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쓴 김일성 전기
  • 양성철 (경희대교수 국제정치학) ()
  • 승인 199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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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日成正傳》 옥촌문화사 펴냄

 현재는 소련교포지만 책부제가 못박듯이 한 ‘북조선 창설주역’이 쓴 金日成비판서가 이책이다. 林隱이라고 명기된 저자의 본명은 許眞. 82년 일본에서《북조선왕조비사》를 펴내 북한공작원에 의해 암살위협을 받았던 인물이다. 한국에도 두 번이나 방문했던 許眞의 이번 저서는 그가 누구보다도 김일성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과(책 제목을 正傳이라고 했듯이) 또 하나는 이번 저서가 그의 육필을 받아 발행된 것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체적으로 저자는 김일성과 북한에 대해 두가지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그 첫째는 저자가 참된 사회주의, 올바른 마르크스 · 레닌주의라는 사고의 틀 내지는 사회관 · 국가관 · 세계관을 갖고 김일성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김일성을 스탈린 · 모택동과 같이 개인숭배형 지도자로 묘사하고 있는데, 개인숭배는 공산주의운동과 양립할 수 없으며 사회주의 이상과 공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저자가 김일성의 1인독재체제나 극심한 개인우상화 · 신격화 현상을 공산주의 1당독재체제라는 모순과 결함 속에서 찾지 않고 거꾸로 마르크스 · 레닌주의의 노선의 일탈과 거역에서 찾았다는 점이다.

 두 번째 틀이라는 것은 그의 ‘正傳’이라는 책명이 시사하듯이 김일성 평가를 남한의 일각에서처럼 ‘가짜’로 격하시키거나 북한에서 과장 · 날조한 것 같이 영장 · 영웅으로 신격화하는 것을 피하고 사실 차원에서 밝히려는 노력인데, 이점이 돋보인다.

 이밖에도 저자는 이제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김일성의 정체와 족적들도 추적하고 있다. 특히 1940년부터 해방까지의 김일성 행적에 관해서 그는 김이 소련국경을 넘어 소련극 동군구사령부 정찰국이 뱌쯔크병영에 朝 · 中 빨치산대원들을 모아 만든 제88여단(총인원수 2백명, 조선인 60명)의 制1대대장이었다는 것이다. 또 김일성이 소련군과 함께 45년 9월19일 원산에 도착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저자가 한국전쟁에 관해서도 서슴지 않고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그는 “조선전쟁은 우리 북조선측에서 먼저 시작했다. 조선전쟁의 방화자는 김일성이다”라고 못박고 스탈린은 김일성의 간청에 묵시적 승인을 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김일성이 50년 4월중순부터 6 · 25전쟁 발발시기까지 계속한 ‘하기각병종협동작전훈련’은 곧 전쟁준비 작전이었다고 그는 체험을 통해 회고하고 있다.

 이밖에도 저자는 김일성 주체사상의 허구성과 김의 정적들을 송두리째 제거한 숙청사를 생동감있게(그의 체험에서 그리고 가까운 거리를 두고 본) 그리고 적나라하게 서술하고 있다. 스탈린, 모택동, 차우셰스쿠의 말로가 그렇듯이 김일성의 정체도 언젠가는 백일하에 들어날 것이라면 그러한 행적의 진면목을 저자는 실감나게 기록하고 있다. 물론 저자 자신이 김일성독재 우상화정치의 한 희생자로서 김에 대한 ‘감정’이 이 책 전체에 걸쳐 깔려 있다는 것도 지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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