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목록

  • 《프랑켄슈타인》이 묻는다, 누가 괴물인가

    “창조주여, 제가 부탁했습니까? 진흙에서 저를 빚어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절 끌어내 달라고?” -소설 《프랑켄슈타인》 서문에 실린 존 밀턴 ‘실낙원’의 한 구절창작물 속에는 많은 괴물이 있다. 유전적으로 괴물의 DNA를 가지고 태어났거나, 저주를 받아 괴물이 되었거나, 분노에 잠식돼 스스로 괴물이 되었거나. 저마다의 사정이 딱하긴 하나,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한 이 괴물의 기구한 운명엔 비할 바가 못 된다. 이 괴물로 말할 것 같으면 죽은 시체 더미에서 태어났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조각난 시체를 꿰매어

  • MZ세대는 어떻게 ‘J콘텐츠’에 빠져들었나

    11월14일부터 3일간 킨텍스에서 열린 ‘원더리벳 2025’에는 J팝을 들으려는 관객들로 가득했다. 사흘간 무려 4만 명의 인파가 결집한 이 행사는 이제 J콘텐츠가 더 이상 소수 마니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드러냈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만들어냈을까.“‘ㅐ’와 ‘ㅔ’ 발음을 모르겠어. 알려줘!” 킨텍스에서 3일간 열린 ‘원더리벳 2025’ 마지막 날인 11월16일. 무대에 오른 J팝 아티스트 유이카(Yuika)는 관객들에게 이같이 물었다. 그러더니 두 모음을 허공에 써 보이며 관객에게 읽어 달라고 부탁했다. 관객이 발음을 하나하나

  • ‘션 베이커 스타일’이 가족 드라마를 만났을 때, 《왼손잡이 소녀》

    《왼손잡이 소녀》에 가장 먼저 따라오는 이름은 미국 독립영화계 최전선에 선 스타 감독 션 베이커다. 이번 영화는 그와 함께 《탠저린》(2015),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레드 로켓》(2021), 《아노라》(2024) 등을 제작한 대만 출신 감독 쩌우스칭의 첫 장편이다. 단독 연출작이긴 하지만 그간 두 사람이 영화적 동지로서 공유한 시선과 함께 작업해온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션 베이커는 공동 각본가이자 제작자로 참여했다. 다섯 살 아이의 시선을 경유해 대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세 모녀의 일상이 천진하게 펼쳐지는

  • ‘열광’을 공유했고, ‘역사’를 만들었다…‘K문화’의 상징 된 프로야구

    ‘가을야구’는 이제 축제의 장이 되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아니, 심지어는 야구 규칙을 잘 모르거나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 ‘야알못’(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을 빗댄 말), ‘야린이’(야구+어린이 합성어로 야구 입문자를 뜻함) 등도 야구 뉴스를 말하고, 굿즈에 관심을 나타낸다. 야구는 매년 3월 또는 4월 봄에 시즌을 시작한다. 한여름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 뒤 10월경에 최종 챔피언을 가리는 한국시리즈 등 포스트시즌 경기를 펼친다. 그래서 가을야구라고 한다. 이러한 일정은 세계에서 야구 열기가 가장 뜨거운 미국

  • 《태풍상사》의 돌풍은 태풍이 될까

    시대극이 달라졌다. 복고와 향수를 자극하는 코드가 짙어진 한편, 과거를 매개로 동시대 대중이 느끼는 갈증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도 강해졌다.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는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움켜쥔, 변화한 시대극의 파괴력을 보여준다.‘줄리아니 나이트클럽’으로 들어가는 강태풍(이준호)과 친구들의 모습에서는 1990년대 X세대, 이른바 ‘오렌지족’이라 불렸던 당시 청춘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줄리아니’는 당시 강남의 유명 나이트클럽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청춘 남녀들이 DJ 믹싱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강태풍

  • [2025 차세대 리더-문화예술] 매기 강 제작자

    한옥의 처마 곡선부터 북촌 골목의 경사, 민화 속 호랑이와 까치, 굿을 연상하게 하는 모습까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속 장면 곳곳에 한국의 전통적인 질감이 담겼다. ‘헌트릭스’ 멤버들의 의상과 그들의 리액션, 음식을 먹는 모습에는 한국인들의 디테일이 스몄다.《케데헌》은 2025년 가장 뜨거운 콘텐츠였다. 작품을 통해 한국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킨 매기 강(강민지) 감독은 이 작품을 ‘문화적으로 온전히 한국적인 영화’라고 평했다. 한국계 캐나다인이지만 늘 자신을 한국인이라 소개하는 그는

  • [2025 차세대 리더-문화예술] 박천휴 뮤지컬 작가

    무명의 뮤지컬 작가가 세계 뮤지컬의 심장이라 불리는 뉴욕의 브로드웨이를 뚫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탄생한 한국의 창작 뮤지컬이 미국의 연극·뮤지컬 분야 최고 권위인 토니상 시상식을 휩쓸었다. 10년간의 여정은 마라톤처럼 길었으나,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작품상·연출상·극본상·음악상·남우주연상·무대디자인상 등 6개 주요 부문에서 모두 수상하면서 저력을 보여줬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각본을 쓴 박천휴 작가는 극본상과 음악상을 받으며 ‘한국인 최초 토니상 수상’의 역사를 썼다.《어쩌면

