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도가도 끝없는 환자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0.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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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한방의료봉사단 무료시술소에 현지 주민들 대거 몰려

쉬또 발리뜨?(어디가 아파요)
지난 8월11~15일 아랄 해의 비극으로 유명해진 나라 카라칼팍스탄(우즈베키스탄내 자치공화국)에 의료 봉사를 나각 한의사 12명은 목이 붓도록 이 말을 반복해야 했다. 대한한방의료봉사단(KOMSTA 단장 권용주)에 속한 이들이 4박5일 동안 진료한 환자는 무려 3천4백여명 시간이 흐를수록 입소문을 듣고 시골에서 찾아오거나 들것에 실려 오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무료 진료소가 차려진 누크스 시립 제1병원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번 의료 봉사단을 이끈 박영근 진료팀장(전주 연세한의원 원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이 지역 주민의 건강 상태가 나빴다라고 말했다. 정부 공식 통계로도 2명에 1명꼴로 빈혈을 앓을 만큼 이곳에서 빈혈은 너무도 흔한 질병이었다(전체 여성의90%가 빈혈 환자인 것으로 추정된다)육류 중심의 식생활과 관련된 고혈압 관절염 환자 아랄 해 오염으로 인한 갑상선 피부 질환 환자도 상당수 였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어린이의 영양 상태가 매우 불량하다는 점이었다. 훌리마느라는 여자 아이는 네 살이 되도록 걸음마를 떼지 못해 보호자에게 업힌 채 진료실에 들어섰다. 아이를 진단한 이준무 교수(상지대)는 선천성 기혈 부족이라고 진단했다. 국가 차원에서 예방 접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소아마비 증세를 보이는 어린이도 여럿 눈에 띄었다.

온갖 질병이 빈발하는데도 적절한 의료 처치에서 소외되어 온 이 나라 사람들은 동양에서 온 한의사들에게 주저 없이 몸을 맡겼다. 전신에 마른버짐이 끔찍하게 퍼져 있는 한 노인에게 한의사가 말해다. 우리에게는 지금 당신을 치료해줄 충분한 약과 장비가 없으니 침으로나마 정성껏 진료해 드리겠습니다. 몹시 아플 텐데 참을 수 있겠어요? 이에 대한 환자의 대답이 의사를 울렸다. 내 피부를 다 도려내도 상관없어요.

한의사들의 헌신적인 자세는 침과 뜸에 대한 현지인들의 생경함을 누그러뜨렸다. 어떤 한의사는 보라빛으로 부어오른 환자의 종기를 눈살 한번 찌푸리는 일 없이 짜내다.

진료 막바지에는 한국에서 준비해 간 약이 거의 떨어졌다. 특히 갑상선종 치료제로 가져간 요드 6백 병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한의사 송 근씨는 이번 진료를 통해 아랄 해로 인한 환경 재해가 이 지역 사람들의 건강을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지 실감했다며 일개 단체를 넘어선 국제적인 차원의 협력과 도움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대한한방의료봉사단의 이번 카라칼라팍스탄 의료 봉사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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