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구속영장 청구된 어린이집 원장, 인천시장 선거캠프 ‘특보단’ 활동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3 16: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장실에 CCTV 모니터 설치돼 있어…관리·감독 부실
8대 1 경쟁률 뚫고 원장에 취업…보육교사 직접 채용

상습적인 아동학대를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천시 서구 국공립어린이집 원장 A씨가 철창신세를 지게 될 처지에 놓였다. A씨는 원장실 바로 옆 교실에서 벌어진 상습적인 아동학대를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A씨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의 선거캠프 ‘봄캠’에서 ‘특별보좌단(특보단)’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A씨가 특보단에 활동한 이력을 활용해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에 취업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보육교사들의 상습 아동학대 방조 혐의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김희경 부장검사)는 3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아동학대가중처벌) 방조 등의 혐의로 A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를 방조한 혐의가 상당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아동들의 부모들은 “보육교사 전원이 집단으로 아동을 학대한 것은 원장이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며 “아동학대가 벌어진 교실은 원장실 바로 옆에 있었고, 원장실에는 폐쇄회로(CC)TV 모니터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아동학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씨의 구속영장 청구 사유 등은 수사 사안이어서 사실관계 일체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인천 서부경찰서는 지난해 12월17일 이 어린이집 보육교사 2명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했다. 또 A씨와 보육교사 4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보육교사 6명은 지난해 11월~12월 어린이집에서 자폐증을 앓고 있는 어린이 등 10명의 원생을 약 200차례에 걸쳐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원생을 쿠션으로 때리거나 짓누르고, 사물함에 가둬놓는 수법으로 학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시장 선거캠프서 특보단 활동 경력 ‘눈길’

원장 A씨는 2018년 6월13일에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의 선거캠프였던 ‘봄캠’에서 특보단으로 활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2018년 5월4일부터 2020년 10월23일까지 봄캠에서 활동했던 사진과 인천시정을 홍보하는 다수의 글이 다수 게시돼 있다.

당시 봄캠 관계자는 “A씨가 선거 사무실에서 서무와 손님 응대 등 간단한 일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봄캠 관계자는 “A씨가 선거캠프에서 특별한 직책을 가지고 활동했던 것은 아니다”며 “당시 유치원 교사를 하다가 쉬고 있었고, 잠시 자원봉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2019년 12월18일 공모를 통해 인천시 서구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으로 채용됐다. 당시 경쟁률은 무려 8대 1에 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육교사들은 A씨가 직접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피해 아동의 부모들은 “A씨가 인천시장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력이 있기 때문에 특혜를 받아 채용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4일 오후 2시30분쯤 인천지법 208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