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디 드라마에서 어른이 사라지는 이유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5.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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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디 드라마, 젊은 스타 몸값 치솟자 중견 연기자 ‘구조 조정’

외환위기 이후 직장에서 구조 조정 대상이 되었던 비운의 사오정·오륙도 세대가 브라운관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가족 문제를 주로 다루는 주말 홈드라마와 일일 드라마에서는 아직까지 굳건히 버티고 있지만 젊은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다루는 월화 드라마와 수목 드라마에서 중견 연기자의 입지는 눈에 띄게 좁아졌다.

중견 연기자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스타 캐스팅 때문이다. 드라마 제작자들은 인기 보증 수표인 톱스타를 캐스팅하는 데 승부수를 걸고 있다. 치열한 캐스팅 경쟁 때문에 주연을 맡은 젊은 연예인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그러자 제작사들은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중견 연기자들을 구조 조정하는 방법을 택했다.

드라마에서 왕이나 사장  조부모나 부모 서서히 사라져

 
요즘 트렌디 드라마에서는 왕이나 사장 회장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 등 중량감 있는 중견 연기자가 필요한 역할은 대부분 생략된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둘 다 나오는 경우보다 편부 혹은 편모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홈 드라마나 일일 드라마에서 감초 역할을 하는 이모나 고모, 삼촌은 설 자리를 잃은 지 오래다.

인기리에 종영된 MBC <신입사원>에는 전무 이사 부장 과장은 나오는데 정작 사장이나 회장은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 강호(에릭 분)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다른 주인공들은 가족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조선시대와 고려시대로 시공을 넘나드는 MBC <환생-Next>에서도 부모의 모습을 볼 수 없다.

SBS 대기획 <패션 70>에서는 네 주인공이 모두 편부 편모 슬하에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천정명 주진모 이요원 김민정이 주연한 이 드라마에 중견 탤런트 이혜영 최일화 전인택 송옥숙이 각각 편부, 편모 역을 맡는다. 방영하자마자 수목 드라마를 평정한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의 두 주인공 현빈과 김선아의 가정도 편모 가정으로 설정되어 있다.

든든한 중견연기자 없으면 완성도 떨어져

드라마에서 중견 연기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신입사원>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이기열(김전무 역), 김일우(송이사 역), 이기영(구부장)과 같은 중견 연기자들의 감초 연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견 연기자라는 든든한 버팀목을 잃은 트렌디 드라마는 스타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휘청거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중견 연기자들이 설 자리가 없었던 <러브스토리 인 하바드>(김태희·김래원) <슬픈 연가>(김희선·권상우) <세 잎 클로버>(이효리) <러브홀릭>(강타)은 톱스타가 출연했지만 시청률이 저조했다.

이 기사와 관련해 <PD연합회보> 5월13일자에 황지희 기자가 쓴 '스타몸값, 드라마 질은 반비례?' 기사를 부분 발췌해 보여드립니다. <PD연합회보>는 스타 몹값이 오르는 추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2001년 A주말연속극은 회당 총제작비 3996만8275원(미술비 제외) 중 총출연료는 2481만721원으로 62%를 차지했다. 또 출연료 가운데 주인공 2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총출연료 대비 9.8%로 390만원을 기록했다.

이렇던 수치는 2004년에 이르면 3배를 넘어선다. 2004년 B주말연속극은 회당 총제작비 5857만7203원(미술비 제외) 중 출연료는 4598만3955원으로 79%를 차지하고 있다. 또 출연료 중 주인공 2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22.2%로 1300만원을 기록했다.

미니시리즈도 현상은 마찬가지다. 2001년 방송된 C미니시리즈의 회당 총제작비는 4919만4000원(미술비 제외). 이 가운데 총출연료는 3194만원으로 제작비의 65%를 차지했으며, 두주인공의 출연료는 323만970원으로 총 출연료의 6.6%에 그쳤다. 그러나 2004년 제작된 D미니시리즈는 회당 총 제작비 8125만582원(미술비 제외) 가운데 출연료는 5208만751원으로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로 비슷했으나, 두 주인공이 전체 출연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5%로 1100만원을 기록하고 있었다. 즉 2001년 150만원~200만원선이던 주인공 1인당 회당 출연료가 3년 뒤인 2004년엔 500만원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그나마 이들은 방송사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들의 경우다. 외주드라마들에서 주인공들의 회당 출연료는 몇백만원 이상씩 차이가 나며, 이는 2005년이 되면서 더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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