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노트] “친문 자금책” 홈앤쇼핑, 1000억원대 비자금 의혹
  • 김현지·조해수·공성윤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3.05.05 10:05
  • 호수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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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내부 회의록 보니 “CJ만 써라”
홈앤쇼핑 “업체 선정은 협력사 자율...백마진 의혹은 사실 무근”

친노·친문·친명계의 돈줄이 적힌 이른바 ‘이정근 노트’가 공개됐다(4월21일자 <[단독입수]친노·친문·친명 돈줄 적힌 ‘이정근 노트’…판도라 상자 열렸다> 기사 참조).

중소기업 전문 TV홈쇼핑업체 ‘홈앤쇼핑’은 이정근 노트에 등장한다. ‘문재인’이라는 제목의 노트에서 친문 핵심 A씨의 “자금책”으로 홈앤쇼핑이 지목됐다.

이 밖에 노트에는, 홈앤쇼핑의 최대주주 중소기업중앙회의 김기문 회장 등이 사업가 박우식씨 측의 중소기업 대출 알선 등의 요구를 처리했다는 내용도 기재됐다(4월28일자 <[이정근 노트]“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중소기업 대출 알선 등 처리”> 기사 참조). 박씨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각종 청탁의 대가로 10억여원의 불법 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 강서구 홈앤쇼핑 본사 건물 전경 ⓒ
서울 강서구 홈앤쇼핑 본사 건물 전경 ⓒ시사저널 포토

홈앤쇼핑, 중소기업에 ‘직택배’ 강요 의혹

홈앤쇼핑은 대주주 중기중앙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홈앤쇼핑의 지분 32.83%를 중기중앙회가 가지고 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0.1% 보유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출신과 김기문 회장이 대표로 있는 ‘제이에스티나(옛 로만손)’ 비서실 출신 등이 홈앤쇼핑 주요 임원을 차지하고 있다.

홈앤쇼핑은 설립 이후 전직 대표들의 채용비리 의혹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9년에는 콜센터 도급사에 6개월 동안 최소 56억여원의 수수료를 회계처리 없이 과다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났지만, 홈앤쇼핑은 환수 내역을 주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홈앤쇼핑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홈앤쇼핑은 공적 성격이 짙은 민간기업이다. 홈앤쇼핑은 2011년 중소기업의 판로를 넓히기 위해 설립됐다. 중소기업 제품을 80% 이상 의무 편성해야 한다. 이 때문에 홈앤쇼핑과 중기중앙회에 가입한 기업 간 교류가 활발하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의 경제적 기회 균등 등을 목적으로 한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근거해 설립된 법인이다.

그런데 홈앤쇼핑이 물건 판매 과정에서 중소기업에 ‘CJ대한통운’과의 계약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TV홈쇼핑에는 택배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고객이 TV채널을 시청하며 제품을 주문하고, 채널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생산업체가 택배를 통해 고객에게 물건을 보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생산업체는 홈쇼핑채널은 물론 택배업체와도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홈앤쇼핑이 택배사와 직접 계약하고 물류비를 생산업체에 줄 대금에서 공제하는 형태의 ‘직택배’를 중소기업에 강요했다는 것이다.

2019년 ‘제1차 TV홈쇼핑 상품추천위원회’ 회의록 일부 ⓒ시사저널 입수자료

“건당 700원 차이, 1000억원 어디 갔나”

내부 비공개 회의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제기됐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2019년 제1차 TV홈쇼핑 상품추천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복수의 상품추천위원이 홈앤쇼핑의 직택배 강요와 택배비 단가 문제를 지적하는 대목이 나온다. B위원장이 택배 문제를 먼저 제기했다. 검찰 수사까지 거론했다. 다음은 회의록 내용이다.

“직택배를 강요해서 업체들이 힘들다. 택배비를 다른 홈쇼핑은 ‘업체가 알아서 써라’ 하는데 홈앤쇼핑은 ‘CJ(CJ대한통운)만 써라. 본사하고만 해라’(라고 한다.) 이건 강요고 깡패다. 2014년부터 CJ와 계약하고 지금까지 1000억 가까이 중소기업 주머니를 털어가는 격이다. 단체로 몰아주면 (건당 택배 단가가) 1800원짜리가 1500원이 되어야 하는데, 2300원을 받으면 말이 안 된다. 중앙회(중기중앙회)에 건의를 해야 한다. 중앙회 이익하고도 관련이 있다. 중앙회에서 검찰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다른 위원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C위원은 “이 건을 정식 안건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홈앤쇼핑 D본부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고객의 배송 서비스와 관련해서 5개사 택배회사를 쓰고 있음. 회사가 선택하게 돼 있음. 텐(10)+텐(10) 할인 적용하고 있음. 위원님 얘기하는 것 고민하고 논의 중에 있음. 10할인 10적립 계속 테스트 중임.”

하지만 E위원은 “택배회사를 업체가 결정할 수 없다”면서 “내가 계약한 택배회사와 할 수 있게 해달라”며 D본부장의 설명을 반박했다. “홈앤쇼핑과 거래하는 업체들 간에 다른 택배비를 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홈앤쇼핑과 거래하는 업체별로 택배 비용이 다르다”고도 지적했다.

