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불러 온 피렌체 식탁의 변화
  • 클레어 함 유럽통신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12.03 15:00
  • 호수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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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탈리아 피렌체 농장, 온난화로 올리브나무 기생충 기승…곤충 활용한 대안식품에도 관심

코로나19로 올 한 해 큰 홍역을 겪은 이탈리아는 기후위기로 인해 또 다른 조용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3년 전 217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기록했고, 올해도 60년 만의 최대 가뭄을 겪었다. 이런 심각한 가뭄으로 농업은 20년간 150억 유로(19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이탈리아는 유럽 최대 쌀 생산국이자, 스페인 및 그리스와 더불어 유럽의 3대 올리브 생산국이다. 올리브는 풀리아, 시칠리아, 칼라브리아주(州) 등 남부 지역뿐만 아니라, 중부 토스카나주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다채로운 자연경관을 가진 토스카나주는 주도인 피렌체를 중심으로 바위로 뒤덮인 아펜니노산맥뿐만 아니라, 티레니아해 군도의 일부로 나폴레옹의 유배지였던 엘바섬의 아름다운 해변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대중적인 키안티 지역의 와인 농장과 올리브 과수원도 관광객에게는 매력 포인트다.

환경 전문가 마테오 데 필리피스는 기후변화로 지난 2년간 이탈리아 피렌체 인근 올리브 농장의 나무들이 병들어 수확을 못했다고 말했다. ⓒ클레어 함

인력 부족으로 토스카나 올리브 수확도 못 해

필자는 최근 올리브 농장 체험을 위해 피렌체 근교의 작은 농장을 찾았다. 그러나 오래전 낭만적인 여행의 추억과 함께 찾은 토스카나는 기후변화로 큰 진통을 겪고 있었다. 3일간 수확을 거들며 만난 현지 농부들은 올리브나무 100그루 이상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으나 인력 부족으로 태반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었다. 또 기후변화로 작년과 재작년엔 올리브 재배가 아예 불가능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부친의 올리브 재배를 돕기 위해 방문했던 마테오 데 필리피스(35)는 환경문제 전문가다. 그는 피렌체대에서 환경보전학 석사를 수료했고, 환경생물학으로 다시 석사학위를 준비 중이다. 기후위기가 이탈리아 농업 전반에 미친 영향에 대해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과 재작년 올리브 수확이 불가능했다고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한마디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생충 피해 때문이다. ‘박트로체라 올래아’라 불리는 기생충은 올리브나무에서 자라고 과육을 먹는데 겨울에는 땅속이 은신처다. 최소한 2주 이상 영하의 날씨가 지속돼야 박멸되는데 기후변화로 겨울을 버틴 것이다. 남부 풀리아주에서는 ‘실렐라’라는 기생충 때문에 20km에 걸쳐 올리브나무들을 잘라냈다. 늘어난 기생충 피해로 농부들은 화학비료 사용을 늘리게 되고, 토양에 침투한 비료는 강물을 오염시키고 녹조라테 등 부영양화 현상을 야기한다. 결국 생태계의 악순환이다.”

그 외에 지구온난화로 인해 야기된 농업 관련 이슈들이 있는가.

“지난 20년간 온도가 상당히 올라 기후변화가 일상에서도 느껴진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뭐니 뭐니 해도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이다. 피렌체시는 용수 공급을 위해 인공호수도 만들고, 여름 한 달간은 정부가 물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 남부 일부 지역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따뜻한 겨울로 인해 아프리카의 대추야자 같은 농작물도 재배하기 시작했다.”

2006년 유엔식량농업기구 통계에 따르면, 축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20%를 배출한다. 또 축산물과 기후변화에 관한 2009년 세계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 수치는 무려 절반에 가깝다고 한다. 이를 고려한 시민들의 먹거리 운동이 활발한가.

“반추동물인 소의 방귀, 분뇨는 물론이거니와 대규모 소 사육 방식은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끊임없이 배출한다. 토스카나는 소 방목으로 유명한 ‘발 디 키아나 밸리’가 있고, 양질의 소고기는 영국 왕실에까지 공급된다. 그럼에도 기후위기를 생각하면 당연히 소고기 소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 ‘Km0 캠페인’처럼 현지 농산물 소비를 권장하거나, 공정거래를 장려하는 소비자 모임도 있다. 심지어 대안식품으로 사육이 용이하고 저렴한 곤충 농장도 시도 중이다. 귀뚜라미를 일부 갈아넣은 밀가루도 슈퍼에서 팔고 있다.”

유럽연합 예산의 40%(1년 580억 유로)를 차지하는 농업예산정책(CAP)이 지난 10월23일 통과되었다. 이에 대해 기후운동단체 ‘Fridays For Future’는 환경에 해로운 농업 관행을 장려한다며 강하게 비판했고, 독일생물다양성리서치센터(iDiv)의 가이 페어 연구원은 지속 가능한 농업정책을 지지하는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결정이라고 하는 등 비판 여론이 높다.

“최근 유럽연합의 정책 중 최악의 결정이다. 현금 직접지급 정책 중 오직 20%에만 환경 규제가 적용되고 나머지는 방임되고 있다. 지원금이 규모(헥타르)에 따라 책정되기 때문에 도움이 절실한 다수의 소농보다 대기업의 이해관계에 충실하다. 전반적으로 CAP의 정책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농업의 온실가스 배출은 늘어나고, 고용 창출은 저하되고 있는 것 아닌가. 이 결정은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텐데 개혁을 위해 또다시 7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우울해진다.”

2019년 11월2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젊은이들이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

한국 농촌에서는 젊은 세대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탈리아도 마찬가지인가.

“이탈리아는 지난 몇 년간 젊은이들의 귀농이 눈에 띈다. 경기 침체로 도시에서 구직이 어렵기도 하고, 새롭게 정부가 젊은 농부들을 위주로 한 지원정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해 토스카나주 정부가 발표한 ‘젊은 농부들을 위한 스타트업 지원정책’은 18~40세를 대상으로 창업자금을 4만 유로까지 지원한다. 설비 및 구조 현대화와 농업활동의 다양성을 기하는 투자도 60%까지 지원한다.”

이탈리아를 통해 유럽연합으로 유입되는 기후난민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13년부터 전 세계 기후난민 수치는 꾸준히 20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탈리아는 아프리카에서 접근성이 높기에 유럽 내 가장 많은 기후난민이 유입되고 있다. 유럽의회에 따르면 2018년에는 한 해 18만 명을 기록했다. 한편, 이들 중 일부는 대기업과 마피아에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며 고작 2~3유로를 받고 있으니 이건 현대판 노예제 아닌가. 이로 인해 지난해에 남부에서 폭동도 일어났다.”

지난 9월 중국의 2060년 탄소 중립 달성 공언에 이어, 10월26일 일본도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한국도 문재인 대통령이 10월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물론 방향성 자체는 옳지만 2050년과 2060년 목표는 지나치게 낙관적이지 않은가. 아시아는 유럽처럼 203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든지, 일정을 더 앞당겨야 한다. 툰베리는 시간이 8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외쳐왔다. 우리는 기후위기가 발등에 떨어진 큰불임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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