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영장 전격 기각…검찰 ‘역풍’ 어쩌나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7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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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증거 인멸 염려 단정 어려워…방어권 보장 필요”
이재명 기사회생…검찰 무리한 영장 청구 비판 불가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백현동·대북송금·위증교사 등 의혹으로 수사선에 올랐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을 면했다. 당장 검찰은 제1야당 대표를 무리하게 수사,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역풍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해 27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백현동 특혜 의혹에 대해선 “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고 했다.

대북송금 사건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구속 판단의 쟁점으로 꼽혔던 ‘증거 인멸’ 염려에 대해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둔 9월2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있던 9월2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 연합뉴스

유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10시7분부터 오후 7시23분까지 약 9시간20분가량 이 대표 구속 필요성을 따지는 심문을 진행했다. 이 대표의 심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8시간40분을 넘겨, 1997년 영장실질심사 제도 도입 이래 두 번째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역대 최장 기록은 지난해 말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10시간6분)이 세운 바 있다.

검찰은 법정에서 약 500쪽의 파워포인트(PPT) 자료로 이 대표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등 구속 필요성을 소상히 설명했다. 또 지난 7월 민주당 인사들이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를 면회하며 나눈 회유성 대화 녹음 파일을 직접 재생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검찰은 백현동·쌍방울 사건이 “이 대표가 사익 추구를 위해 공적 권한과 지위를 남용한 중대 비리”이며, ‘검사 사칭’ 위증 교사 사건 역시 “권력과 지위를 악용해 사법 질서를 교란하고 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중대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대표 측은 ”두 개 검찰청이 1년 반에 걸쳐 광범위한 수사를 해 인멸할 증거가 없다“고 맞섰다. 또 그동안 이 대표가 검찰 소환조사에 6차례 응하며 수사에 협조해온 점, 제1야당 대표로서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도 전날 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했던 것과 달리, 법정에선 자신의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으로 꼽혔던 증거 인멸 우려에 대해서도 직접 적극 반박했다고 이 대표 변호인 측은 전했다. 이 대표는 또 최후 진술을 통해 “성남시장이 된 이후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공적 개발을 추진한 이후 ‘세상의 공적’이 돼버린 것 같다”고 토로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 대표는 전날 저녁 영장심사를 마치자마자 곧장 경기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렸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이 대표는 곧장 석방, 단식 회복 치료를 받고 있던 녹색병원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법원이 이 대표의 구속 필요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검찰은 도주 우려가 없는 제1야당 대표를 상대로 무리하게 수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이 진행 중이던 이 대표의 잔여 의혹 수사 역시 크게 힘이 빠질 가능성도 커졌다.

당장 민주당은 그간 이 대표를 향했던 검찰의 모든 수사를 ‘탄압’으로 규정하고 역공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던 이 대표 역시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한층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내년 총선까지 당 장악력도 높이며 리더십 회복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반면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내세워 온 정부‧여당은 정치적 수세에 몰릴 공산이 커졌다.

이날 영장 기각으로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친 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성남FC 후원금 사건 때처럼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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