  • [2025 차세대 리더-문화예술] 김용빈

    정통 트로트를 계승하겠다는 젊은 가수가 트로트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정서와 한을 담은 트로트라는 장르의 노래는 하루아침에 부를 수 없다. 22년간 외길을 걸어온 김용빈의 경험과 내공이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통한 이유다. TV조선 《미스터트롯3》 우승자인 김용빈은 슬럼프를 이겨내고 마침내 왕관을 쓴 ‘트로트 황태자’로 불린다.그는 어린 시절 트로트를 좋아하는 할머니와 살면서 노래에 빠져들었다. 동요 대신 이미자와 나훈아 노래를 부르며 ‘트로트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청소년 남인수 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초등학교

  • [2025 차세대 리더-문화예술] 올데이 프로젝트

    혼성그룹은 ‘필패’라던 K팝 시장에 5인조 혼성그룹이 등장해 차트를 강타했다. 6월에 데뷔해 열흘 만에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쥔 5인조 그룹 올데이 프로젝트 얘기다. 데뷔곡 《Famous(페이머스)》는 발매 4일 만에 멜론 톱100 1위를 차지하며 이변을 일으켰다.올데이 프로젝트는 YG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였던 테디가 설립한 더블랙레이블의 첫 혼성그룹이다. 데뷔 전부터 멤버들의 면면도 주목을 받았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장녀인 애니, 아일릿 데뷔 조였던 영서, 엠넷 《쇼미더머니》 최연소 본선 진출자 우찬, 유명 안무가 베일리, 현대무

  • [2025 차세대 리더-문화예술] 터치드

    밴드 열풍의 중심에 이들이 있다. 윤민(보컬·기타), 승빈(드럼), 존비킴(베이스), 도현(키보드)으로 구성된 터치드다.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밴드가 되고 싶다며 서울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선후배들이 모여 결성했다. 2020년 결성 이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Blue(블루)》로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대회 30년 역사상 록밴드가 대상을 차지한 것은 최초였다.코로나19 팬데믹 때도 터치드는 갈 길을 갔다. 이듬해 싱글 앨범 ‘새벽별’로 데뷔하며 스스로를 밝히고 대중에게 위로를 전했다. 2022년에는 엠넷 밴드 서바이벌

  • [2025 차세대 리더-문화예술] 남동협 영화감독

    기발하고 유쾌하다.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시체스영화제)가 영화 《핸섬가이즈》에 남긴 평이다. 코미디를 기반으로 호러를 가미한 영화 《핸섬가이즈》는 남동협 감독의 데뷔작이다. 평화로운 전원 생활을 꿈꾸던 재필과 상구가 귀신 들린 집으로 이사 오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다뤘다. 2010년 개봉한 캐나다 영화 《터커 & 데일 Vs 이블》이 원작으로, 오락성과 재미를 더하기 위해 오컬트 요소를 결합했다.신선하고 파격적이지만 빈틈이 없는 데뷔작을 내놓기까지, 남 감독은 오랜 시간 조연출로 경험을 쌓았다. 10년 전 자신이 재미있게 관람한 코미

  • [2025 차세대 리더-문화예술] 추영우 배우

    사극과 장르물, 로맨스를 모두 소화하며 차세대를 이끌 배우로 떠오른 배우. 추영우는 2021년 연기를 시작한 5년 차 배우다. 2025년 주목받은 콘텐츠의 중심에는 추영우가 있었다. 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에서는 베테랑 배우도 어려워하는 1인 2역을 소화하며 흥행을 이끌었고, 메디컬 장르의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에서는 엘리트 펠로인 양재원 역을 맡아 자신의 연기 폭을 넓혔다.누아르 액션 《광장》에서는 조직 보스의 아들이자 검사인 이금손으로 변신했다. tvN 《견우와 선녀》에서는 로맨스 장르 주인공으로서의 자질을 입증했

  • [2025 차세대 리더-문화예술] 이채민 배우

    사극에 대타로 투입된 2000년생 배우가 곤룡포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닐슨코리아 최고 시청률 17.1%를 기록한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에서 이헌 역을 맡은 배우 이채민이다. 기존 배우 박성훈이 논란으로 하차하면서 촬영을 열흘가량 남겨둔 시점에 주인공을 맡게 됐지만, ‘첫 사극’이라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균형 잡힌 연기를 보여주며 대중의 뇌리에 자신을 각인시켰다.《폭군의 셰프》는 과거로 타임슬립한 셰프가 절대 미각의 소유자인 조선의 폭군과 맞닥뜨리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서바이벌 판타지 드라마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TV쇼(비영어

