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실 복원 꿈꾸는 사람들
  • 변진경 인턴기자 ()
  • 승인 2006.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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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황실사랑회 등 재건 운동 벌여…“전통문화 보존 차원에서 검토해야”

 
1945년, 일제에서 해방되자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황실의 적장자 성조(최불암)가 귀국한다. 여론의 요구로 황실이 복원되고 대한민국은 입헌군주제 국가가 된다. 드라마 <궁>의 시놉시스다. ‘우리 나라에도 영국이나 일본처럼 왕(황제)이 있다’는 드라마 <궁>의 설정은 황당무계하다. 경복궁에 황제와 황후가 앉아있고, 궁녀들과 내관들이 후원을 바쁘게 돌아다니는 풍경은 분명 시청자들에게 낯설다. 그래서인지 <궁> 제작자들도 드라마에 ‘판타지적 가상 역사물’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하지만 황실 복원을 ‘판타지적 가상’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우리황실사랑회’와 ‘대한황실재건회’ 그리고 ‘황실보존국민연합회’와 같은 황실 재건 단체 회원들이다. 1만3천여 명의 회원들(우리황실사랑회 4천1백47명, 대한황실재건회 4천5백66명, 황실보존국민연합회 4천1백72명) 중에는 조선 황실 후손들도 있지만, 일반인들도 꽤 있다. 세 단체 회원들은 친일 서적 금지 요청, 종묘 앞 시위 반대 서명 운동, 서삼릉 일대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 등 주로 전통 문화 보존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그들의 장기적 목표는 ‘대한제국 황실의 상징적 재건’이다.

황실이 복원되길 바라는 그들은 드라마 <궁>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아쉬워한다. ‘우리황실사랑회’ 이승욱 위원장은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 ‘MBC 드라마 궁에 대한 유감’에서 “이 드라마로 국민들 사이에 황실 재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황실을 너무 가볍게 그린 것을 보고 실망이 컸다”라고 말했다. 이위원장은 “드라마를 최대한 가볍게 만든 것은,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민감한 정치적인 이슈를 방지하기 위함이 아닐까?”라고 묻기도 했다. 아이디가 ‘바람꽃’인 한 회원은 “황태자가 너무 건방지게 나와 오히려 황실 복원에 대한 반감이 커지지나 않을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궁>, 황실 너무 가볍게 그려”

 
드라마와 달리 실제 광복 후 대한제국 황실이 ‘상징적’으로라도 재건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황실사랑회’ 이구용 부위원장은 “해방 당시까지도 대다수 민중들이 황실 재건을 바랐다. 하지만 일제가 대한제국 황실의 정통성을 훼손시키려고 일본 왕족과 강제로 결혼시켰고, 국내적으로는 이승만 대통령이 권력 장악을 위해 대한제국 황족을 탄압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려대 사학과 권내현 교수는 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그는 “일제시대 민족해방운동의 중심이 전근대적 황실 복고 세력으로부터 근대적 공화주의 세력으로 이동해, 임시정부 수립 이후에 황실 복원 운동의 동력이 결정적으로 상실되었다. 해방 후에는 대부분의 정치 세력이나 국민들이 황실 복원을 원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지금 대한제국 황실이 복원될 가능성은 있을까. 황실 재건 단체 회원들은 전통 문화 유지와 민족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상징적인 황실 복원이라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 기대한다. 이구용 부위원장은 “우리도 우리 나라가 입헌군주제로 바뀌기는 어렵다는 것을 안다. 다만 전통문화재의 관점으로 본다면 황실 문화를 복원할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드라마 <궁>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묻어두기에는 조선 황실이 너무 아름답다. 한글 하나만으로도 황실은 칭송받아 마땅한 것 같다”라는 의견도 올라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경인교대 강석화 교수(한국사)는 “황실 복원은 대한민국 헌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전혀 정당성이 없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LJ필름은 올해 한·미 합작으로 순종 황제의 손자 고 이 구 황세손과 줄리아 리 여사의 생애를 다룬 영화 <줄리아>를 만들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드라마 <궁>에 이어 또 한 번 대한제국 황실을 재조명하는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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