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정우 포스코 회장, 회사차 사적 이용 의혹...고급 세단 2대 굴려, 1대는 가정용?
  • 공성윤·조해수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3 10:05
  • 호수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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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포스코 회장 중 회사차 2대 사용한 경우는 최정우 회장이 유일
2019년부터 사용...'배임 혐의' 제기되자 해당 차량 자취 감춰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공식적인 관용차 외에 또 다른 회사차를 사용하면서 이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9년부터 공식 관용차 외에 회사차 ‘제네시스 G90’ 차량이 최 회장 자택에 항상 주차돼 있으며, 이를 포스코 임·직원이 아닌 최 회장 가족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의혹이 사실일 경우, 이용 기간과 리스료 등을 감안했을 때 1억원 상당의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포스코 측은 “임원 복지 차원에서 관용차를 2대 제공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역대 포스코 회장 중 관용차를 2대 사용한 경우는 없다. 또한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해당 차량은 갑자기 최 회장 자택에서 자취를 감췄다.

10월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10월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포스코 “최 회장이 손수 운전할 때 쓰라고 준비한 예비차량”

포스코는 사장급 이상에게 관용차로 ‘제네시스 G90’ 차량을 제공하고 있다. 최 회장의 경우, 최고급 리무진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를 제공 받았다. 차 번호는 ‘98XX’로, 올 7월 구형 모델에서 2022년형 모델로 교체했다.

최 회장의 운전기사는 평일 아침 본인 차로 최 회장 자택에 도착한 뒤 98XX 차량과 자리를 바꿔 주차한다. 이어 오전 7시30분쯤 98XX 차량에 최 회장을 태우고 서울 삼성동 포스코 센터로 출근한다. 이후 최 회장이 퇴근할 때, 최 회장을 자택에 데려다 주고 98XX를 다시 주차한 뒤 본인 차로 퇴근한다.

그런데 시사저널 취재 결과, 최 회장 자택인 서울 송파구 L아파트 주차장에 또 다른 ‘제네시스 G90’이 나란히 주차돼 있었다. 차 번호는 ‘88XX’다. 시사저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365’ 사이트 등을 통해 자동차 등록원부와 관련 서류를 확인한 결과, 98XX 차량뿐만 아니라 88XX 차량 역시 포스코홀딩스가 현대캐피탈을 통해 리스한 회사차였다.

출‧퇴근 등 공식 업무에 사용하는 98XX 차량이 있는데 또 다른 회사차 88XX가 왜 최 회장 자택 주차장에 있는 것일까. 포스코 측은 “최 회장이 정규 근무시간 외의 업무에 쓰는 예비용 관용차”라면서 “전임 회장들은 비상시에도 운전기사를 불러 움직였지만, 최 회장은 기사를 배려해 본인이 직접 운전한다. 이 때를 대비해 예비용 관용차를 배치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운전기사가 퇴근한 후에도 공식 관용차 98XX는 최 회장 자택에 항상 주차돼 있다. 즉, 최 회장은 98XX를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또 다른 회사차를 준비해 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98XX 차량은 리무진이여서 차가 길다”면서 “최 회장이 운전하기에는 불편하기 때문에 일반 차량을 준비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올해 3월 말부터 88XX를 최 회장 자택에 두고 운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2019년부터 회사차를 2대 사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2~3월 최 회장 자택 주차장 사진을 입수했다. 이 사진에서 공식 관용차 G90 리무진과 나란히 주차돼 있는 또 다른 G90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차량의 번호는 ‘80XX’로, 이 역시 포스코홀딩스가 현대캐피탈로부터 리스한 회사차다.

