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임’이 준 혼란
  • 이영준 (미술평론가) ()
  • 승인 1990.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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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 · 밖 · 의 전시회>를 보고

토탈갤러리에서 2월21일까지 열린 ‘뜻밖의 전시’는 전혀 의외적으로 구성된 출품 작가들, 작품들이 한데 얽혀서 이루어내는 錯綜된 모습으로 인하여 보는 사람에게 많은 혼란과 당혹감을 주었다. 쉽게 말하면 그간 제도권과 민중미술계로 양분되어 대화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던 작가들의 작품이 한데 모여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각각 의미의 내용과 발언의 내용이 천차만별인 작품들이 서로 화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명영, 김용익, 엄정순, 김창억, 류인, 박불똥, 정복수, 윤명재, 최쌍중 등 사실 그간 미술계의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같은 자리에서 전시가 되리라고는 기대하기 힘든 이름들이다.

전시를 기획한 김홍중씨는 기획의 의도를 “작품에 따라붙는 모든 비평, 이데올로기를 무력화시켜서 새로운 담론의 가능성을 끌어들임으로써 새로운 역사관을 보여주려는 것” 이라고 밝혔다. 이제까지 우리가 그림을 보면서 그림에 덧붙이게 되는 온갖 과장된 관념들을 떨어버리자는 의도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의미있는 작업이다. 그렇다고 하여 작품들이 각기 처해 있는 맥락을 파헤쳐 밝히기보다는 혼란스럽게 병치시키는 것이, 과연 오늘날 미술계가 처한 대립의 양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일까 하는 의문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전시의 의도와 방식은 ‘어떤 기호도 더이상 의미를 띠지 못한다’라는 사실의 인정에 있어 다분히 포스트모더니즘적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미해석의 방기가 아니라 책임있는 파헤침과 토론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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