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좋은 열한 가지 이유
  • 윤방부 교수 (연대세브란스 병원 가정의학) ()
  • 승인 2005.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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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 충전’ 제1 원천…숙면 돕고 질병·노화 방지, 자신감 회복에도 도움

 
인간의 몸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경이적이다. 인체는 축구·달리기·수영·춤·승마 같은 운동을 할 수 있고, 곡예사처럼 유연하게 돌거나 시속 35km 이상 달릴 수도 있다. 또 3백kg 이상의 무게를 한순간에 들어 올릴 수도 있고, 노련하게 칼을 쓰거나, 강하게 내리치기도 한다. 물구나무서기나 기계 체조같이 까다롭고 복잡한 동작을 하는데도 별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인간이 이런 모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

 그러나 그같은 능력은 꾸준한 신체 활동을 해야만 가능하다. 여기에서 신체 활동은 운동을 뜻한다. 그러니까 운동은 단순히 몸놀림과 신체 활동의 유지 관리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퍽 포괄적이며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운동의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운동을 하면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높이뛰기 선수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가 봉을 넘으면 유쾌한 기분이 몸속으로 스며든다. 일반인들도 일정한 거리를 성공적으로 뛰고 나면 상쾌함과 함께 행복감을 맛본다. 그같은 희열은 세로토닌·도파민·노아드레나린 같은 신경세포 전달 물질을 통해서, 혹은 신체 내부에서 생성되는 아편성 물질(엔돌핀)이 최대한 발산 되어서 느끼게 된다. 물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낼 수 있다는 자아 의식을 통해서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둘째, 운동이 삶이고 삶이 곧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운동을 이용해 몸을 단련하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 운동으로 우울증, 중독증세, 신경성 각종 질환을 치료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아울러 운동은 삶에 기쁨까지 준다. 운동은 사람들로 하여금 낙천적인 행동과 사고를 하게 하고,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시켜 준다. 우리 몸은 2백6개의 뼈와 6백56개의 근육, 그리고 3백 개의 골격 근육, 1.6m의 피부, 약 1조 개의 신경세포와 12kg 정도의 결합 조직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복잡한 구성물이 모든 운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셋째,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위험과 함께 사는 셈이다. 기계와 달리 인체는 활동력을 잃지 않는 한 계속 움직여야 한다.  커피를 끓이는 기구나 잔디를 깎는 기계는 오랫동안 창고에 처박아두어도 다시 전원만 연결하면 전처럼 작동한다. 그러나 인체는 오랫동안 쓰지 않으면 그 움직임이 달라진다. 깁스를 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오랫동안 근육과 관절을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퇴화하고, 그 결과 근육과 관절에 문제가 생긴다.  

 넷째, 인간은 움직여야 하는 동물이다.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생활 방식은 급격히 변화하였다. 그렇지만 거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운동 성향이다. 어린이들의 운동 욕구가 좋은 증거이다. 인류는 오랫동안 먹기 살기 위해 두 다리로 종일 움직여 왔다. 달라진 게 있다면 골격근 사용 비율이다. 과거에 비해 현대의 여성은 35%, 남성은 40%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마사이족과 에스키모인은 왜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을까

 인간의 신체 외형은 지난 4만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은 체력의 90%를 생활 경제를 위해 소모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그 비율이 1% 이하로 떨어졌다. 세탁기·승강기·자동차같이 우리를 편리하게 해주는 기계와 기술들은 근육 사용 기회를 앗아갔고, 결과적으로 운동 부족을 초래해 문화병·성인병을 양산했다. 우리나라 전국민의  운동 실천율은 주 1~2회가 23.5%로 가장 많고, 주 3~4회가 7.5%, 주 5~6회가 1.5%, 매일 운동한다가 2.7%였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안타깝게도 45.6%의 국민이 전혀 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

 다섯째, 노화를 늦춘다. 나이가 들면 우리 몸의 구조적 기능은 적지 않게 상실된다. 즉 신체 세포 일부가 양적으로 줄어, 그 활동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이같은 노화 과정이 완화된다. 또 심리적으로 훨씬 젊어진다. 여섯째, 몸매를 가꾸어준다. 운동은 신진 대사를 활발하게 해서, 체내의 지방을 연소시킨다. 따라서 근육질 몸매와 균형 잡힌 몸매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뿐이다.  

