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명종건 오너 일가, 계열사 자금으로 600억원대 부동산 투자
  • 허인회·송응철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3 07:35
  • 호수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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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로 수백억원 빌려 삼성동 금싸라기땅 쇼핑
대명종건 및 태신개발 측 “할 말 없다”

아파트 브랜드 ‘루첸’으로 잘 알려진 대명종합건설(이하 대명종건)의 오너 일가가 탈세와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새로운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태신개발이 수백억원대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600억원대 부동산 투자를 했다는 내용이다. 계열사를 사금고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명종합건설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루첸타워ⓒ시사저널 최준필·임준선

‘오너 회사’ 태신개발에 계열사 자금 집중

의혹의 중심에는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체인 태신개발이 있다. 한때 대명종건의 최대주주였던 태신개발은 현재 지승동 대명루첸 회장의 차남 지우제씨(39.8%) 등 7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오너 일가의 가족회사다. 대표이사는 지 회장의 부인이자 지씨의 모친인 서순자씨가 맡고 있다.

태신개발은 2020년 2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토지 926㎡(280.12평)에 대한 지분 44%를 209억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이후 토지 지분권자들이 공유물분할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공유물분할소송은 공유관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공유관계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다.

그 결과, 지난해 3월 해당 토지에 대한 경매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토지 가격은 654억6820만원으로 감정됐다. 태신개발은 지난 9월 경매에 단독 입찰해 해당 토지를 678억원에 낙찰받았다. 감정가 대비 103.56%의 가격이었다.

문제는 태신개발이 연매출 40억원대에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법인이라는 데 있다. 실제, 태신개발은 2021 회계연도(8월말 기준)에 43억3600만원의 매출과 8억35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런 태신개발이 삼성동 토지를 매입할 수 있었던 건 그룹 차원의 지원사격 덕분이었다.

실제, 문제의 부동산 매입을 앞두고 태신개발에는 대명종건 특수관계기업들의 자금이 집중됐다. 자금을 내어준 계열사는 대명종건과 대명수안, 대명루첸, 하우스팬, 지희빌딩, 하남프라자 등이다.

대명종건은 그룹을 대표하는 건설사로 지승동 회장의 장남인 지우종 전 대명종건 대표가 최대주주(46.92%)에 올라있다. 대명수안과 대명루첸, 하우스팬 등은 대명종건 등이 건설한 아파트 분양사업을 도맡으며 매출을 올려온 분양대행 전문업체다.

이 중 대명수안과 대명루첸은 사실상 지우제씨의 회사로 한때 그가 대표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지씨가 최대주주(58.7%)인 대명수안은 태신개발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하우스팬은 지 회장의 손자인 지정현씨(43.98%)가 최대주주이며, 하남프라자와 지희빌딩도 오너 일가 소유로 알려졌다.

 

최저 2%대 금리로 454억원까지 단기차입

태신개발은 삼성동 토지 지분 매입 직전에 이들 기업으로부터 단기차입금을 대거 확보했다. 태신개발이 대명종건과 대명수안, 하남프라자, 지희빌딩, 대명루첸 등으로부터 대여받은 단기차입금은 2019년 8월 기준 5억7201만원에서 2020년 8월 기준 277억953만원으로 50배 가까이 급증했다.

단기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8월 기준 454억1716만원까지 늘어났다. 회사별 차입 규모는 △대명수안 183억원 △하남프라자 129억2877만원 △대명종합건설 61억5000만원 △지희빌딩 80억3839만원 등이었다.

다만 태신개발의 올해 단기차입금 규모는 387억8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66억3516만원 감소했다. 회사별로 △대명수안 251억7200만원 △지희빌딩 78억3422만원 △대명종합건설 52억6700만원 △하남프라자 5억877만원 등이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체 단기차입금 규모는 547억5793만원에서 538억3200만원으로 일부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은행들로부터 시설 및 운영자금 명목으로 받은 단기차입금 규모가 93억4076만원에서 올해 148억원으로 54억5923만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대출로 계열사 차입금을 일부 상환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태신개발이 특수관계법인들로부터 차입하면서 책정한 이자율에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세법상 특수관계자 간 자금 거래에 당좌대출이자율(4.6%)이 적용된다. 그러나 태신개발이 특수관계법인들에 적용한 이자율은 금융권 대출금리에 못 미치는 2.54~3.17% 수준에 불과했다. 사실상 특혜에 가까운 자금 대여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일련의 행위와 관련해 대명종건 오너 일가는 배임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저리로 거액을 대여해준 계열사들에 손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대명종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 전 대표가 대명종건 자금 881억원을 하우스팬에 무담보·무이자로 대여한 행위를 배임 혐의로 인식한 바 있다.(아래 상자기사 참조)

