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회
  • 성우제 기자 ()
  • 승인 1991.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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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의 실시로 만의가 행정에 효율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마련되었다. 민의수렴의 기초적 장이라는 관 주도의 반상회를 존속시킬 필요가 있는가.

“간접 민주주의의 보완기능았다”(찬 성론)
정셰욱 명지대부총장 ·행정학과교수. 서울대 법학과졸업. 프랑스 파리 제2대학 박사. 프랑스소르본대학 교수 역임.

반상회 존속에 찬성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반상회는 이웃 주민끼리 모여 공동관심사를 함께 논의하고 중지를 모아 합의 또는 결정을 하며, 그 사항이 실천되도록 하는 ‘근린조직’(neighborhood organization) 으로서 주민참여 의 한 형태이다. 그것은 국민과 국가행정, 주민과 지방행정을 연결시키는 교량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반상회를 통해 추진하는 시책을 국민에게 알리기도 하지만, 지역의 문제에 관한 여론이 이 통로를 통해 국가나 지방 자치단체에 전달돼 정책결정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지자제의 실시로 보다 효율적으로 민의를 수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는가?
구 ·시 ·군 의회 의원을 통하여 민의를 반영하는 제도는 간접민주주의를 실시한다는 뜻이다. 의원들이 주민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때에는 주민이 반상회를 통해 이를 전달함으로써 간접 참정 제에 대한 보완기능을 할 수도 있다. 더구나 대도시는 복잡하고 이질화된 사회여서 같은 동에 살더라도 직업 소득계층 등 사회적 배경이 다양하여 동에서 선출된 구의원이 모든 동민의 의사를 수렴할 수 없다. 또한 서로 이해가 엇갈리는 의견들을 모두 대변할 수도 없다. 반상회는 바로 이러한 경우에 소외된 주민의 이해와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보완기능을 하게 되므로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정부시책의 홍보수단으로 악용된 사례도 많았는데….
사실이다. 특히 지자제가 실시되지 못했던 지금까지는 반상회를 통하여 주민의사를 수렴하고 이를 시 ·군정, 시 ·도정에 반영하는 역할까지도 해줄 것이 기대된 제도였다. 그러나 오늘 날까지 반상회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정부의 일방적인 대국민 홍보를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왔다. 또한 무수한 요망사항과 의견들을 전부 수용 ·처리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반상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낮아졌다. 반상회 운영방법이 획일적이란 문제점도 있고, 매월 배포되는 반회 보에 수록되는 내용도 매스컴을 통하여 이미 주민에게 알려져 있는 정부시책과 정보를 알려주는 데 불과했다. 그러나 반상회가 악용된 것만은 아니다. 반 단위 민초들의 의사가 상달되어 관철된 예도 많았다.

반상회는 자발적 조직이 아니다. 이는 일제의 잔재이며, 다원화된 민주주의 국가에 어울리지 않는 제도라는 주장도 있다.
지나친 주장이라고 생각된다. 연혁 적으로 볼 때 반 조직이 일제치하인 1917 년에 생긴 것은 사질이지만 그렇다고 일제시대의 잔재라는 견해는 옳지 않다고 본다. 정부수립 후 반상회 모임이 매월 한번씩으로 정례화된 것은 76년 5월부터였다. 그때부터 반상회는 국민과 국가행정, 주민과 시정 ·군정 ·도정 등 지방행정간의 의사소통의 한 통로로 이용되었다. 즉 반상회를 통해 주민의 의사와 요망사항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전달되었고,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민 또는 주민에게 홍보해야 할 사항을 알리기도 했다. 주민의 요망사항과 건의 중에는 국정이나 시 ·도정 또는 시 ·군정에 반영되어 처리된 것들이 많았고, 그 결과는 다음 반상회에서 주민들에게 회신되었다. 그리고 그 처리 결과에 불만이.있으면 다시 중앙이나 지방행정기관에 전달하는 이른바 환류과정을 거치기도 하였다.

주로 부녀자가 참석하고, 참석률이 40% 이하란 지적도 있다.
반상회 참석률이 다소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88년만 해도 참석률이 60% 이상이었는데 90년대 들어 더 떨어졌다. 그러나 대도시 아파트지역은 생활수준이 낮을수록 참석률이 높아 반상회를 통한 공동생활민원이 많다. 참석자의 약 70%가 부녀자인데, 농·어촌지역은 세대주중심의 반상회가 개최되고 있어 지역에 따라 다양성을 보이고 있다. 부녀자들이 참석해서는 안 되고 남자들이 꼭 참석해야 한다는 주장은 편견이라고 생각된다.

