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앞으로!] ‘윤심 공천’과 ‘이재명 거취’ 어느 리스크가 더 클까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5 12:05
  • 호수 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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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공천 관련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미묘한 분위기 감지
野,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로 지도부 교체 가능성 대두

2024년 4월10일 실시될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국의 정치지형은 어떻게 바뀔까. 총선을 6개월 남짓 앞두고 여야는 선거 준비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9월20일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 영입을 발표하며 외연 확장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은 현역 의원 평가 기준을 확정하면서 공천 기틀을 마련했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여야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상대방의 허점은 예리하게 파고드는 기 싸움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지금의 여야 경쟁 구도는 ‘잘하는’ 싸움이 아닌, ‘덜 못하는’ 싸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리스크 관리에 따라 국민의힘이 승리해 여소야대 지형을 뒤바꿀 수도, 민주당이 승리해 의회권력을 더욱 굳건히 할 수도 있다. 양당이 어떤 전략으로 총선에 임할지, 리스크에 따른 변수는 무엇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대통령(왼쪽 사진)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시사저널 최준필

여당 “非검사·非尹·새 인물” 강조…공천 파동 가능성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가장 큰 변수이자 리스크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될 전망이다. 당 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통령실 참모들의 차출을 요청했다는 ‘용산 차출설’이 떠오르면서 당내 불안이 커지는 상황이다. 현재 대통령실과 여당의 관계로 미뤄보아 총선 공천에서도 윤심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전당대회에서 사실상 윤심을 업고 당대표에 당선됐다. 

이에 국민의힘 안팎에서 공천을 둘러싼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검사(측근) 공천설’이다. 정치권에서는 앞서 검사 출신 등 대통령 측근 수십 명이 국민의힘 공천장을 받아 수도권 등 험지가 아닌 TK 같은 텃밭에 대거 몰릴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김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검사 공천설은) 터무니없는 억측일 뿐이고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일축했지만 당내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의도 정치권에 30년 이상 몸담아온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 퇴임 후 방패막이가 되어줄 자기 사람을 상당수 심을 것이라는 ‘검사 공천’ 전망과 달리 대통령의 총선 기조는 무조건 이기는 전략이 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지면 차기 국회 분위기가 바뀌어 대통령이 국회에 임기 내내 끌려갈 수도 있는데, 필승 전략을 안 쓸 수가 없다. 특히 ‘검사 공천’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순간, 수도권 등에서는 오히려 불리할 것이라는 계산이 이미 있다”고 분석했다.  

공천에서 이른바 ‘비윤’(非윤석열)을 끌어안을지 여부도 공천 갈등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그리고 장외에서 계속 윤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이다. 당 내부에서는 총선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있더라도 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당보다 정부를 더 헐뜯는 인사라도 공천을 주지 않았을 때 당에 돌아올 불이익이 더 크다는 계산에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외부의 시각에서는 친윤과 비윤으로 나누지만 당내에서는 특별히 그렇게 구분하지는 않는다. 안철수 의원은 수도권·경기 지역에서 선거를 이끌어야 할 사람 가운데 한 분이고,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 이준석 전 대표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외부에서 다른 당보다 우리 당을 더 비판하고 있는 모양새는 별로 좋지 않다.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당에서 합당한 대우를 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미지 쇄신을 위한 새 인물 영입에도 힘쓰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문재인 정부에서 국세청장과 LH 사장을 역임한 김현준 전 사장, 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과 박영춘 전 SK그룹 부사장, 개그맨 출신 김영민씨에 대한 입당 환영식을 열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인재 영입=공천’은 아니다. 기존의 당내 인재,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영입한 인재, 당내 인사 추천으로 영입된 인재 등 세 부류가 다시 경쟁해야 한다. 아직 공천은 너무 먼 얘기고 11월말이나 12월은 돼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급증한) 무당층은 정치 무관심층이다. 결국 정책과 당의 이미지인데, 민주당은 지금 이미지가 너무 안 좋고 국민의힘도 그 반대급부를 온전히 가져가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사이에 이미지 쇄신을 어떤 이슈로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표심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근 현역 의원들에 대한 ‘평가룰’을 세팅하면서 총선 채비에 나섰다. 민주당 선출직 평가위원회는 10월 당 보좌진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이 평가룰을 토대로 11월말부터 12월초까지 현역 의원들을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현역 의원 평가 결과 등을 기반으로 하위 평가자, 지역구별 경선 및 전략공천 여부 등을 정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대안 세력으로 꼽히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부터) ⓒ시사저널 박은숙·시사저널 박은숙·시사저널 박정훈