대명종합건설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 태신개발이 매입한 강남구 삼성동 토지 위에는 현재 민영 주차장이 운영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태신개발이 매입한 강남구 삼성동 토지 위에는 현재 민영 주차장이 운영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대명종합건설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 태신개발이 매입한 강남구 삼성동 토지 위에는 현재 민영 주차장이 운영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태신개발이 매입한 강남구 삼성동 토지 위에는 현재 민영 주차장이 운영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대명종건 직접 개발 때 막대한 차익 예상

그렇다면 대명종건 오너 일가가 사법 리스크까지 감수하면서까지 삼성동 부동산 매입을 강행한 까닭은 무엇일까. 해당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해당 부지는 삼성동에 몇 안 남은 금싸라기땅이다. 삼성역에 인접하고 일반상업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업무 및 상업용 시설로 개발할 경우 막대한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태신개발이 매입한 부동산 인근의 노상 주차장이 평당 3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당가를 적용하면 태신개발의 삼성동 토지(280.12평)는 약 840억원의 가치를 지닌 셈이다. 단순 재매각만으로 약 16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얘기다.

대명종건이나 풍림산업 등 그룹 내 건설사들이 직접 개발에 나설 경우 오너 일가는 더욱 큰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의 토지 위에는 현재 민영 주차장이 운영되고 있다. 태신개발의 토지는 전체 주차장 면적의 약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단독 개발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명종건이나 풍림산업이 나머지 부지를 확보해 직접 개발에 나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태신개발은 보유 중인 토지를 고가에 매각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토지 매매 결정권이 오너 일가에게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앞서 지난 7월 대명종건 오너 일가의 편법승계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12월5일에는 지우종 전 대표를 조세 포탈 및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태신개발 관련 이슈는 현재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은 상태다. 검찰이 향후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수사에 나설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시사저널은 이번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대명종건과 태신개발 등을 상대로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들 회사 관계자들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말해줄 수 있는 담당자가 없다.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대명종건, 수상한 계열사 자금 지원 또 있다

하우스팬에 800억원대 부당 지원 의혹…편법승계 의심

최근 재판에 넘겨진 지우종 전 대명종합건설 대표는 탈세와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그의 혐의 중 태신개발에 대한 계열사 자금 지원과 유사한 사례가 있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수사부는 지 전 대표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대명종건이 2014년부터 2015년 사이에 계열사인 하우스팬에 무이자로 881억원을 대여해 83억원의 손해를 끼친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배임 혐의로 인지했다.

검찰은 지 전 대표가 대명종건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과다 계상하거나 수익을 은닉하는 등의 방법으로 마련한 자금을 하우스팬에 사업자금 등의 명목으로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하우스팬의 최대주주(43.98%)는 지 전 대표의 아들로 추정되는 정현씨다. 그는 2018년 하우스팬 지분을 확보했다. 검찰은 지 전 대표가 정현씨에게 승계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우스팬은 대명종건의 자금 지원에 힘입어 분양사업 등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렸다. 실제 2015년 1억5000만원에 불과하던 하우스팬 매출은 2016년 187억원, 2017년 1147억원까지 급증했다. 하우스팬은 이렇게 확보한 자금 중 약 40억원을 정현씨에게 단기대여금으로 제공했다. 이 자금은 정현씨의 하우스팬 지분 매입 재원으로 활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2년 만에 부활한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수사부의 첫 타깃으로 주목받은 이번 사건은 국세청의 수사 의뢰로 시작됐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대명종합건설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 과정에서 편법승계와 탈세 정황 등을 포착해 200억원의 법인세를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검찰은 지난 9월 서울 강남 대명종건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을 비롯해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 본점, 과거 대명종건을 세무조사했던 서울지방국세청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1월에는 지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데 이어 12월5일에는 그를 100억원대 조세 포탈과 400억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만큼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알려왔습니다]

「[단독] 대명종건 오너 일가, 계열사 자금으로 600억원대 부동산 투자」관련

본지는 지난 2022년 12월 13일 위 제목의 보도에서 대명종건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인 태신개발이 매입한 삼성동 토지는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단독개발이 불가능하며, 태신개발이 특수관계자인 계열사로부터 특혜와 가까운 이율로 차입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명종합건설에서는 “대명종건 계열사인 태신개발이 매입한 삼성동 토지는 단독개발이 가능하고, 대명수안, 대명루첸, 하우스팬은 분양대행 전문업체가 아니며, 태신개발은 자산 및 자본 규모가 상당한 법인이다. 태신개발이 계열사로부터 차입 시 적용한 이자율은 법인세법에 맞게 적용한 것이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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