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꺽꺽” 거위 소리를 낸다면…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9.30 13:05
  • 호수 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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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협착 의심…발견 초기에 잘 관리해야

반려견의 호흡을 관장하는 호흡기계는 사람과 동일하게 코에서 기관, 폐로 이어진다. 호흡기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기침이다. 기침은 호흡기계에 이물이나 염증이 있을 때 이를 배출하기 위한 반사작용이다. 비교적 흔히 볼 수 있어 보호자들이 발견했을 때 크게 놀라진 않는 편이다. 하지만 기침과 달리 반려견이 “꺽꺽” 거위 같은 소리를 내며 숨 쉬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이때 반려견의 가슴은 크게 부풀어 오른다. 반려견이 매우 당황하고 고통스러워하기 때문에 이 증상을 처음 목격한 보호자들은 응급 상황으로 생각해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습은 기관 협착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기관 협착 또는 기관 허탈로도 불리는 이 질환을 이해하기 위해선 기관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상부 호흡기를 이루는 기관은 원형 연골이 인대와 근육으로 이어진, 마치 하수도 파이프를 연상시키는 모양을 띤다. 이 원형 연골의 등쪽은 일부 근육으로 구성돼 있다. 여러 원인에 의해 이 근육이 늘어지는 경우 원형이었던 연골이 납작해져 내부 공간이 좁아지면서 기관 협착 증상이 발현된다.

기관 협착은 개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노령견일수록,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비만견일수록 자주 생기는 경향이 있다. 노화에 따라 기관 연골이 약해지고, 비만견일수록 기관 주위 조직의 지방이 비후해 기관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기관 협착은 이런 후천적인 요인뿐 아니라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일부 품종에서 자주 나타난다. 대형견보다는 포메라니안, 말티즈, 푸들, 요크셔 테리어 등 소형견에서 주로 발생한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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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관리로 증상 완화시킬 수 있어

기관 협착은 진단을 위해 흉부 엑스레이를 활용한다. 진행 정도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한다. 기관 내부 공간이 25% 감소했을 때는 1단계, 50% 감소했을 때는 2단계, 75% 감소했을 때는 3단계 그리고 내부 공간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는 4단계로 분류한다. 안타깝게도 기관 협착은 처음 증상을 보이면 노화에 따라 연골의 탄성과 연골 주변 근육이 약해지면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초기에 발견했을 때 잘 관리해야 한다. 꺽꺽거리는 증상을 보이는 빈도가 잦아지면 정확히 진단하고 약물 치료나 외과적인 시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초기에 보호자가 할 수 있는 관리법의 첫 번째는 체중 관리다. 앞서 말한 것처럼 비만은 기관을 더욱 압박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체중 관리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흥분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기관 협착이 있는 개들은 보통 흥분하는 상황에서 꺽꺽거리는 증상이 발현된다. 따라서 흥분을 촉발하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고, 과격한 운동이나 놀이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기관 협착이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약물 치료가 병행돼야 하며 기관지 확장제, 진해제, 소염제 등을 주로 사용해 증상을 완화한다. 협착으로 내부 공간이 거의 관찰되지 않는 4단계에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스텐트 시술이 고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스텐트 시술은 장착 후에 이동이나 파열 및 감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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