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경기도 일산의 한 지하 서점. 주말 오후임에도 40여 명의 지역 주민이 일찍이 자리를 메웠고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내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1기 신도시 문제와 관련해 김 후보가 처음으로 주민들과 마주한 간담회였다. 해당 지역구의 이용우 민주당 의원이 배석한 가운데 시작한 이 자리에서 재건축·리모델링과 관련한 주민들의 건의와 그간의 울분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된 후 늘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 오히려 주민들이 경기도에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역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일쑤였다(문촌마을 16단지 한유진 리모델링 추진위원장).” “이재명 전 경기지사도 재건축을 약속했었다. 김 후보도 이를 이어주겠다고 약속해 달라(강촌마을 주민).”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이뤄진 이후의 변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산에서 7년째 거주 중인 한 주민은 “재정비가 시작되면 어디로 이주해야 하는지도 막막하다. 집값이 오를 대로 올라 팔리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40여 분간 같은 듯 다른 목소리들을 묵묵히 받아 적은 김 후보는 이들에게 ‘줄탁동시(啐啄同時)’를 약속했다. 새끼 새가 알 안쪽을 쪼고 어미 새가 바깥을 쪼아 같이 껍질을 깨듯, 국회를 통해 ‘신도시 특별법’을 추진하고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의미다. 김 후보는 속도감 있는 해결을 위해 특별법 제정은 필수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172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만이 이를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尹, 지나친 선거 개입…김은혜는 尹 아바타일 뿐”

이튿날인 5월2일 오전, 김 후보는 또 다른 1기 신도시 지역인 경기 군포시 산본으로 향했다. 해당 지역구의 이학영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당원들과 산본 삼성아파트 단지를 둘러본 김 후보는 단지 앞에 연단을 설치하고 종합적인 경기도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 여기에서도 김 후보는 1기 신도시를 스마트 시티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약속을 앞세웠다. 김 후보는 경제부총리까지 역임한 자신의 경험과 일머리를 경쟁자 김은혜 후보와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지목했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김은혜 후보의 동반 유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시사저널의 질문에 김 후보는 “대통령 당선자나 인수위가 지나치게 선거 개입을 하고 있다”며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은혜 후보는 윤 당선인의 아바타다. 김 후보가 스스로 한 일이 있어야 이에 대해 평가하고 비판할 텐데, 한 일이 없으니 비판하기도 어렵다”며 비판 강도를 높였다.

이후 산본 전통시장까지 함께 이동한 민병선 김동연 캠프 대변인은 “당선인이 지원 유세를 하며 물량공세를 하는데도, 자체 여론조사를 돌려봤을 때 우리가 박빙 우세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와 김은혜 후보의 공약 번복에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도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김은혜 후보의 공약엔 일관성이 없다. 일례로 이재명 전 지사가 마지막으로 결재했던 일산대교 무료화에 대해 당시 김은혜 후보가 상당히 반대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무료화를 주장하고 있으니 신뢰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金측, 대선 때 ‘이재명 우세’ 밀어준 경기 민심 기대

김동연 후보의 방문에 산본 전통시장 상인들은 고질적인 주차 문제 등 일상 속 여러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시장 주변을 지나던 주민들은 김 후보를 붙잡고 이 전 지사의 대선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김 후보의 승리를 응원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박아무개씨는 “대선에서도 경기에서 민주당과 이재명이 이겼듯이, 이곳 민심이 민주당에 나쁘지 않다”며 “다만 아직 김동연 후보는 낯설다. 이재명 전 지사를 생각해 뽑아줘야겠다고 결심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유세 일정 내내 자신의 어려웠던 과거를 이야기하며 주민들과 공감대를 이뤘다. 그는 학창 시절 천막집 살이 기억과 32세에 혼자 된 어머니를 언급하며 자주 눈시울을 붉혀왔다. 지역 주민들에게 부동산 문제 해결을 약속하며 자신은 누구보다 집 없는 설움을 잘 알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5월4일 평촌에서 진행한 1기 신도시 리모델링 간담회 자리엔 김 후보의 모친이 최초로 동행하기도 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방문한 고령의 모친은 주민들에게 “잘 부탁드린다”고 거듭 인사를 건넸다. 김 후보는 “어머니도 저도 집에 한이 맺혀있다”며 “1기 신도시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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