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지목받았던 권씨,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장로교에서 목회하다 범행
자신의 오랜 교인의 딸이자 보호할 대상이었던 20대 신도 김서연씨(가명)를 성폭행한 구기동OO교회 목사 권아무개씨는 목회자의 지위뿐 아니라 사단법인 ‘국제OO문화교류회’ 등 여러 단체의 대표로 활동하며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사회봉사에 크게 기여했다는 취지로 2016년 대통령 표창, 2017년 국회의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러 기독교 언론 등에서도 보도를 통해 그의 공적을 치켜세웠다. 만일 성폭행 범죄가 드러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외부적으론 정상적이고 모범적인 목회자로 비쳤을지 모른다.
그러나 권씨에겐 숨겨진 과거가 있다. 그는 수십 년 전 ‘이단’ 의심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 개신교계 이단 연구에 정통한 《현대종교》의 1991년 보도와 시사저널이 접촉한, 과거 권씨 교회에 다녔던 한 교인에 따르면 그는 1980년대 통일교 출신으로 의심받았고, 이후 본인은 개종했다고 주장하면서 일반 개신교 교회에서 목회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권씨는 1990년대 초까지 여전히 ‘영적 결혼식’ 등 개신교에 반하는 방식의 예배 행태 등을 취했다는 이유로 현대종교와 교회 내부로부터 이단으로 지목됐다. 1990년대 초 언론 보도와 교회 내 시위 등을 통해 소란이 커지고, 교인 다수가 떠나자 권씨는 조용히 교회를 옮겨 지금까지 목회를 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까지 권씨의 소속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의 수많은 분파 중 하나인 ‘호헌’ 교단 소속이었다. 그는 이 교단에 소속되기 이전에도 20~30년간 몇 개의 다른 개신교 교단을 옮겨 다니며 임원을 지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0년대 초까지 권씨가 목회하던 교회에 다녔던 한 교인은 시사저널에 “수십 년이 지났지만 권씨가 교인들에게 했던 행태는 여전히 이단 의심을 받았던 과거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데, 그가 결국 성폭행 범죄까지 저질렀다는 것은 정말 안타깝다”며 “이단 문제로 권씨가 더 이상 목회 활동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건실했다는 점에 놀랐고, 그사이 개신교 내에서 아무런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구조적으로 참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분개했다.
다만 통일교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가해자로 등장하는 인물(권씨)은 통일교와 관련된 여러 단체에 잠깐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통일교 내에서 목회를 했거나 신도가 아니었다. 통일교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사건 터지자 ‘하나님의교회’에 건물 팔고 교회 이전
대법원 등기부등본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등에 따르면 권씨 측은 사건이 벌어진 뒤 구기동의 교회를 지난해 12월 역시 주류 개신교계에서 이단으로 분류하는 ‘하나님의교회’에 71억2000만원에 팔기도 했다. 권씨 측은 고양시 삼송동에 교회를 새로 열었고, 현재 권씨의 아내 고아무개씨가 담임목사로 있다. 서연씨의 부친 A씨는 시사저널에 “성폭행도 모자라 권씨가 ‘죽을 때까지 섬겨야 한다’고 강조하며 수많은 교인이 빚을 내 피땀으로 운영해온 교회를 이단 교회에 팔았는데 정말 분노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교회를 판 돈으로 새로운 교회를 20억 원가량에 매입하고, 수십억 빚을 갚고 돈이 남았을 텐데 이 돈 몇억 원이 재판의 변호사 선임 비용 등 사적으로 사용된 것은 아닌지도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20대 여신도 서연씨를 2019년에서 2020년에 걸쳐 “영적 체험”이라고 속여 수차례 성폭행한 목사 권씨는 2022년 10월12일 1심에서 피보호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검찰은 적은 형량에 반발하며 항소했고, 권씨 측도 법원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한 상태다. 권씨는 새 변호인으로 모 대형 로펌의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을 선임했다.
시사저널은 모든 취재 과정 및 기사 작성에 있어 피해자의 동의를 구한 후 진행했고, 피해자가 직접 보관해둔 녹취록 및 법원의 판결문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구체적인 피해 내용은 피해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고려해 최대한 기사에서 제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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