현행 반상회에서 보완 할 점이 있다면? 
반상회는 자율화·민주화에 따르는 사회 저변의 욕구확산 추세와 사회 환경의 변화를 수용하여 변신해야한다. 그러나 아직도 관 주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민의수렴의 통로로 활용되지 못하여 그 성과가 미진하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주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운영되도록 반상회의 개최일수·일시 등 모든 것을 주민의 자율에 맡길 필요가 있다. 반회 보에는 주민들이 꼭 알아야 할 생활정보를 실어야 한다. 또한 각계 · 각층의 주민들이 모두 참석하여 활발한 토의와 의견교환이 이루어지도록 건의사항에 대한 처리가능 여부와 처리결과를 소상하게 알려주는 세심한 배려가 요망된다.

“정부시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창구”(반대론)
김광석 정치평론가. 한신대 강사.〈濟民日報〉논설위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반상회 존속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반상회 제도를 처음 실시할 때 내건 명분은 민원수집 여론청취 공동체의식함양 지역공동사업추진 생활정보공급 등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러나 15년이 넘게 반상회가 운영되어오는 동안 이와 같은 취지가 거의 제구실을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적지 않은 지역에서는 이미 제대로 된 반상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다만 공동주택인 아파트지역에서는 주부들이 중심이 돼서 반상회가 주민자치의 기능을 부분적으로나마 수행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주민들 사이에 공동의 문제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지 반상회라는 형식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자발적인 참여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반상회에 참여한 사람들조차 반상회보에 대해서는 회의감 또는 반감을 표시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내용전달이 일방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76년 5월 유신정부가 일제식민지 시대에 있었던 반상회제도를 부활시킨 그 내면의 목적은 국민과 지역주민에 대한 관료적 통제에 있었다는 것이 정확한 지적일 것이다.

지방의회의 보완장치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반상회는 5 · 16 이후 제2공화국까지도 실시하던 지방자치를 폐지하고 자치 대신 통제를 위해 그리고 주민들의 의사를 그야 말로 행정에 ‘반영’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 관계는 물과 기름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선거 때마다 통 ·반장들이 정부여당의 입당원서를 돌려 물의를 빚기도 했고, 후보자들의 금품 ·선심공세의 장이 되거나 예민한 시국 문제에 대해서 정부시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창구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역기능을 생각해볼 때 떠오르는 것은 역시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속담이다.

지난해 내무부에서 반상회를 주민자치조직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민의와 민심형성의 가장 기초적인 조건은 그것이 바로 ‘민에 의한’(by the people) 것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문제 또는 지역 주민 조직의 문제는 지역주민 스스로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대단히 미흡하긴 하지만 지방자치의 부활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국민자치 ·지역자치의 기풍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자치의 전통을 폐지하고 통제를 해오는 동안 지역공동체의 잠재력이 상당히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중앙통제시대에 우리의 지역사회는 심한 도덕적 갈등과 아픔을 겪어야만했다. 즉 지역사회의 구심이 도덕적 권위와 주민의 동의와 존경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행정조직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서고 순응하느냐 그리고 돈이 얼마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마을공동체를 형성케 하는 순기능적 측면도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그 방법이 강제나 동원에 의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공동체에 참여하는 방법이 일률적이어서도 안 된다. 누군가 고독을 필요로 할 때, 그런 사람에게는 조용하게 지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져야한다. 결국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직업분류 그대로 주민에 대한 서비스가 되면서 동네정치도 있고, 직장생활이 끝나면 개인·가정의 사생활과 함께 지역생활의 기회도 주어지는 것이 우리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 할 필요가 있다.

현행 반상회의 대안으로 어떤 것이 있는가?
반상회에 참석해본 사람과 그렇지 못했던 사람을 대상으로 의견을 들어본 결과, 반상회를 폐지하고 대신 지역주민의 자치정신에 입각한 새로운 ‘지역공동체’의 형성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개선은 편의 주의적으로 되지 않고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구체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지방자치의 시대를 맞이해서 통제의 원리는 자치의 원리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역문화가 활성화 돼야한다. 물론 이 노력은 정부와 국민 모두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본다. 그럴 경우 기초 자치단체 이하 단위에서 주민의 이해와 관련되어 있는 문제나 주민이 직접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시안에 대해서는 1년에 한번씩 주민회의를 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동네축제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에서의 진정한 민주화와 경제사회적 공정성의 확보를 통해 이웃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사회 수준에서의 민주적 개혁문제도 여전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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