이재명 리더십에 직격타…계파 갈등의 골 더 깊어질 듯 

민주당은 무엇보다 이재명 대표의 거취 문제가 총선 과정에서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9월21일 국회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장기간 단식에 따른 동정론이 일면서 부결에 무게가 실렸지만 결과는 반전이었다. 체포동의안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다. 전체 의원 298명 중 입원한 이 대표와 구속 중인 윤관석 무소속 의원, 해외 순방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 등을 제외하고 국민의힘(110명), 여권 성향 무소속(2명), 정의당(6명), 한국의희망(1명), 시대전환(1명)이 모두 가결에 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민주당에서 최소 29명이 이탈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표가 국회에서 발언한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온 비명계 의원 상당수가 가결에 표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월 표결 때와 다른 결과가 나오면서 이 대표는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민주당은 앞서 검찰에 비회기에 영장 청구를 요구했지만 검찰은 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했고, 이 대표는 8월31일 돌연 단식을 선언한 후  20일 넘게 단식을 이어왔다. 표결 가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청받자 이 대표는 “정치검찰에 날개를 달아주지 말라”며 부결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면서 버티는 전략을 택했다. 이로써 이 대표는 석 달 전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스스로 깬 것에 대한 비판에 직면한 것은 물론, 당내 입지도 상당히 어려워졌다. 

체포동의안 가결로 민주당이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막판 부결 요청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의 부결 호소로 이번 표결이 사실상 대표직의 재신임 투표 성격을 띠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거취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이탈표’ 색출 작업을 벌이면서 계파 간 갈등도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9월20일 MBC 뉴스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가결 입장을 표명했어야 했다. 이 대표가 가결 입장을 표명하고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됐다면 검찰이 정치적으로 움직이면서 정국을 급랭시키고 민생을 실종시키고 정치인들이 정치를 못 하고 사법으로만 대응하게 했다는 것이 드러났을 것이다. 차라리 이 대표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면 가결·부결 의미 자체가 해석될 여지가 있는데, 이 대표가 부결해 달라고 하면서 민주당이 국민에게 어떤 소구력을 가지게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 기일을 정하고 이 대표의 구속 여부를 판단한다.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민주당으로선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정점에 이르렀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정리 수순을 밟으면서 정치 검찰에 대한 비판에 일부 힘이 실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공천을 주도할 것이라는 이른바 ‘옥중 공천설’도 나온다. 이 대표 구속 시 동정론과 정치 검찰에 대한 비판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계파 간 분열의 골은 더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의 임기가 내년 8월까지인데, 비상대책위는 잔여 임기 8개월 미만부터 가능하므로 12월말 이후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사저널 박은숙
한국의희망 중앙당 창당대회가 열린 8월28일 국회 의원회관에 류호정 정의당 의원,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왼쪽부터) 등이 자리해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조국 없는 ‘조국 비례정당’ 가능성도 있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 여부도 민주당의 주요 변수다. 조 전 장관이 8월30일 출간한 《디케의 눈물》이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또 한 번 총선 출마설이 돌았다. 그는 이 책에서 “(총선 출마설과 관련해) 스스로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판단해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며 “(출마를 권유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부분 진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신당 창당 등으로 총선을 통해 정치 일선에 복귀하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관측도 있다.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동료인 박성오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 기획위원장(서울 광진갑), 윤재관 정책위 부의장(경기 의왕·과천), 황현선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전북 전주병) 등이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조 전 장관이 총선에서 이들의 당선을 돕는 방법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조 전 장관에게는 변수가 생겼다. 최강욱 의원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사건 당사자인 조 전 장관의 재판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척을 지지 않는 범위에서 비례대표 정당을 창당하거나 조국 없는 조국 비례정당이 나올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 대표의 입지가 확고해지면 조 전 장관의 변수는 약해지고 이 대표가 흔들리면 그 반대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3지대의 움직임도 총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는 금태섭 전 의원이나 양향자 의원이 이끄는 신당 등 넓은 제3지대가 형성돼 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최근 “내년 총선에서 제3지대는 없다고 생각한다. 살벌한 정치에서 신생 정당에 실험의 기회를 주기보다는 양당, 거대 정당이 책임감을 갖고 국정을 운영해 나가길 바라는 것이 저와 저희 지도부의 결론이다. 민주당은 1987년에 멈춰있다. (정치) 수술 의지를 보여준 국민의힘에 들어가서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겠다”면서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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