익명을 요구한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최 회장은 2018년 7월 취임했는데, 약 반년 뒤인 2019년 2월부터 공식 관용차 외에 80XX도 사용했다”면서 “이런 경우는 역대 포스코 회장들 중 최 회장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10월4일 최정우 회장 자택인 서울 송파구 L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최 회장의 예비용 관용차인 '88XX' G90(오른쪽)이 주차돼 있다. 왼쪽 차량은 운전기사의 개인 차량. ⓒ 시사저널 입수 사진
10월4일 최정우 회장 자택인 서울 송파구 L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최 회장이 쓰는 또다른 회사차인 '88XX' G90(오른쪽)이 주차돼 있다. 왼쪽 차량은 운전기사의 개인 차량. ⓒ 시사저널 입수 사진
2월15일 현장 사진. 2019년 2월부터 올 3월 이전까지 최 회장이 써온 예비용 관용차 '80XX'가 주차돼 있다. ⓒ 시사저널 입수 사진
2월15일 현장 사진. 2019년 2월부터 올 3월 이전까지 최 회장이 사용한 또다른 회사차 '80XX'가 주차돼 있다. ⓒ 시사저널 입수 사진
3월19일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 중 일부. 최 회장이 지난 7월 출퇴근용 공식 관용차를 교체하기 전에 쓰던 G90 리무진 모델('90XX')이 주차돼 있다. 이 차량의 오른쪽 건너편에 80XX가 주차돼 있었다. ⓒ 시사저널 입수 영상 캡처
3월19일 현장 사진. 최 회장이 지난 7월 출퇴근용 공식 관용차를 교체하기 전에 쓰던 G90 리무진 모델('90XX')이 주차돼 있다. 이 차량의 오른쪽 건너편에 80XX가 주차돼 있었다. ⓒ 시사저널 입수 사진

사적으로 사용했다면 배임 “사용 내역 공개해야”

포스코 측은 “회장의 업무는 정규 근무시간이 끝났다고 해서 종료되는 게 아니다”라며 “최 회장은 밤늦게 회사에 나가거나 주말 일정을 소화할 때 예비용 관용차를 쓴다”고 말했다. 업무시간 외에도 관용차를 몰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관용차를 타는 목적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목적이 업무와 관련 없는 개인적인 것이라면 ‘배임’ 소지가 있다. 리스료와 보험료 등의 비용은 회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반드시 업무용으로만 차량을 사용해야 한다. 최 회장의 또다른 회사차인 80XX와 88XX는 모두 리스 차량으로, 모두 48개월 이용 계약을 맺었다. 특히 리스 차량은 법인세 감면 혜택도 있어 탈세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80XX와 88XX의 리스사인 현대캐피탈에 따르면, 풀옵션 G90을 선수율 20%, 48개월 이용 조건으로 리스 계약을 맺었을 때 월 납입료는 182만원(보험료 별도)이다. 최 회장이 예비용 관용차를 쓰기 시작한 2019년 2월부터 올 9월까지 43개월 동안 리스료를 계산하면 7826만원이다. 여기에 선수금과 보험료를 더하면 약 1억원에 이른다.

익명을 요구한 포스코 관계자는 “리스 비용을 따져보면 최 회장의 배임액은 1억원이 넘는다”며 “최 회장은 억대에 이르는 회사 자산을 개인 것인 양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최 회장 가족이 회사차(예비용 관용차)를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최 회장이 비상시에 직접 운전하기 위해 예비용 관용차를 뒀다는 것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면서 “최고급 세단이 주차장에 항상 주차돼 있는데, 이를 사용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떳떳하다면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7년 이인호 전 KBS 이사장은 관용차를 개인 일정에 500차례 이상 사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노조에 의해 고발당했다. 이보다 앞서 2011년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도 고가의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리스한 뒤 자녀 통학용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를 배임으로 판단해 기소했다.

포스코 측은 “가족들은 각자 개인 차를 이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기업의 관용차 이용 기준을 사기업에 적용하면 곤란하다. 사기업은 임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관용차의 이용 범위를 넓게 판단한다.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이 말대로라면 예비용 관용차를 지금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시사저널 취재가 진행되자 최 회장의 또다른 회사차인 88XX는 갑자기 주차장에서 사라졌다. 

시사저널은 10월4일, 88XX 차량이 최 회장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추가 취재를 위해 10월8일과 11일 두 차례 최 회장 자택의 주차장을 방문했다. 그런데, 출퇴근용 관용차인 98XX는 그대로 주차돼 있는 반면 88XX 차량은 자취를 감췄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측은 “차량 관리를 위해 다른 곳으로 옮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차량관리팀에서 점검 등을 위해 차량을 수시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10월8일 현장 사진. 운전기사 개인 차량이 있던 자리에 최 회장의 출퇴근용 관용차인 G90 롱휠베이스('98XX')가 주차돼 있다. 반면 예비용 관용차인 '88XX'는 주차장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시사저널 공성윤
10월8일 현장 사진. 운전기사 개인 차량이 있던 자리에 최 회장의 공식 관용차인 G90 롱휠베이스('98XX')가 주차돼 있다. 반면 최 회장의 또다른 회사차인 '88XX'는 주차장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시사저널 공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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