일곱째, 숙면에 도움을 준다. 사람은 일을 하는 동안 뇌와 신경조직을 한쪽만 쓴다. 그런데 운동을 하게 되면 경직된 신진대사가 균형을 유지하고, 혈액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져서 더 많은 산소가 신체세포에 전달된다. 이 과정을 통해 인체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제거하고, 피로를 날려버려 좀더 편안한 상태가 된다.

 여덟째, 운동은 컨디션을 좋게 해준다. ‘운동을 많이 하면 할수록 더 많은 만족감을 생긴다.’ 독일 퀼른의 면역생물학연구소가 1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이다. 응답자의 3분의 2가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고 하였고, 그들은 생활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반면,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48%만이 자신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아홉째, 심장 기능이 향상된다. 심장은 필수 영양소 당, 단백질, 지방뿐만 아니라 물, 산소, 전해질, 염소, 나트륨 등을 각 조직으로 운반하고 불필요한 노폐물을 제거한다. 심장 기능이 좋아지면 심장 자체가 커지거나 심장 근육의 수축력이 강해져서, 심장으로부터 (한 번에) 뿜어 나오는 혈액양이 많아서 강한 운동에도 잘 견딘다는 뜻이다. 강한 운동을 잘 해낸다는 것은 피로 회복이 좋다는 뜻이다. 당연히 질병 회복 속도도 빨라진다.

 열 번째, 혈압 조절을 도와준다. 운동을 하면 보통 혈압이 상승한다.  운동 시에는 수축기 혈압이 눈에 띠게 상승하지만, 이완기 혈압은 조금만 떨어지거나 거의 변화하지 않는다.  운동 중에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에 비해 혈압이 더 높아진다. 운동을 하면 심장에서 뿜어 나오는 혈액의 양이 늘어나는데, 나이 든 사람의 혈관은 잘 확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운동을 하면 혈관이 확장되고, 동맥의 탄력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 혈압이 낮아진다. 

 열한 번째, 동맥경화 예방에 도움을 준다. 나이가 들면 동맥이 탄력성을 잃고 딱딱해진다. 그렇게 되면 콜레스테롤과 중성 지방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프리카 마사이족과 에스키모 인들은 고기와 우유같이 칼로리와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자주 먹는데도 건강하다. 이유는 별게 아니다. 항상 격렬한 육체 노동을 하는 덕이다. 일반인들도 조깅, 걷기, 수영, 등산 같은 지구성 운동을 하면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운동은 심폐 기능과 우리 몸의 신진대사 과정을 향상시킨다. 그리고 골격근 상태를 호전시키며 심리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건강한 사람이 운동을 하면 신체 작업 능력과 심폐 기능의 대사 과정이 향상되는데, 4~6주 정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반대로 다시 떨어진다.  심근경색증(심장마비) 환자도 적절한 운동을 하면 삶의 질이 높아지고, 사망률과 심장 발작률이 20~25% 정도 감소한다.

 장기간 침상에 머문 사람과 무중력 상태에서 운동을 하지 않고 오래 머문 사람을 조사한 결과 운동을 하지 않으면 신체 작업 능력이 떨어지고, 심장 순환 기능이 저하되었다. 또 칼슘과 질소의 배설량이 늘어났고, 골격근 양도 줄어들었다. 신체 활동(운동)이 적은 사람이 활발히 운동하는 사람에 비해 순환기 질환(심장 및 혈관)에 두 배 정도 더 잘 걸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혈압 발생 위험도 35~52% 높았다. 반대의 연구 결과도 있다. 즉 고혈압 환자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평균 혈압이 10mmHg정도 떨어진다. 1분당 에너지 소비량이 7kcal가 넘게 운동하면 심근경색증(심장마비)의 발병율도 낮아진다.

