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개를 만들어야 한다
  • 임인학 (토종견애호가) ()
  • 승인 1991.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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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견 육성은 문물보존과 마찬가지…진도개도 혈통고정 못시켜

 그동안 지리적 정책적 배려로 인해 단절없이 보존돼온 진도개는 별개이지만,, 최근 토종개로 알려지고 있는 삽살개나 제주개가 원형 그대로의 개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가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굳이 원종을 따지자면 지구상의 순종개는 몇마리 되지 않는다. 세계의 개종류는 비고인종까지 합쳐 3백종이 넘어서고 있는데 개란 사람을 따라 다니는 동물인 만큼 인류의 이동이나 교류, 그리고 전쟁을 통해 끊임없이 交雜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견종의 대다수는 의도적인 선택번식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져온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베르만 핀셔도 19세기 독일 튀빙겐에서 루이스 도베르만이란 사람이 일생을 바쳐 그 지방 토박이개를 중심으로 여러 개를 혼혈시켜 탄생시킨 것이다. 일본의 도사견 역시 투견으로 쓰기 위해 세계의 덩치 크고 사납다는 개들을 모조리 혼합하여 만든 개다. 따라서 현재 보존되고 있는 토종개들도 원종여부를 따지기 전에 우수한 형질들을 잘 가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번식을 해나가면 한국의 토종개가 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세계적인 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진도개의 후손이라 추정되는 일본의 천연기념물 아키다개의 혈통도 제대로 고정된 지 불과 30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 개는 그후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인들의 기호에 맞는 아메리칸 아키다개가 만들어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비해 오랜 역사와 우수한 품성을 가진 우리의 진도개는 아직 세계공인견으로도 인정 못받고 있는 상태이니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진도개는 비록 일제시대 일본에 의해서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명실공히 법의 이름으로 보호되어온 지 50년이 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진도개의 혈통을 확고하게 고정시키지 못했다. 진도개는 특별한 사유없이 진도 밖으로의 반출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그동안은 그저 그런 법이 있다뿐이지 거의 실효성이 없었다. 진도에서 우수한 개로 소문만 나면 도시사람들이 두둑한 돈뭉치를 들고가 어렵지 않게 반출해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도시로 간 진도개는 차츰 특유의 성품을 잃고 겉만 번드르르한 개가 돼갔다.

 진도개의 표준체형을 정하는데도 문제가 많았다. 과학적 실측을 하는 일도 없이 일본개의 표준과 몇몇 애견가의 주장을 받아들여 만든 기준은 아직까지 통일되지 못한 채 설왕설래가 거듭되고 있다. 이 와중에서 제일 아쉬운 것 중의 하나는 표준 毛色을 황색과 백색으로만 한정시켜 흑구는 도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토종개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민족 고유의 명견들을 육성하는 것은 전통문물 보존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아직도 끈질기게 남아 있는 무분별한 외제품 선호사상처럼 국내의 애견가들도 그동안 너무 외국개만 선호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설사 토종개를 기르는 사람도 그저 좋아서 기르기만 했지 그 개의 진정한 발전과 개량에는 무관심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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