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의 변증법적 통합
  • 최태만 (미술평론가) ()
  • 승인 1990.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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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미술은 앞시대의 미술이 가졌던 여러 관행과 ‘제도화 현상’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출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예술을 위한 예술이란 이데올로기가 필연적으로 야기하는 대중으로부터의 소외와 단절을 극복하고 소통기능을 회복하는 것과, 둘째 일제식민잔재의 청산이었으며, 셋째 70년대 활발하게 전개된 모더니즘 미술의 허구적 논리에 대한 반성과 비판작업이 이루어졌으며, 그리하여 넷째로 사회변혁운동과 연대한 문화운동으로 발전하면서 미술운동의 위상이 새롭게 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민족 · 민중미술이 몇차례의 논쟁과 대립을 겪으며 미술운동의 방향성을 정립해나가고 있을 때, 소위 ‘제도권’으로 분류되었던 모더니즘 미술을 상호대립적인 것으로 상정한 제3의 모색작업도 있었다. 즉 그 두입장의 극복을 위한 탈이데올로기를 주장하며 나타난 포스트모더니즘미술이 그것이다. 표면적으로 이 계열은 한국미술의 이분법적 대립이 야기한 극단주의를 다같이 지양하는 새로운 논리인 양 주장되고 있지만, 그 역시 서구에서 형성된 문화이식에 불과하며 또한 6 · 29 이후의 유화정책을 용인하고 그것에서 위안을 찾고자 하는 개량주의에 다름아니다.

 90년대 초기에는 이미 논의된 두가지 논리(변혁운동으로서의 새로운 문화건설과 그것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가 더욱 첨예한 논쟁을 벌일 것이 예상되지만, 사회변혁운동의 성숙에 따라 포스트모더니즘의 허구가 세밀하게 밝혀지고 미술운동의 폭과 깊이가 확산,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초기에는 이론적 성과가 미술계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이나 이론의 견인과 창작가집단의 주체적 자각, 새로운 충원에 의해 창작과 비평이 변증법적으로 통합되어 미술운동의 새로운 단계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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