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지역 정가에서 1기 신도시 민심을 잡아야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4월 본선 후보로 확정된 더불어민주당 김동연·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는 모두 1기 신도시 민심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의 유세 동선을 보면 이번 선거가 사실상 1기 신도시에 의해 치러지고 있다는 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5월 들어 김동연 후보는 일산·산본·평촌을 연이어 방문했으며, 김은혜 후보 역시 일산·안양·분당 순으로 발길을 향했다. 이들은 자신만이 1기 신도시가 품은 오랜 숙제를 풀어낼 유일한 적임자이자 해결사라고 앞다퉈 강조하고 있다. 김동연 후보는 국회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힘 있는 민주당을, 김은혜 후보는 윤석열 정부와의 단단한 원팀을 각각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거듭된 약속에도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불신은 짙기만 하다. 이들은 이번에도 선거용 제스처이자 한시적 관심일 뿐이라는 의심을 쉽게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시 재정비와 관련한 정치권의 약속들이 그동안 늘 약속에 그쳐왔던 탓이다. 두 후보를 향해 조금 더 구체적인, 당장 가능한 계획을 제시해 달라고 계속 목소리를 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사저널은 5월1일부터 4일까지 두 후보의 유세 현장을 동행하며 도민들의 요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과 관련해 현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5월2일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맨 왼쪽)가 1기 신도시 경기도 일산에서 노후 아파트를 둘러보며 주민과 대화하고 있다.ⓒ김은혜 캠프 제공

5월2일 오전, 고양시 일산 한 아파트 단지 내 공원에 주민들이 붐볐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온 것이다. 곧 김 후보가 도착하자 환호와 박수가 나왔다. 김 후보는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인사했다. 야외공원은 곧 즉석 간담회장이 됐다. 김 후보 주변을 주민들이 둘러쌌다. 역시 재개발·재건축이 화두였다. 김 후보가 먼저 입을 뗐다. “제가 의외로 어렸을 때 산동네에 살았다. 그 당시엔 집이란 게 늘 불편했고, 더 좁은 평수로 가야 하는 이유를 몰랐다. 수십 년이 지나 제가 고양시에 와서 녹슬고, 물이 새고, 주차장에서 석면이 떨어지는 걸 봤다. 집이란 게 가족과 발 뻗고 편안한 곳이어야 하는데 주민 여러분의 고충과 아픔을 실감한다.” 실제 이날 김 후보는 30년도 더 된 일산 아파트 내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둘러봤다. ‘물이 샌다’ ‘악취가 올라온다’ ‘안전이 우려된다’는 주민들의 토로를 김 후보는 “얼마나 힘드셨냐”며 자신의 수첩에 꾹꾹 눌러 적었다.

조금 전의 박수는 온데간데없고 쌓이고 쌓인 주민들의 불만 목소리는 냉랭했다. 한 60대 남성 주민은 “어떤 후보들이나 다 오면 표를 의식해서 노력한다고 한다. 문제는 선거가 끝나면 다 잊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다른 50대 주민은 “고양시에 재건축을 담당하는 팀도 하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행정에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김 후보는 “제가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처음 제정했을 때 법안 소위에서 통과시키려고 했지만, 너무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민주당 의원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이제 저희가 집권여당이 됐으니 그 힘을 갖고 열심히 뛰겠다. 저는 수단이다. 저를 마음껏 활용하시라”고 말했다. 다시 박수가 나왔다.

김은혜 후보는 구체적으로 대통령실 아래에 재건축·재개발·신도시 TF와 부동산세 관련 TF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겠다고 했다. 또 재개발·재건축 과정의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시간을 줄이는 통합심의 방안 등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지난 5년간 멈춘 수레바퀴가 있다. 경기 도민들이 세금을 가장 많이 내면서도 대우를 받지 못했다. 빼앗겼던 권리를 되찾아드리기 위해 멈춘 수레바퀴를 돌리는 게 필요하다. 지난 5년간의 민주당 정권에서의 억압과 불편, 족쇄의 사슬을 풀어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동행하며 경기도 곳곳을 훑었다. 이 일정 역시 1기 신도시 중심이었다. 먼저 일산에서 GTX(광역급행철도)-A 노선 공사 현장을 찾았다. 윤 당선인은 이곳에서 도시 재정비의 신속 추진을 약속했다. 이어 윤 당선인과 김 후보는 평촌 아파트 단지를 찾아 노후 아파트 실태를 확인했다. 수원과 용인도 차례로 돌며 도민들과 인사했다. 적극적으로 윤 당선인을 보필하며 경기 도민들의 뜻을 전달한 김 후보는 재차 “힘 있는 집권여당 후보 김은혜만이 도내 현안들을 해결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윤 당선인과의 동행에 대해 김동연 후보 등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김은혜 후보는 이와 관련한 시사저널 질의에 “(윤 당선인과 전날 둘러본) 1기 신도시 재개발·재건축과 GTX-A, B, C라인 등에 대한 조속한 착공과 추진 등 경기도 내 현안 해결을 위해선 새 정부의 의지와 추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180석을 갖고 있다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하셨는데, 이건 그렇게 국민들을 겁박하는 폭정이 아니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도민을 위해서 부처가 협력해서 해야 할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5월3일 경기도 평택원예농업협동조합을 방문한 김은혜 후보가 어린이집 등에 제공되는 건강 과일 포장 작업을 체험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어린이날인 5월5일 김은혜 후보가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도민들과 늘 현장에서 함께 할 것”

5월3일 김 후보는 아침 일찍부터 성남시 분당 서현초등학교 앞에서 녹색어머니회 활동에 참여하며 하루를 열었다. 이날 김 후보의 일정은 보육에 맞춰져 있었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회 기자회견장에서 맘 케어 종합센터 ‘육아해방타운’ 설립 등 6대 보육 공약을 발표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한 아이의 엄마인 김은혜가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확실히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후보는 평택을 찾아 어린이집 등에 공급되는 건강 과일 사업 관련 생산 농가와 유통센터 등을 둘러봤다. 목적은 보육 관련이었으나 농가의 고충을 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난 4월6일 출마선언 이후 벌써 세 권째라는 김 후보자의 수첩의 남은 면은 전날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김 후보는 오산의 24시간 어린이집도 방문했다. 30분 넘게 아이들을 직접 돌본 뒤, 원장 선생님과 면담하며 고충을 들었다. 원장 선생님이 “이런 작은 어린이집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연신 감사를 표하자 김 후보는 “현장에 오면 보이지 않았던 2%의 고충이 다 드러난다. 이래서 책상에서 일하지 않고 직접 와 봐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틀간 김 후보 일정을 동행한 결과 공식 일정만 놓고 계산했을 때 이동거리는 350km가 넘는다. 5월3일 일정을 다 마친 뒤 ‘피곤하지 않냐’는 시사저널 질의에 김 후보는 “사실 대선까지 지난 7개월을 달려왔기에 이 전쟁에 다시 임하지 못할 줄 알았지만, ‘뿜뿜’ 또 다니고 있다. 제가 1971년생인데 아직은 괜찮다”고 답하며 웃었다. 그는 남은 한 달 포부에 대해 “100일이 남든 하루가 남든 똑같다. 주민 편에서 젊고 힘 있는 도지사로서 대한민국 경기 특별도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되살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늘 현장에서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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