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도 ‘소녀상’ 만난다…獨 지역의회, 영구설치 의결
  • 서지민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2.0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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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테구청, 일본 항의로 ‘소녀상’ 철거명령…베를린 시민사회·정치권 반발해 무산
11월26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의 젠다르멘마르크트 광장에서 ‘평화의 소녀상’ 지키기 집회가 이뤄졌다. ⓒ연합뉴스
11월26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의 젠다르멘마르크트 광장에서 ‘평화의 소녀상’ 지키기 집회가 이뤄졌다. ⓒ연합뉴스

위안부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독일 수도 베를린에도 영원히 자리하게 됐다. 베를린 미테(Mitte)구에 설치된 소녀상은 당초 철거명령 대상이었지만, 각계의 반대로 철거가 미뤄졌다. 이후 미테구의회는 소녀상 영구설치 결의안을 의결해 철거를 원천 봉쇄했다.

1일(현지 시각) 베를린시 미테구의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평화의 소녀상 영구설치 결의안을 의결했다. 녹색당 소속인 프랑크 베르테르만 의장은 “성폭력 희생자를 추모하는 평화의 소녀상 보존을 위한 결의안이 다수결로 의결됐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녹색당과 좌파당이 공동 제출한 것으로, 소녀상의 영구설치를 위해 구의회가 참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표결에는 구의원 29명이 참석해, 24명이 찬성했고 5명이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의안에는 소녀상이 일본군의 전시 성폭력의 증거라는 내용도 명시됐다. 결의안은 “평화의 소녀상은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이 한국 여성을 성폭력했다는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전쟁이나 군사분쟁에서의 성폭력은 구조적인 문제로, 근본적인 문제다. 평화의 소녀상은 바로 그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테구의회는 소녀상 영구설치를 위한 논의 과정에서 이런 구조적 문제가 강조되기를 바란다”면서 “평화의 소녀상이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그 자리를 보존하길 바라고, 여성 성폭력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명시됐다.

올해 9월 말 미테구에 세워진 소녀상은 당초 철거 대상이기도 했다. 일본이 독일 정부와 주정부에 항의해 미테구청이 결국 철거명령을 내리면서다. 그러나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현지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가 행정법원에 철거 명령 효력정지 신청을 제출하고 베를린 시민사회 및 정치권에서도 철거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결국 미테구의회가 나서 지난달 7일 철거명령 철회 결의안을 채택했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소녀상이 설치된다는 것은 의미가 깊다. 독일은 일본과 함께 2차세계대전의 전범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과거 청산 및 희생자에 대한 사과를 분명히 해 온 나라다. 이번 소녀상 영구설치도 이런 독일의 행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베를린에서 소녀상 영구설치를 위한 논의가 시작된다는 것은 베를린에 소녀상을 영원히 존속시키기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라며 “소녀상을 계기로 독일에서도 전시 여성 성폭력에 대한 토론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다”고 전했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독일 수도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쓰인 비문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읽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독일 수도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쓰인 비문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읽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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