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편단심 원당 막걸리

정초부터 무슨 술타령이냐고 하겠지만, 명절이 낀 정월이 아니면 술 이야기를 하기도 쑥스럽다. 옛날에는 섣달부터 대보름까지는 내내 진탕 마시고 논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술을 담가 ...

설 음식의 ‘이중 과세’

명절 때마다 내가 만드는 음식과 내가 먹고 싶은 음식 사이의 괴리를 느끼는 이 분열은 언제나 나아질는지 모르겠다. 설만 되면 나는 친정에서 먹던 떡만두국 생각이 간절해진다. 예전에...

추워야 제맛인 꽁치 과메기

날이 쨍 하니 추우니, 바닷바람은 얼마나 대단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난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은 딱 질색이지만, 난롯불을 옆에 끼고 맛있는 것을 먹는 일이라면 겨울을 마다할 리가...

잘 지은 밥 한 그릇 열 반찬 부러우랴

새해가 시작되었으니, 여태까지 낯간지러워 쓰지 못한 기본적인 음식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바로 ‘밥’ 이야기이다. 3첩 반상이니 5첩 반상이니 하는 용어를 가정 시간에 배우는데, ...

‘다재다능’ 굴맛 꿀맛에 비하랴

나는 길을 지나다 트럭 행상이 있으면 물건을 곧잘 사고는 한다. 단 한 가지 품목만 가지고 오는 행상일 때만 그렇다. 식품 가게 품목을 이것저것 싣고 다니는 트럭은 일반 가게보다 ...

김장 날 ‘특식’ 돼지고기 보쌈

인간에게는 문화적으로 축적된 버릇 같은 게 있는 모양이다. 수렵 시대를 지나고 나서는 사냥이나 낚시 같은 것은 인간에게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을 터인데, 아직도 사냥이나 낚시를...

추운 날 더 반가운 추어탕 한 그릇

걸혼하기 전까지 20년을 살던 곳은 서울 대광고등학교와 그 옆의 안암교(옛날부터 살던 분들은 그 다리를 안감내다리라고 불렀다) 부근이었다. 그 안암교 부근에 ‘곰보추탕’이라는 허름...

도토리묵, 그 정성의 덩어리

올해 도토리는 20년 만의 대풍(大豊)이란다. 다람쥐도 아닌데 도토리 풍년에 즐거워할 일이 뭐 있겠는가 하겠지만, 도토리묵을 직접 만드는 우리 엄마 같은 사람에게는 신나는 일임에 ...

추억으로 빚는 ‘홍옥’ 사과잼

가을이 후반으로 넘어가면 이제 제대로 된 가을 과일이 나오기 시작한다. 무어니 무어니 해도 우리나라 과일의 대표 선수는 사과와 배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사과야말로 품종에 따라 맛...

말릴 것 많은 가을 볕

엄마와 할머니가 바쁘지 않은 때가 어디 있었으랴마는, 특히 가을이 되면 뭔가를 말리느라고 아주 바빴다. 추석 즈음부터 김장 즈음까지, 말리는 것이 수도 없었다. 여름에는 뭔가를 널...

토란국이 있어 풍성한 한가위

추석 음식을 생각하면 나는 늘 분열을 경험한다. 내가 먹고 싶은 것과 내가 하고 있는 것 사이의 분열 말이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은 엄마와 할머니가 힘들여 해주셨던 음식인데, 18...

단 참외에 막국수 한 그릇 더

원래 나처럼 능력 없는 사람은, 변변히 해놓는 일도 없으면서 쓸데없이 바쁘기만 해서 제때 놀러가지도 못한다. 사람에 치이기 싫고 시간도 잘 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가 여름 휴가철...

속 깊은 여름 만두, 호박편수

나는 여름에도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싶은 때가 많다. 특히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면 따끈한 국물이 있는 음식이 간절하다. 여름 음식은 따끈한 것이어도 겨울 음식처럼 텁텁하지 않고 ...

개장국 맛있게 끓이기

여름이 언제 가려나 했는데, 벌써 말복이다. 말복이 지나면 해수욕을 하거나 계곡 물에서 첨벙거리기는 힘들어지니, 이제 여름도 끝이 보이는 셈이다. 삼복이 지나가는 것을 자축하며, ...

납량 특선, 오이 냉국·물김치

한끼라도 국 없이 못사는 대한민국의 ‘애국자’들은 여름엔 냉국을 찾는다. 냉국이란 게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맛있게 잘 안된다는 사람이 많아 특별히 비법을 알려드리려 한다.냉국 ...

평안도식 냉면·막국수의 참맛

미술 하시는 어떤 분 말씀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흰색을 느끼는 감각이 매우 민감하다고 한다. 흰색과 검은색 같은 절대적인 색은 질의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그건 인위적인 색상표 위...

추억의 떡볶이와 비빔냉면

지금 나는 자연식 중심의 고상한 입맛이 되었지만, 아직도 내 입맛에는 청소년기의 흔적이 남아 있다. 1주일 이상 떡볶이를 먹지 않으면 못 견디는 ‘떡볶이 중독’ 증상이다. 나는 중...

한국 축구 수호신, ‘열두 번째 선수’들

2002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 한국 축구는 세계에 내세울 것이 정말 없었다. ‘월드컵 사상 최대 골 차(9골) 패배’ ‘월드컵 14전 무승’ 같은 치욕스러운 기록이 전부였다. 그...

밥상 위의 ‘젓갈 전쟁’

이난의 독자들께서는 대충 짐작하셨겠지만, 내 취미는 발효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조건만 맞추어주면 미생물 스스로 알아서 재료를 변화시켜 맛을 내는 것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길러 먹는 야채의 맛

그러고 보니 나는 꽤 오래 전부터 야채를 길러 먹었던 것 같다. 경기도 이천 시골에 오기 훨씬 전부터 아파트 베란다 한구석에 기다란 플라스틱 화분을 놓고 상추 같은 것들을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