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시간’ 1826일…헌정 사상 최고 지지율로 떠난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5.0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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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LH‧윤석열에 휘청거렸지만 평균 지지율 51.9% 역대 최고
사상 첫 ‘레임덕 안 겪은 대통령’으로 기록, 정국 변수로

‘문재인의 시간’이 막을 내린다. 9일 자정을 기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26일간의 임기를 끝내고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간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공식 종료되지만 역사의 평가는 이제 시작이다. 문 대통령의 지난 5년에는 어떤 꼬리표가 붙게 될까.

문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로 ‘레임덕을 겪지 않은 대통령’으로 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이외에는 임기 말까지 40%대 지지율을 유지한 전례가 없어서다. 다만 모순적이게도 문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도 정권 재창출에는 실패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변곡점을 토대로 민심에 영향을 끼친 주요 순간을 되짚어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임기 내 소회와 대국민 메시지를 담은 퇴임연설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임기 내 소회와 대국민 메시지를 담은 퇴임연설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기회는 공정할 것”이라더니 조국 감싼 文…‘내로남불’에 지지율 반토막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90%에 가까운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했다. 19대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08%로, 당시 경쟁자였던 홍준표‧안철수‧유승민 등 보수 진영 후보자 득표율을 합친 것(52.20%)보다 낮은 수준이었지만 실제 정부 출범 이후에는 지지율이 고공행진한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대두된 ‘촛불 민심’을 등에 업어 높은 기대를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실시된 첫 국정운영 만족도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1.6%로 나타났고, 같은 달 84.1%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같은 해 4월27일 1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이전 보수 정권과는 다르게 한반도에 평화감을 조성한 덕에, 문 대통령은 임기 1주년까지도 70%대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

ⓒ 리얼미터 제공
ⓒ 리얼미터 제공

그러다 변곡점을 맞은 시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불거진 2019년 10월께였다. 조 전 장관 가족의 입시 비리 문제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취임사와는 상반되는 논란이었다. 숱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의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듣게 됐다. 부동산 값 상승과 각종 경제 지표 악화로 불만을 품고 있던 민심은 조 전 장관 사태를 계기로 빠르게 이반하기 시작했다. 이 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처음으로 50%대 밑으로 추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오른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오른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LH사태‧성비위로 휘청…대항마 윤석열 스스로 키워내

조 전 장관 논란으로 2020년 예정된 총선에서는 민주당 진영의 필패가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민주당 진영이 압승하면서 문 대통령도 위기를 모면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가 문재인 정부에는 호재”라는 평가도 나왔다. 감염병으로 인한 대혼돈의 시기에 정부의 안정적 역할을 기대하는 민심이 정권 재창출에 힘을 실은 결과라는 해석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메르스 정국도 소환되며 ‘K방역’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변수는 그 이후로 명맥을 유지하지 못했다. 총선에서 얻은 180석의 의석수를 토대로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민심 이반을 부르면서다. 문 대통령은 뒤늦게 검찰개혁에 속도조절을 주문했으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사이 극한 대치 국면에 적극 개입하지 않아 사실상 손을 놓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2020년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계기로 민주당 출신 지자체장들의 성비위 문제가 잇따라 재소환됐다. 

내리막길을 걷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였다. LH사태는 ‘내로남불’의 결정체이자, 부동산값에 분노하는 민심에 불을 지른 결정적 계기였다. LH사태 영향으로 민주당은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서 대패했으며,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30%대 최저점을 기록했다. 이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에서 출렁거리다가, 본격 대선 국면에 접어들자 지지층 결집으로 40%선을 회복해 41.4%로 최종 마무리하게 됐다. 

3월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에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각 지역대표자와 주민들이 LH공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에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각 지역대표자와 주민들이 LH공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균 50% 지지율에도 정권교체 당해…尹 관계설정 어떻게?

리얼미터 조사 기준으로 문 대통령의 5년간 지지율 평균은 51.9%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당선된 7명의 대통령 가운데 최고치이다. 대통령의 평균 지지율이 50%선을 넘은 것과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높은 것, 임기 말 지지율이 40%대를 기록한 것 모두 헌정 사상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큰 존재감을 바탕으로 향후 정국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윤석열 신임 정부와의 관계 설정이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110개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문재인 정부 뒤집기’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문재인 정부 기조와는 정반대되는 부동산세 완화, 탈원전 폐기, 검찰 수사권 강화 등을 발표하면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 내에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향한 이른바 ‘적폐수사’ 재개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킬 것”이라고 못을 박은 상태라, 향후 문 대통령을 둘러싼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2019년 11월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왼)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인사하는 모습 ⓒ청와대
지난 2019년 11월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왼)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인사하는 모습 ⓒ청와대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청와대에서 퇴근하면서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다. 임기는 자정에 자동 종료된다. 문 대통령은 오는 10일 국회에서 치러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오후 3시께 경남 양산시에 있는 사저로 이동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마지막 퇴임 연설에서 “위대한 국민과 함께한 것이 더없이 자랑스럽다”며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한 촛불광장의 열망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이 들지만 우리 정부가 다 이루지 못했더라도 촛불의 염원은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자 동력으로 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정부에는 한반도 평화와 국민통합을 위한 노력을 주문했다.

기사에 언급된 지지율 수치는 리얼미터 발표 자료를 기준으로 했다. 리얼미터는 매일 500명, 매주 2500명씩 전국 성인 유권자를 상대로 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 조사해왔다. 이날 발표된 2022년 5월1주차 여론조사는 지난 5월2일부터 4일과 6일 나흘간 조사됐으며, 전국 유권자 2014명을 상대로 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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