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與 마타도어, 얼마나 내가 무서우면 이러겠나” [보궐선거 동행 르포]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0 15:00
  • 호수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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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동행 인터뷰]
대선급 광폭행보 李 “비겁한 회피 대신 정면승부 선택”
“인천이 이겨야 이재명이 이긴다…인천도 성남처럼”
인천 계양을 이재명 후보가 18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종합어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인천 계양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8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종합어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인천-서울-전북-광주, 그리고 다시 인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요즘 매일매일 대선과 맞먹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가깝게는 인천시장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인천 전역을 돌고, 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전국을 두루 챙긴다. 주로 지역구인 계양에서 아침을 열고,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개소식에 참석하거나 지원유세에 나선 후 늦은 밤 다시 계양에서 마무리하는 유세 패턴을 소화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5월15일부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9일까지 이 후보의 인천 지역 유세 일정 대부분을 동행했다. 매일 최소 1만 보 이상 걸으며 인천 전역 ‘뚜벅이 유세’를 펼치고 있는 이 후보 주변엔 늘 걸음을 떼기 힘들 만큼 구름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 후보가 출마한 후 모든 유세 현장을 빠짐없이 동행하고 있다는 여성부터, 오전 첫 일정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집을 나섰다는 남성까지 현장마다 지난 대선을 연상케 했다. 특히 이 후보의 2030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과 ‘양아들’들은 연신 ‘이재명’을 외치며 현장의 열기를 띄웠다. 이들은 유세 현장을 보러 온 지역 주민들에게 이 후보의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주요 성과들을 앞다퉈 설명하며 표를 호소하기도 했다.

인천 계양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9일 오전 계양역 광장에서 열린 인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윤환 계양구청장 후보와 함께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인천 계양을 후보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계양역 광장에서 열린 인천 선대위 출정식에서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윤환 계양구청장 후보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박남춘이 이겨야 이재명이 이긴다” 거듭 호소

지난 며칠간 수차례 거리연설을 진행한 이 후보가 인파 앞에서 가장 반복해 외친 말은 바로 “인천(박남춘)이 이겨야 이재명이 이긴다”는 것이었다. 이 후보는 계양을 당선뿐 아니라 수도권 선거, 특히 인천시장 선거 승리를 견인해야 하는 역할을 안고 있다. 현재 인천시장 선거는 현역 시장인 박남춘 민주당 후보와 전임 시장인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가 예측불가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인천을 경기와 함께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보고 있다. 5월19일 공식 선거운동 첫날에도 여야 지도부는 모두 인천으로 총출동해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 역시 어딜 가나 인천시장 선거 승리에 사활을 걸었다. 그는 5월16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인천이 수도권에서 최종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승부를 가를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면서 “다행히 최근 인천에서 민주당 하락세가 끊기고 반등세가 나타나 내부적으로 격차가 많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후보는 “지역 국회의원이 농사를 짓고 싶어도 결국 밭이 있어야 가능하다. 시정의 도움 없인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하며 인천시장 선거 승리를 거듭 호소했다.

