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에도 편의점 해외 진출은 ‘이상 無’
  • 박지호 시사저널e. 기자 (knhy@sisajournal-e.com)
  • 승인 2020.12.02 14:00
  • 호수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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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나간 대형마트는 고전 중인데…잘나가는 편의점 업계 성장 스토리에 눈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통업계에 남긴 상흔은 국내외를 막론했다. 국내 점포 축소와 해외 사업 철수가 동시에 이뤄졌다. 저성장이 뉴노멀이 된 현 시기에 위기의식을 느낀 기업들의 사업 내실화 경향이 짙어진 결과다. 그러나 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곳이 있다. 바로 편의점 업계다. 백화점과 할인점, 면세점이 해외에서 줄줄이 짐을 싸는 와중에도 편의점은 몽골, 말레이시아 등 해외 진출 채비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도 편의점 업계는 타 업종과 달리 실적 선방을 이어갔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SSM(기업형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쿠팡, 네이버쇼핑, SSG닷컴 등 온라인 커머스 사업자에 밀려 영업익 감소세가 가팔라지는 동안에도 편의점은 달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유통업체 매출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 증감률에서 편의점만 유일하게 전년 대비 상승(1.9%)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근거리 소비가 늘어나면서 편의점이 수혜를 입은 덕분이다. 같은 기간 △백화점 -14.2% △대형마트 -5.6% △SSM -4.0%를 기록했다.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이 감소한 탓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매출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국내외 점포를 감축하는 배경이다.

서울 종로구 일대 편의점 모습 ⓒ시사저널 박정훈
서울 종로구 일대 편의점 모습 ⓒ시사저널 박정훈

국내 넘어 몽골·동남아 1위 노리는 ‘K 편의점’

그러나 1.9%는 과거 두 자릿수 고성장을 맛본 편의점 업계로선 만족스러운 숫자는 아니다. 그간 편의점의 매출 증가율은 △2016년 18.1% △2017년 10.% △2018년 8.5% △2019년 4.1%로 점차 하락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과거와 비교해 뚜렷해진 저성장 징후를 읽을 수 있다. 

실제로 4만 개를 돌파한 국내 편의점 점포 수와 더불어 임대료, 인건비 부담은 한계 상태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따르면 2018년 6억7205만원이던 GS25의 가맹점 평균매출액은 2019년 6억6523만원으로 감소했다. CU 역시 같은 기간 5억9312만원에서 5억8991만원으로 평균매출이 줄어들었다. 편의점 업계가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먼저 업계 1위인 GS25다. GS리테일은 지난 9월 몽골 숀콜라이그룹과 손잡고 GS25의 몽골 진출을 확정 지었다. 내년 상반기 중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GS25 1호점을 출점한다. 내년에만 50개 점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제휴 형태는 GS리테일이 로열티를 받는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이다. 현지 사업자와 맺는 마스터프랜차이즈는 중간 가맹사업자가 가맹 희망자에게 가맹점 운영권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 사업자에게는 진출국의 시장 동향을 파악할 때 현지 사업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몽골은 경쟁사인 CU의 BGF리테일이 일찌감치 터를 잡은 곳이다. BGF리테일은 앞선 2018년 센트럴익스프레스사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으로 몽골에 진출했다. 현재 100여 개 현지 매장을 운영 중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CU보다 앞서 써클케이 편의점이 몽골에 진출했지만 점포 수와 브랜드 파워, 시스템 면에서 CU가 우위를 갖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현지 편의점의 한국 상품 비율은 20~30%로 즉석 원두커피도 하루에 100~200잔 정도 판매된다. 편의점이 카페를 대신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GS25는 몽골에 앞서 지난 2018년 베트남에 진출한 바 있다. GS리테일은 손킴그룹과 손잡고 베트남에 마스터프랜차이즈 형태의 편의점을 출점했다. 현재 베트남 내 GS25 매장만 90개다. GS25는 현지 매장에 한국 문화를 도입해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다. 한국 식품인 떡볶이를 판매하거나 매장 내 K팝을 BGM으로 틀어주는 식이다. 아울러 베트남 현지 유력 배달 전문업체인 고비엣(GOVIET), 나우(NOW)와 제휴해 배달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배달 서비스로 주문 가능한 상품은 총 400여 종이다. GS리테일은 배달 가능 상품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배달 전문업체와의 제휴를 확대함으로써 배달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일각에선 ‘묻지마 해외 진출’에 대한 우려도

CU도 몽골에 이어 동남아 시장 진출에 나섰다. 대상 지역은 말레이시아다. BGF리테일은 지난달 말레이시아 기업 마이뉴스 홀딩스의 자회사인 MYCU리테일과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업계 최초로 말레이시아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마이뉴스 홀딩스는 이미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1996년부터 로컬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CVS(편의점) 전문기업이다. 10월 기준 600여 점포를 보유해 말레이시아 편의점 업계 2위이자 로컬 브랜드 1위다. CU는 내년 상반기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향후 5년간 500개 점포 이상 순증을 통한 업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규점 개점과 동시에 기존 브랜드인 마이뉴스닷컴(myNews.com) 점포들도 CU로 점진적 전환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해외 진출이 무조건적인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동남아 국가의 낮은 중위연령이 잠재적 소비력으로 비춰지며 대다수 유통기업이 뛰어들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을 만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도 올해에만 러시아, 중국 백화점을 폐점했다. 유지하고 있는 백화점 및 할인점 해외 매출액 역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소비심리 위축이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몽골에 이어 말레이시아 진출을 앞두고 있는 CU도 최근 베트남 진출을 포기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베트남 씨유브이엔(CUVN)사와 체결했던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은 지난 6월29일부로 합의 해지됐다. 올 상반기 1호점 개점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무산된 것이다.

그럼에도 편의점 업계가 타 업종 대비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다소 높은 사업 확장성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편의점보다 덩치가 큰 탓에 출점과 철수가 부담스럽다. 게다가 그 두 업태는 마스터프랜차이즈 보다는 주로 직영 방식으로 운영된다”면서 “편의점은 사업 확장성이 좋다. 점포 규모도 대형이 아닌 데다,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 형식이다 보니 파트너사와 합이 잘 맞으면 현지 운영도 수월하게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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