 규칙적인 운동이 생리, 대사, 심리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이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사망률을 떨어뜨리고 관상동맥질환(협심증), 고혈압, 비만, 뇌졸중, 제2형 당뇨병, 골다공증,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조기 암의 발생을 저하시킨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사람이 운동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 사람들에게 좀더 구체적으로 운동의 효과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순환기와 심근의 산소 요구량이 줄어들어 맥박 수와 이완기 혈압이 감소되어, 혈소판 유착 감소 및 섬유소 분해가 증가한다.

 ②호흡기 최대 환기 양이 증가해 운동 호흡수가 감소하고, 폐 확장 기능이 좋아진다. 때문에 성인에게 특히 문제가 되는 관상동맥 질환(협심증, 심근경색)에 걸릴 확률이 줄어들고, 설사 질환에 걸린다 해도 심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③골격근과 마이오글로부린의 농도가 증가한다. 또 산화 효소의 활성과 농도가 증가하고, 미토콘드리아 수와 크기가 증가한다. 지방산 산화도 많아 근육이 단단하고 힘 있어진다.

 ④넷째, 비만의 원인인 체지방량과 체중이 감소하고, 우리 몸에 좋은 혈중 고밀도 지단백(HDL콜레스테롤)이 증가한다. 반면 나쁜 콜레스테롤인 혈중 저밀도 지단백(LDL콜레스테롤)은 감소한다. 뼈에 칼슘 침착이 늘어나고, 인슐린 요구량이 감소한다. 당(糖)에 대한 내성이 증가하고, 복강 내 지방이 줄면서 비만과 당뇨병 발생률을 낮춘다. 그 외에 에피네프린·콜티솔 같은 호르몬 분비량이 늘어나 면역력이 좋아지고, 성장 호르몬을 분비시켜 뼈와 인대 근육을 단단하게 하고 각종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준다. 

 ⑤정신적으로도 도움을 준다. 사람은 긴장하거나 두려움을 느끼면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불안을 느끼게 된다. 이때 운동을 하면 뇌 조직으로 가는 혈액량이 많아져 뇌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된다.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우울증은 뇌 조직에서 신경전달 물질을 촉진하는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부족해서 나타나는데,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 분비가 증가해 우울증 발병률이 떨어진다. 또 자신감과 자긍심이 늘려 성적 욕구와 만족감을 높인다. 그런가 하면 작업 능률과 스포츠 활동 등에서도 적극성과 능력의 향상이 나타난다.

신경계 발달시켜 피로 덜 느끼도록 해

 운동은 누구나 겪는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운동은 부교감신경인 미주신경의 자극을 증가시켜 심박수를 감소시키고,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호르몬 양을 조절한다. 예컨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생각되면 20분 정도 편안한 마음을 갖고 걸으면 좋다. 걷기 운동은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⑥사람의 신경계는 주변의 환경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종합 분석한 뒤 그 변화에 잘 적응하도록 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그리고 운동을 할 때나 긴박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우리 몸이 잘 적응하도록 신체 내부의 조건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젊은 사람에게는 근육을 커지게 하고, 신경계를 발달시켜 피로를 느끼지 않게 하고, 힘있게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한다.

 반면 나이 든 사람은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더라도, 별로 근육이 커지지 않는다. 그러나 근육을 지배하고 있는 신경 분포가 많아져서 근육이 빠르고 정확하게 명령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평형감각이 향상된다. 아울러 전신 지구력도 훨씬 좋아지고, 피로의 원인 물질인 젖산의 생성도 적어 피로를 덜 느끼게 되고, 회복도 빨라진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운동은 육체·정신·사회 안녕에 도움을 주고, 웰빙에도 이로움을 주는 ‘종합 예술’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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