이 후보는 시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주로 자신의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 이야기를 예시로 꺼내들었다. 5월16일 계양구 계산시장 상인들과의 면담에서 그는 자신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꼽히는 ‘계곡 정비사업’을 꺼내들며 “이해관계자 모두 만족할 만한 ‘윈윈’ 행정을 펼치는 것이 곧 실력이다. 인천에서 실력을 다시 펼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박남춘 후보의 경쟁자 유정복 후보를 겨냥해 “시장 시절 인천을 빚더미로 만들고 시정 평가에서 매번 꼴찌 해 인천을 망신시킨 인물”이라고 맹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철거민 도시로 불리던 성남시를 8년 만에 제1의 도시로 만들었듯, 인천을 새로운 자부심으로 만들겠다”고 외쳐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이 후보의 출마 후, 국민의힘은 그를 향해 대선 못지않은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 후보가 과거 SNS에 인천을 비하하는 글을 썼다는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이 후보가 신발을 신고 벤치 위에 올라가 연설하는 모습을 공유하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는 5월16일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시사저널 질문에 “저에 대한 각종 마타도어는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후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이제 이 또한 제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들이 충분히 진실을 가려 판단해 주리라 믿고 갈 뿐”이라고 담담한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연일 자신을 향한 공세가 거세지자, 며칠 새 이 후보의 대응 수위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특히 이 후보 측이 선거 현수막을 가린다는 이유로 캠프 앞 가로수를 잘라냈다는 의혹이 국민의힘으로부터 제기되자 이 후보 캠프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 후보 역시 5월18일 송도 유세연설 중 “지난 2월에 잘린 가로수가 왜 저 때문인가”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나아가 과거 자신이 구단주로 있던 성남FC의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최근 압수수색을 진행한 이야기를 꺼내며 “이미 무혐의 난 사건을 굳이 재수사하고 있는데, 사골도 이 정도 우려내면 맹물도 안 나온다. 얼마나 이재명이 무서우면 이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8일 오전 인천 동구 현대시장을 찾은 이재명 후보 주위로 주민들과 지지자들이 운집해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18일 오전 인천 동구 현대시장을 찾은 이재명 후보 주위로 주민들과 지지자들이 운집해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당과 후보들에게 활로를 마련해 주는 게 제 책임”

대선 패배 후 불과 두 달여 만에 다시 선거에 뛰어든 상황에서 체력적·정신적 동력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 후보는 “많은 분들이 대선 후 절망에 빠져 TV도 못 보겠다고 말해 쉬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유세를 다니다 보면 ‘이번에는 꼭 성공하라’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이들에게 다시 희망을 드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가장 큰 동력”이라고 말했다. 그 책임감이 다시 선거에 출마케 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민주당 내 좋은 후보들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결국 대선 패배로 인한 것이다. 이 어려움을 타개하고 당과 후보들에게 활로를 마련해 주는 게 제 책임”이라며 “제가 출마도 지원도 안 하고 뒤로 물러서 있었다면 그것대로 또 비판받았을 것이다. 전 비겁한 회피가 아닌, 책임을 다하기 위해 위험한 정면승부를 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선거 판세를 어떻게 예측하고 있을까. 그는 “5년 전 문재인 정부 취임 후 1년이나 지나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3곳 빼고 압승을 거뒀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 취임 후 불과 20일 만에 치르는데도 우리는 지리멸렬하지 않고 해볼 만한 싸움을 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결국 ‘투표율’이 최종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세마다 이 후보는 “투표하면”이라고 선창했고 현장의 지지자들은 “이긴다”라고 화답했다. 그는 “통상 지방선거 투표율은 55% 전후”라며 “포기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투표소에 가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 하루 전인 5월18일 밤 11시. 하루 내내 인천 전역을 돌던 이 후보는 늦은 밤 계양구 골목 상가로 돌아왔다. 그는 끝까지 남아있던 20여 명의 지지자에게 “목이 너무 아프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내일(19일)부턴 마이크를 쓸 수 있어 다행이다. 오전 8시 계양역 앞에서 다시 보자”고 말하며 하루 유세를 마무리했다. 이 후보는 이날 하루만 총 2시간에 가까운 거리연설을 진행했다.

이튿날 오전 계양역 앞 출정식엔 이 후보와, 전날 끝까지 유세에 함께한 박남춘 후보 등 인천시 출마자들 그리고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전날 이 후보가 다른 후보들의 지원유세로 하루를 쏟은 것과 달리, 이날은 지도부 모두가 이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저희가 인천으로 온 것은 이번 지선의 정치 일번지, 태풍의 핵이기 때문”이라며 “반드시 민주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각오로 계양구에 가장 유능한 민생 일꾼 이 후보를 출전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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