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흩어진 한국인 유전자 추적”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3.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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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한 집단유전학자 터윌리거 교수/“환경·문화 따른 변화 조사하겠다”
집단유전학자인 조셉 터윌리거 교수(37·미국 컬럼비아 대학 게놈센터)는 한국인 유전자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옌볜·카자흐스탄·미국·스웨덴 등 세계 곳곳으로 이주한 한국인들이 환경과 문화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유전자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연구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집단유전학은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가?


특정한 집단의 유전자를 연구해 환경과 유전자가 서로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를 알아본다. 많은 질병이 유전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말로 유전에 의해 질병에 걸리는지, 환경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이주 한국인’의 유전자를 연구하게 된 까닭은?


10년 전 대학원에서 한국어 공부를 할 때 중앙아시아에 사는 고려인에 대한 책을 읽었다. 유전적으로 한(韓)족이고 문화나 환경적으로는 소련인인 그들을 연구하면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나오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한국의 풍성한 역사와 전통에 매료되어 한국 관련 프로젝트를 하고 싶기도 했다. 그러다 3년 전에 재미교포 1.5세인 이요셉 교수와 러시아인 안드레이 르체트스키 교수(두 사람은 모두 컬럼비아 의대에서 일하고 있다)를 만나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카자흐스탄이나 스웨덴 등에 강제로 이주해 다른 환경에서 살아 온 한국인과 한반도에서 계속 살아온 한국인의 건강 상태를 비교하면 환경과 유전자의 영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이주 한국인만의 특별한 질병을 찾아냈는가?


연구를 시작한 지 6개월밖에 안되어 그들의 질병적 특징은 아직 알 수 없다. 지금까지는 대상자 인터뷰를 하고, 유전자 샘플을 모았다. 카자흐스탄에 사는 스무 가족에게서 샘플을 2백∼3백 개 얻었다. 피·신장·체중·혈압 등 만성병의 지표가 되는 1백50여 개의 생리학적 특징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환경이 다른 데서 오는 차이점이 있나?


중앙아시아는 중동의 영향을 받아서 자연 환경뿐 아니라 음식도 한국의 것과 많이 다르다. 카자흐스탄에서 보신탕을 먹은 적이 있는데, 동행했던 한국인 동료는 엄마가 해주던 음식 맛과 다르다고 평가하더라. 식습관이나 환경, 문화가 다름으로 인해 생물학적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인을 연구하려면 한국인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은데….,/b>
내 방에는 한국 책이 그득하다. 한국인의 역사·문화·건강·관습 등을 알 수 있는 책은 다 읽는다. 내 방을 방문한 사람들은 벽의 절반이 한국어 책으로 차 있는 것을 보고 모두 놀란다. 내 시간의 20% 가량을 한국과 한국인을 공부하는 데 쓴다. 1년에 네댓 차례 한국을 방문해 다양한 연구자들을 만났고, 한국 신문과 한국 관련 책들을 많이 읽고 있다. 한국말은 잘 못하지만, 읽고 쓰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한국에 있는 과학자와 공동 연구 계획이 있나?


이번에 한국의 인류학자·사회과학자·분자생물학자 들에게 유전역학 방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인간유전역학이나 집단유전학 연구가 발달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유전역학자들을 도와 함께 일하고 싶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는가?


내가 중국어로 이야기하면 미국에 사는 중국인들은 매우 좋아한다. 그러나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내가 한국말을 하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그래서 한국인은 외국인에게 개방적이거나 친절하지 않다는 선입견을 가졌다. 하지만 그런 편견은 몇년 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사라졌다. 한국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따뜻하다. 이 지구상 어디에도 한국 사람처럼 따뜻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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