  • [2025 차세대 리더-문화예술] 성해나 작가

    지금 한국문학의 미래를 언급할 때 거론되는 뜨거운 이름, 성해나다. 치밀한 취재와 정교한 구성, 강렬하고 서늘한 서사는 성해나 작가를 주목하게 한다. 2019년 등단한 성 작가는 2024~25 젊은작가상을 비롯해 2024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2024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등 권위 있는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그간 《빛을 걷으면 빛》 《혼모노》 《두고 온 여름》을 출간했다.성 작가는 2022년 첫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으로 서로 다른 세대와 집단에 속한 채 얽혀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듬해 펴낸 장편 《두고 온

  • [2025 차세대 리더-문화예술] 조예은 작가

    섬뜩하면서도 경쾌한 문체로 기괴한 세계를 열었다. 유려하게 읽히는 문장에 더해진 오싹한 묘사와 기이한 스토리가 문학계에 호러·스릴러 붐을 일으켰다.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 《적산가옥의 유령》 등을 통해 독자들을 흡입한 조예은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조 작가는 올해 독자들이 꼽은 예스24 ‘2025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에 선정되면서 인기를 입증했다.1993년생인 조 작가는 문학 비전공자다.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했다. 2016년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

  • 넷플릭스 《굿뉴스》, 항공기 납치 사건과 허구 사이의 운명

    간혹 어떤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그런데 그 사실을 작정하고 영화로 옮긴다면 어떻게 될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굿뉴스》는 1970년대 실제로 일어났던 항공기 납치 사건을 둘러싼 소동을 그린다. 김포를 평양으로 탈바꿈해 항공기를 유인하는 기상천외한 계획. 그 안에서 치열하게 부딪치는 각자의 입장과 욕망은 가히 롤러코스터의 움직임을 연상케 한다. 그것도 올라타기에 꽤 즐겁고 스릴 넘친다.익숙한 느낌의 자막으로부터 출발하는 《굿뉴스》는 영화의 시작부터 이 모든 것이 ‘만들어진’ 세계임을 분명히 하고, 관객에게 일정한 거리를

  • 한복·김치·추석까지…‘문화 도둑’ 공격하는 中,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이번 추석 연휴에도 중국발 논란이 터졌다. 영국의 명문 축구단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가 한국 팬들에게 추석 인사를 전한 것이 발단이었다. 맨시티는 구단 공식 계정에 “모든 한국 팬이 행복한 명절을 보내길 바란다”며 한복을 입고 공기놀이를 하는 선수들의 영상을 올렸다. 엘링 홀란 등 선수들은 “해피 추석”이라고 말하며 한국 팬들에게 인사했다.논란은 엉뚱한 곳에서 일었다. 중국 일부 누리꾼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 매체 ‘넷이즈’는 “맨시티가 한국인에게 중추절 인사를 전하며 문화 도용을 조장했다”며 “한국은 오랫동안 중국 전통문화

  • 일본에서 달려온 《100미터.》와 40년 만에 돌아온 《하니》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달리기(러닝) 열풍’이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한 러닝 열풍은 이제 단순한 운동이 아닌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밤낮으로 도심을 가로지르는 러닝 크루(running crew) 행렬을 만나는 것 또한 낯설지 않은 상황. 러닝 열풍에 운동화나 고글, 플라스틱 물병을 파는 스포츠 브랜드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보행자에게 피해를 주는 일부 ‘러닝 크루’의 민폐 행위에 지자체까지 나섰으니 말 다했다. 인간은 왜 달리는가! 마침, 달리기를 소재로 한 한일 애니메이션 두 편이 동시기에 개봉해 눈길을 끈다.

  • 로맨스보다 뜨겁고, 사극보다 예민한 남북 드라마 《북극성》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K콘텐츠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디즈니+ 《북극성》을 둘러싼 중국 일부 네티즌의 반발은, 이 소재가 얼마나 뜨거운 감자인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중국은 왜 전쟁을 선호할까요? 핵폭탄이 접경지대에 떨어질 수도 있는데….”디즈니+에서 방영 중인 《북극성》에서 유엔대사 출신 대통령 후보 서문주(전지현)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 임두진(최종원)을 만나 긴박한 정세를 논하며 이렇게 말한다. 대사만 떼어놓고 보면 마치 《북극성》이 중국을 호전적 국가로 그린 듯 오해

  • 유승준의 거침없는 승소 행진…입국 금지 풀리나

    유승준(스티브 유)이 8월28일 세 번째 비자 발급 소송에서도 승소하며 거침없는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자 LA총영사관이 불복해 9월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유승준의 법정 다툼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과연 그는 끝내 법으로 한국 정부를 굴복시키고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을까.군 복무를 약속했던 유승준은 2001년 말 입대를 앞두고 출국하며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당시 ‘일본과 미국 공연 일정이 끝나면 바로 귀국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해 병무청 승인을 받고 출국했지만, 귀국 대신 미국 시민권을 선택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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