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은 애매, 투자는 블랙홀…진퇴양난에 빠진 자율주행차
  • 권용주 퓨처포빌리티연구소 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1 12:05
  • 호수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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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 자율주행 사업 청산 왜?

자율주행이 화두다. 여기저기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며 자율주행 시대에 뒤처지면 곤란하다는 얘기가 쏟아진다. 2035년에는 무려 1200조원에 달하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청사진도 제기된다. 하지만 모빌리티 업계에선 정작 자율주행으로 어떻게 돈을 버는지 막연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기본적으로 운전을 로봇에게 맡겼을 때 누가, 어떻게 이득을 취할지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고개만 갸우뚱거려진다.

원래 자율주행은 교통약자를 위해 출발했다. 이동 자체가 생존을 위한 기초적인 행위라는 점에서 누구든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자는 취지였다. 구글이 2000년대 초반 웨이모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시각 및 휠체어 장애인의 이동을 목표로 제시한 것도 ‘제약 없는 이동 세상’을 위한 착한(?) 명분이었다. 

2월10일 오전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인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전용 스마트폰 앱 ‘탭(TAP!)’을 통해 호출한 자율주행차가 승객을 태우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율주행의 시작과 현재

올해 초 미국 GM은 또 다른 사회적 명분을 들고나왔다. 바로 교통사고 ‘0’이다. 선천적 장애도 있지만 교통사고 등으로 후천적 장애를 입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운행 단계에서 사고를 원천 배제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 기술 적용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지속적인 지능 고도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그사이 우버는 자율주행을 배송 사업에 투입해 인력 비용 절감, 다시 말해 사업 측면으로 활용하겠다며 자율주행 또는 자율비행은 결국 이동 산업에서 ‘운전자’ 비용을 배제시킬 수 있는 중요 항목으로 여겼다. 목표와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 운전자를 ‘운전 노동’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새로운 사업 기회, 그리고 새로운 연관 산업이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최근 자율주행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데다 투자 또한 지속돼야 하지만 정작 완성됐을 때 자율주행을 활용한 수익 사업이 마땅치 않아서다. 운전자가 없다는 점에서 이동이 필요한 사람을 운전자 없이 이동시켜주거나 물건을 배송해 주는 용도를 고려하는데, 이 경우 이동 수단의 생산이 크게 줄어 제조업에 치명타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최근 자율주행 이동 수단과 산업용 로봇 등에 쓰이는 고해상도 라이다를 제조하는 미국 내 아우스터(OUST)와 벨로다인(VLDR)이 전격 합병했다. 자율주행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장비인 라이다 전문기업의 합병은 그만큼 자율주행 분야에서 홀로서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아예 자율주행 전략을 현실에서 배제한 곳도 있다. 미국 포드와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자율주행 합작사 아르고AI(Argo AI)는 6년 만에 사업을 접기로 했다. 아르고AI는 한때 자율주행의 총아로 지목받으며 승승장구했다. 2016년 아르고가 설립되자 포드는 즉각적인 관심을 표명하며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어 자율주행 지능의 필요성을 공감한 폭스바겐도 포드의 권유로 2020년 26억 달러를 투자해 대주주 가운데 하나로 올라섰다.

그러자 곧바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개발에 나섰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 2017년에는 라이더 제조사인 프린스턴 라이트웨이브를 인수했다. 또한 2018년부터 포드 퓨전 하이브리드 기반의 자율주행 시험차의 실증 운행에 이어 2020년에는 포드 이스케이프에 레벨4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하고 주행 실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상용화를 앞둔 듯 지난해 포드는 미국 내 승차공유 기업 리프트에 자율주행차 1000대를 공급키로 하고 월마트와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도 함께 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돈을 쏟아부으며 자율주행 지능을 만들어도 좀처럼 완벽한 레벨4 수준에 도달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완벽한 자율주행을 위해선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추가 투입해야 할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고민만 늘어갔다. 결국 포드는 아르고가 매진해 왔던 레벨4 대신 오히려 레벨3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해 아르고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부으며 완벽한 자율주행 기대감을 가졌지만 미래에 대한 지나친 환상(?)이 오히려 현실의 발목을 잡는다고 판단한 셈이다.