‘택배비 백마진(back margin)’ 의혹이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됐다. 백마진은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가 소비자들로부터 받은 배송비보다 더 낮은 단가에 택배 계약을 맺고 차액을 챙기는 것을 말한다. 이번 경우에는, 홈앤쇼핑이 CJ대한통운으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것이다. 다음은 F위원의 말이다.

“1800원에 쓸 수 있는 것을 2500원에 썼다면 700원 차이가 난다. 700원은 어디 가서 잠자고 있느냐, 그것이 문제다. (건당 700원이라면 누적해 남긴 금액이) 1000억이다”라고 했다.

택배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D본부장은 업체의 택배 선택이 자율이 아니라고 사실상 시인했다.

“택배비를 포함한 수수료를 검토 중이다. 물건의 추적으로 전화 오면 응대하게 돼 있다. 업체 자유로 하면 이런 물건 추적의 응대 등에 어려움이 있다.”

결국 B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감사를 요청했다.

“중앙회 관련 부서에 위원회 결의사항으로 감사 요청. 중앙회 수입이 누락되는 부분이다. 입찰을 부친 4개 회사 금액이 똑같다. 담합이다. 시장가격이 1800원인데 2500원에 입찰을 부쳤는데 어떻게 (4개 회사가 똑같이) 2500원이 나오냐. 상추위(에) 올라오는 제품은 택배비 강요하지 마라. 택배비는 업체 자유로 해달라.”

2021년 6월9일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 택배물이 쌓여 있는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

끊이지 않는 민주당 CJ 취업 특혜 의혹

홈앤쇼핑의 직택배 방침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13조는 “대규모유통업자는 부당하게 납품업자 등에게 배타적 거래를 하도록 하거나 납품업자 등이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홈앤쇼핑은 연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해 대규모유통업자에 해당한다.

택배 문제는 홈앤쇼핑의 표준거래계약서와도 배치된다. 계약서에는 ‘홈앤쇼핑은 협력사에 홈앤쇼핑이 지정한 자(택배회사 등)를 이용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고 기재돼 있다. 복수의 위원이 지적한대로, 건당 택배비가 평균 단가보다 높게 계약됐다면 이는 리베이트 문제로 번질 수 있다. 홈앤쇼핑의 연간 직택배 건수는 1억 건 이상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이정근 노트에 대해 “수사 단서가 있다면 신빙성을 고려해 수사 필요성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홈앤쇼핑에 대한 수사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도 홈앤쇼핑을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홈앤쇼핑의 택배 문제와 관련해 민원이 접수됐다. 홈앤쇼핑 직택배 단가가 택배사가 직접 계약하는 업체배송보다 건당 최소 600원 더 비싸고, 이에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직택배 관련,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여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관련 제재처분이 있는 경우 재승인 등에 반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택배 문제를 조사했지만 처분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세한 조사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고만 했다. 

홈앤쇼핑 측은 “당사는 협력사의 편의와 고객 배송 서비스 수준 유지를 위해 직택배를 진행하고 있으나, 협력사의 사정으로 별도 요청 시 업체 직송 등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2020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이 제기됐지만 협력사 배송 형태 변경 요청을 수용해 공정위 민원이 종결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업체 선정은 협력사 결정사항이며 백마진 1000억원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택배와 관련해 홈앤쇼핑의 주요 거래처 중 하나는 ‘CJ대한통운’이다. CJ대한통운은 홈앤쇼핑의 주요 채권자(31억8000만원)이기도 하다. 홈앤쇼핑 측은 “CJ대한통운을 포함해 롯데글로벌로직스,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 모두 4개사가 자사와 계약한 직택배 회사”라고 설명했다.

현재 CJ대한통운은 민주당 소속 정치인의 취업 특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가장 먼저, 민주당 3선 이학영 의원은 CJ대한통운 자회사인 한국복합물류에 부당한 압력을 넣어 2018~22년 특정 인물들을 고문으로 취업시키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지난 3월 CJ대한통운과 한국복합물류 등을 압수수색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한국복합물류 상근 고문으로 채용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반부패수사2부는 지난해 말 노 전 실장을 출국금지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민주당 인사들의 채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론보도] 〈이정근노트 “친문자금책” 홈앤쇼핑, 1000억원대 비자금 의혹〉 관련

본 언론사는 지난 5월 9일자 사회면(주간지 시사저널), 5월 5일자 정치일반면(인터넷 시사저널)의 각 〈이정근노트 “친문자금책” 홈앤쇼핑, 1000억원대 비자금 의혹〉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주식회사 홈앤쇼핑이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에게 CJ대한통운이라는 특정 택배업체만을 직택배업체로 사용하도록 강요하여 10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홈앤쇼핑은 “①CJ대한통운이라는 특정 택배업체만을 직택배업체로 사용하라고 협력업체에게 강요한 사실이 없고 ②애초부터 비자금 조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10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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