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운용 운항관리자 인건비를 연안 여객선사들이 부담?
  • 구자익 인천본부 기자 (sisa311@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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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운임 매출의 2.9% 떼어내 납부…“국가 업무인 만큼 정부가 부담해야”
타 교통수단 준법감시비용과 형평성 논란…미국·영국·일본도 국가가 책임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서 근무하는 선박운항관리자(운항관리자)의 인건비와 업무수행에 들어가는 비용을 민간사업자인 내항 여객선사업자들이 물고 있다.

운항관리자는 당초 한국해운조합 소속이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에 정부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이관시켰다.

정부가 운항관리자를 통해 여객선의 안전운항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행사하는 데 들어가는 준법감시비용을 민간사업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관계자들이 26일 전남 목포와 신안군의 도초도, 우이도를 잇는 국가보조항로 차도선(177급) ‘섬사랑6호’의 안전점검을 위해 승선하고 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관계자들이 26일 전남 목포와 신안군의 도초도, 우이도를 잇는 국가보조항로 차도선(177급) ‘섬사랑6호’의 안전점검을 위해 승선하고 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26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2015년 7월7일 한국해운조합 소속으로 근무하던 운항관리자 71명을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이관시켰다. 운항관리자 업무의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2014년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계기가 됐다. 

정부는 또 한국해운조합의 운항관리자들이 맡아왔던 운항관리규정의 수립·이행 및 여객선의 안전운항 업무를 내항여객선사업자가 직접 수행하도록 했다. 내항여객선사업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안전관리책임자를 두도록 한 것이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여객선의 안전운항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갖게 됐고, 한국해운조합 운항관리자의 안전운항 책임은 내항여객선사업자들의 몫이 된 것이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된 것이다.  

당초 정부는 1972년 12월에 한국해운조합이 운항관리자를 선발해 내항여객선들의 안전운항 업무를 맡도록 했다. 다수의 내항여객선사업자가 소규모이거나 영세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한국해운조합에서 근무하는 운항관리자의 인건비 등은 내항여객선사업자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초기엔 여객공제방식을 준용해 일정금액을 부과하다가 1975년 5월부터 여객운임에서 일정비율을 떼어내 납부하도록 했다. 

하지만, 한국해운조합의 운항관리자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이관됐는데도 인건비 등 비용을 부담하는 체계는 바뀌지 않았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서 근무하는 운항관리자의 인건비 등을 여전히 내항여객선사업자들이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내항여객선사업자들은 한국해운조합에 냈던 운항관리자의 인건비 등을 고스란히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 납부하고 있다. 납부기한을 어기면 가산금도 물어야 한다. 한국해운조합의 운항관리자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이관됐을 때엔 여객운임의 3.2%를 부담금으로 물었지만, 2019년 3월6일부턴 여객운임의 2.9%를 내고 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직원의 월급을 내항여객선사업자들이 주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정부가 헌법 제34조 6항에 명시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른 교통수단의 준법감시비용과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국내 내항화물선이나 외항선박, 항공기, 철도 등은 모두 준법감시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과 영국, 일본도 내항여객선의 준법감시비용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 

내항여객선사 관계자는 “연안여객선사는 안전관리책임자를 채용하고 사고가 나면 민·형사와 행정적인 책임을 지는데도, 정부는 연안여객선사에게 단속과 지도·감독 등 준법감시비용을 짊어지게 하고 있다”며 “정부가 헌법 상 국가의 의무를 적극 수용해 운항관리자의 인건비 등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22년 5월9일 내항연안여객사업자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운항관리자의 인건비 등을 부담하는 것을 폐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해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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