폭스바겐그룹 또한 아르고 청산에 동의할 것은 예전부터 감지돼 왔다. 헤르베르트 디스 전 CEO는 현역 시절 폭스바겐그룹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부정적인 언급을 종종 했는데 폭스바겐그룹이 2026년까지 자율주행에 25조원을 투자하지만 그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 외에 GM 또한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의 손실액이 매년 20억 달러(약 2조7724억원)에 달하자 적지 않은 고심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자율주행 사고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신뢰 여부는 끝없이 논란을 일으키는 중이고 크루즈도 지난 6월 무인택시가 비보호 좌회전 과정에서 추돌을 일으켜 논란이 됐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자율주행을 언급할 때 생각하는 것은 ‘운전’이라는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그런데 ‘운전’에서 벗어나는 것은 이동에 필요한 조종자 역할을 로봇에게 맡긴 것이니 그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를 두고 임팔라토 전 푸조 CEO는 “개인이 구매하기 쉽지 않은 가격의 자율 이동 수단을 과연 사려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사지 않거나 또는 못 하면 자율주행 이동 수단의 제조, 판매로 수익을 내는 기업은 수익에 지장이 생기기 마련이다. 여전히 많이 만들어 판매해야 공장이 지속되는 사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한마디로 자율주행이 공장의 생산을 줄이는 요소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연합뉴스
10월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스마트 모빌리티 물류산업전에서 방문객들이 참가 업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어떻게 자율주행으로 돈을 벌까

그래서 완성차 기업은 자율주행 이동 수단을 소유와 공유로 구분한다. 그중에서도 기본 전략은 공유 목적의 활용이다. 운전을 인간에게 맡기고 이용자에게 돈을 받아 수익을 내는 교통사업자가 자율주행 이동 수단을 구입해 운송사업에 활용하라고 독려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셔널과 우버다. 자율주행 이동 수단을 개발하는 모셔널은 현대차가 만든 이동 수단에 자율주행 지능을 입히는 곳이다. 이 차를 우버가 도입하기로 했다. 운전자를 배제해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려는 우버로선 자율주행 운행이 궁극의 사업 목표이기 때문이다.

물론 교통사업자가 머뭇거린다면 제조사는 직접 교통사업에 뛰어드는 방안도 찾는다. 우버에 판매도 하지만 모셔널이 직접 중개 앱을 만들어 이동이 필요한 사람과 로봇자동차를 연결하려는 배경이다. 지능의 발전은 결코 멈출 수 없는 탓이다. 물론 이때 문제는 기존 교통사업자와의 충돌이다. 구매 고객으로서 운송 사업자와 동종 사업에 뛰어드는 완성차 회사가 직접적인 경쟁에 둘러싸이는 게 부담스럽다. 그래서 로봇 소프트웨어만을 별도로 판매해 일종의 지능 이용료를 받는 방식을 추진한다. 테슬라가 소프트웨어 구독 방식을 확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핵심은 여전히 수익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수익 방안을 만든 기업이 자율주행의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뜻이다.

현재 자율주행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중국이다. 지난 8월 중국 바이두는 우한과 충칭 2개 도시에서 운전요원이 없는 무인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 운행허가를 받아 유료 운행을 시작했다. 중국은 2010년대 중반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섰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능력을 빠르게 키워왔다. 특히 중국 정부는 시험 과정에서 사고에 따른 인명 피해가 발생해도 기술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반응으로 기술기업을 지원했다. 난관은 있겠지만 방향이 맞다는 전제하에 기술 개발이 추진되는 중이다.

11월11일 송영기 스프링클라우드 대표(왼쪽 세 번째)가 멀티버스플래닛 여수를 찾은 관람객에게 시설을 안내하고 있다.ⓒ시사저널 오종탁

기술적 난제 극복했지만 확장성 여전히 의문

마르코 파본 미국 스탠퍼드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이미 미국에서 운행되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보면 기술적 난제는 어느 정도 극복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의 과제는 확장성이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운행되는 자율주행 무인택시가 한국에선 도로 상황 등이 너무 달라 동일하게 운행될 수 없음을 염두에 둔 말이다. 결국 수시로 바뀌는 세계 모든 지역의 도로 상황이 실시간 공유되고 AI가 동시에 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당장은 수익을 내기 어려워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이미 진행형이다. 한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 또한 자율주행을 국가의 미래기술 어젠다로 삼고 막대한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은 연평균 41.0% 성장률을 보이며 2025년 1549억 달러(약 197조328억원), 2035년 1조1204억 달러(약 1425조원)가 예상된다. 표면만 보면 장밋빛 전망이지만 당장 돈이 되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걸어가야 하는 방향임에는 틀림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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